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우리가족 이야기

새벽 추위

by 큰바위얼굴. 2022. 12. 7.

"해나야, 가자. 응?"

영탁이 방에서 나오질 않는다. 예티는 벌써 현관으로 나와 옷을 입고 목줄을 맸는데. 그렇다면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현관문을 열고 나간다. 

띠리릭 쿵 현관문이 닫힌다.

하나 둘 셋을 세고 난 후, 현관문을 다시 연다. ㅎㅎ

해나가 현관에 나와 있다. 

 

(아빠는 너무 해요. 나가기 싫은데. 아니면 나가자고 조르지고 않고. 그냥 가버리면 되겠어요. 그것도 예티랑 만. 저번에도 그러더니 흥 칫 뿡)

해나의 속 마음이 들리는 듯 하다. 

해나는 억울하다. 새벽에 추워서 나가기 싫어서 방에 들어갔던 것이 딱 2번 있었고, 오늘까지 아빠 꾐에 넘어가 방에 들어갔다가 현관문 닫히는 소리에 나왔다가 잡혀서 산책을 간 것이 2~3번 되니까 새벽 추위에도 불구하고 딱 2번 빼고는 모두 산책을 갔는데도 아빠는 가족들에게 말한다. "세상에 해나는 추워서 나가기 싫다고 방에서 안 나오네."

낯선 벤치에 앉아 잠시 쉰다. M브릿지 건물을 지나왔는데 그리 멀리 가지는 못하고 멈추어 선다. 길이 너무 미끄러워서 종종 걸음으로 거의 제자리 걸음으로 뛰듯이 달려왔다.

해나가 돌아가자며 기다린다.

그리고 우리 셋은 총총 걸음으로 사뿐사뿐 뛰어 왔다. (그래 그래, 너희들도 나와야지. 잠깐만. 휘이~ 하고 휘바람을 부르니 나를 볼 때 찰칵)

 

길.

출발점이면서 도착점이다. 길을 가운데 두고 나무와 전등불빛이 감싸듯이 안내한다. 어서 오라고. 혹은 어서 가라고.

 

그리고 띠리릭 쿵. 다시 현관문이 닫혔고, 시계를 확인한 후 서둘러 옷을 벗어놓고 현관문 고리에 걸어놓아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한 해나와 예티에게 다가가서 해나부터 시커먼 발을 씻긴다. 그리고 큰 숨을 틀이키도록 기다렸다가 주둥이를 씻긴다. 많이 나아졌음에도 발 씻기는 것은 익숙해졌는데 비해, 주둥이를 씻기는 방법은 더 연구해야 한다. 예티가 숨을 크게 몰아쉰다. 주의하자.

"영록아, 애들 좀 말려줘~"

LOL이 거의 끝난 듯해서 문을 열고 권한다. 해나부터 드라이로 말리도록 하고, 마저 예티를 씻긴 다음 저쪽 화장실에서 드라이로 급한데로 말린 후, 영록이에게 건네준다. "아니, 아빠!"

"나 씻고 회사 가야해."

"난 자야 하는데요."

띠리릭 쿵. 현관문이 닫힘과 동시에 잔울림이 따라온다.

"애들에게 밥도 좀 줘."

"헐."

 

'일기 > 우리가족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꼽친구, 소영이와 윤정이  (0) 2022.12.10
예티 다움  (0) 2022.12.10
고목  (0) 2022.12.05
3일  (0) 2022.12.03
고마움 표현  (0) 2022.11.3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