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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궁극에의

멈춘 세계

by 큰바위얼굴. 2022. 11. 7.

금리는 끝없이 올랐다. 마치 이것만이 해법인 양. 그는 고집쟁이요 기회주의자였다. 매의 발톱을 가감없이 드러내 비둘기를 뜯어버렸으니까.

세계는 멈췄다. 그렇게.

다시 리플레이 버튼이 들어왔고 선택은 맡겨졌다. 대부분은 버튼을 눌렀지만 오일쟁이들과 배터리 무리들은 누르지 않았다.

다시 세계는 돌았다. 그렇게.

이번엔 반복하지 않겠노라 믿었건만 원인은 달랐어도 답은 정해져있다는 듯이 달러가 원없이 풀렸다. 세계는 유례없는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다시 달러는 제값을 찾기 위하여 금리를 올렸다. 채 준비되지 못한 비트코인과 나스닥은 속절없이 당했다.


매트릭스 세상에서



이는 정해진 시나리오였다. 달러를 풀어 거두어들이는 걸 지칭하여 바이더롱런이라고. 또 하나의 기회는 그렇게 어쩔수없다는 배신자들에 의해 제2의 오일쟁이를 만들어내고 판도를 바꾸었다. 진영이 바뀐 그들은 유례없는 장사를 시작했다. 뭐든 가능했다. 돈 놀이 앞에 버티는 장사는 없이 쪼그라들대로 든 패밀리만 남아 주도권만 바뀐 세계를 열었다.

꿈을 꾼다. 재미없다고. 깨어나 현실로 돌아가자는 일부 각성자는 매트릭스로 이루어진 그물망을 찢었다. 그래서 세상이 바뀌었냐구?

아니. 세계는 면을 달리 했을 뿐 달라진 건 없었다. 세력이 진영을 바꾸고 잃은 건 알토랑 같은 진귀한 기회들이 쓸려나갔을 뿐. 희망은 꿈을 꾸는 자의 몫인 양 그렇게 꿈꾸는 자만 늘었다. 바뀌는 건 없다. 현실이 꿈 같이 펼쳐지니 희망은 꿈이 되어 매트릭스를 만든다. 현실부정이야말로 그들이 원한 결과였음을 단지 기회상실로 해석했음을 뒤늦게 알았음에도 바뀌는 건 없다. 잠에서 깨어 다시 잠들기를 바라는 한 낯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없다. 단지 깨진 매트는 금이 간 채 바뀔 세상을 일그러뜨려 놓았다 라는 기회를 남겼다.


조명불빛을 등지고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새벽 5시, 다시 금이 간 매트릭스 세상에서 금리가 올라가는 세계를 마주한다. 바뀐 건 없다. 자, 어쩔래? 진영을 바꿀테냐. 노선을 바꿀테냐. 꿈을 버릴것이냐. 금이 간 매트를 기울 것이냐. 다시 잠들 것이냐. 바뀌는 건 없다. 없이 가거나 멋스럽다 싶게 살다간다는 매트릭스 세상이 있을 뿐. 선택하지 않아도 좋다. 바뀌는 건 없으니까. 단지 알고 하지 않는 용기와 판단은 금을 더 키울 것이다. 그렇다 한들 바뀌는 건 없음에도 이 또한 태어난 자의 몫이라. 우주로 나간들 무대가 바뀔까? 삶이 바뀔까? 세상이 바뀔까. 바뀌는 건 없다 라는 인정 뿐. 다시 잠을 자려 한다. 새벽 2시는 너무 이르니까. 난 내일 새벽 5시에 일어나 50 인생을 시작하기로 정했으니까. 변한 건 하나, 내 의지이니 어떤 세계인 들 상관없다. 가고 있고 되돌려도 바뀌는 건 없어도 이는 그때라는 시점과 경험은 기록되었을망정 동일한 세계가 아니니 새벽은 내게 힘과 용기를 준다. 바꾸는 게 아닌 바뀐 세계를 오로지 내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진실은 때론 가혹하다는 걸. 비관하기 보다는 그렇기 때문에 살아볼만 하다는 걸. 버둥거림이 아니라 몸부림일지언정 그 몸짓이 처연하게 아름다운 이유는 허상은 금이 간 매트릭스 또한 마찬가지. 그 자체로 존재한다. 있다. 없는 건 달러, 오일쟁이, 배터리 무리, 꿈꾸는 자, 매트릭스, 희망, 그리고 용기와 판단. 의지 또한 산물일 뿐 올곧이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을 뿐. 살아가는 이유는 아니다. 다시말해 의지로써 채울 혹은 바꿀 세계는 없으니 진실로 마주하라. 잠에서 깨어 다시 시작하되 그 변화는 실낫같은 틈이라도 좋으니 할 수록 아니해도 좋은 나이 50인 이유가 여기에 있구나 싶다.

나이 90.
무엇을 보았누? 알겠더냐? 물음에 응하라. 거짓이 아닌 진실로 고하라. 그래서 만족하더냐? 감사하다면 다시 잠들고자 한 이 때, 50의 어느 날 새벽2시에 일어나 한 줄기 희망을 바랐고 심었던 때를 기억하자. 바뀌는 건 없다. 나이 또한 마찬가지. 뭘 바라든 채울 수 없고 이룰 건 현실이라 칭해진 곳에 있을 뿐. 꿈이 희망이 되어버린 세계에서 기억할 건 이 또한 반복된 면 중에 하나. 짜여진 시나리오를 받아든 배역에 대한 내 선택을 하는 의지를 세우자. 잠에 드니 깜깜해지면서 다시 재생되더라. 그게 나 인줄 착각하지 말고. 잠시 머물다가는 이세계에서 존재감을 키운다. 존재가 아니라. 이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잠든 서희의 방구 소리가 구수하게 들린다. 굿 나잇. 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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