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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이슈/시장상황

유전자 가위

by 큰바위얼굴. 2015. 6. 1.

 

유전자 가위

 

서울신문 2015.6.1

 

글래머 배우인 앤젤리나 졸리는 2013년 2월에 양쪽 유방 절제수술을 받았다. 그 사실을 그해 5월 뉴욕 타임스에 밝혀 전 세계 여성에게 충격을 줬다. 졸리는 “내 어머니는 암과 싸우다가 56세에 사망했다”면서 “난 어머니의 유전자 중 암을 유발하는 BRCA1을 물려받아 의사는 내게 유방암 발병 위험이 87%, 난소암 발병 위험이 50%라고 전했다”고 수술의 이유를 밝혔다. 수술 이후 졸리 유방암의 발병 확률은 87%에서 5%로 드라마틱하게 떨어졌다고 했다. BRCA1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유방암의 가능성이 커지지만, 그 돌연변이 부분을 잘라내고 정상 DNA로 교체한다면 양쪽 유방은 무사하지 않았을까.

그게 가능하냐고? 최첨단 유전공학인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다면 가능하다. 진짜 가위처럼 생기지 않고 가위처럼 잘라내는 기능을 하는 덕분에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 즉 특정 DNA 부위를 자르는 데 사용하는 인공 효소가 ‘유전자 가위’로, 잘못된 유전자를 잘라내고 정상 DNA를 붙이는 유전자 교정(Genome Editing) 기술이다. 요즘은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CRISPR-Cas9)’가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유전자를 잘라내고 새로 바꾸는 데 최장 수년씩 걸리던 것이 며칠이면 되고, 여러 군데의 유전자를 동시에 손볼 수도 있다. 또 암과 에이즈, 혈우병 등 각종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고, 농작물이나 축산물의 품종개량도 용이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25일 올해 기술영향평가 대상기술로 유전체 편집기술과 인공지능 등 2건을 선정했는데, 유전체 편집기술이 바로 ‘유전자 가위’와 관련된 유전공학 기술이다.

유전자 가위는 식물의 약한 유전자를 잘라내고 스스로 강한 유전자를 복원하도록 할 수 있다. 즉 인간에 해롭지 않겠느냐며 논란이 되는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을 대체할 수 있단다. 그러나 자연이 준 유전자 대신 인간이 마음대로 잘라내고 붙이고 하는 맥락은 같아서 똑같이 유해 논쟁이 일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윤리성 문제가 대두한다. 지난해 중국 과학자들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원숭이의 배아에서 특정 유전자를 바꿨다. 사람에게 적용한다면 정자·난자의 DNA를 바꿔 원하는 유전자를 가진 ‘맞춤형 아기’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슈퍼맨 탄생도 시간문제가 아니겠나.

1998년 개봉한 SF영화 ‘가타카’가 연상된다. 인공수정으로 시험관 아기로 태어나면 우성 DNA를 바탕으로 우주비행사 같은 선망의 직업을 가질 수 있지만, 자연임신으로 우성과 열성 DNA가 뒤섞인 인간은 처음부터 그 직업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 출판한 SF 소설 ‘멋진 신세계’와 같은 과학결정론이 지배하는 사회도 떠오른다. 유전자 가위로 DNA 교체를 시도하는 인류의 노력은 ‘장기적으로’ 재앙일까, 축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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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내 멸종 위기 바나나 '유전자 가위'로 막는다

 

한국경제 2015.5.31

 

 

바나나 살리기 프로젝트

곰팡이 감염 유전자 제거
질병 안걸리는 바나나 연구

 

사람들만 감염질환에 걸리는 것이 아니고 농작물도 매년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 질병에 시달린다. 19세기 중반 100만명이 굶어 죽은 아일랜드의 비극은 곰팡이로 인해 발생한 감자 기근 때문이었다. 특히 무역 규모만 연간 10조원에 달할 정도로 세계인이 즐겨 먹는 바나나는 치명적인 곰팡이 질환 때문에 10~20년 내에 멸종할 수도 있다. 무성생식으로 번식하는 바나나는 유전적으로 동일한 클론이어서 감염질환에 특히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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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식물학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질병에 걸리지 않는 농작물을 개발하고 있다. 첫째, 교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적인 유전자 변이에 의해 질병에 내성이 생긴 개체를 만드는 육종법이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바나나와 같이 교배가 불가능한 여러 농작물에는 적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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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질병 저항성 유전자를 삽입해 유전자변형생물(GMO)을 만드는 유전공학이다. 그러나 GMO는 안전성, 환경유해성 평가 등 정부의 인허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된다. 다국적 종자회사가 아니면 GMO를 상품화하는 게 불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GMO는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

셋째,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병원균 감염에 필수적인 식물 유전자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는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유전자가위로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려는 것과 같은 원리다. 작년 중국 연구진은 밀의 특정 유전자를 제거해 곰팡이의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외부 유전자를 심지 않기 때문에 GMO로 규제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식물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키는 방식은 전통적 육종법과 그 원리가 다르지 않다. 다만 육종법이 무작위로 수많은 변이를 일으킨 뒤 운 좋게 원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난 개체를 찾는 방식인 반면 유전자가위는 특정 유전자를 정해 놓고 그 유전자에만 변이를 일으키는 것이다. 육종법이 감나무 아래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방법이라면 유전자가위 기술은 감나무에 올라가 직접 수확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단과 벤처기업 툴젠은 전 세계 바나나 연구자들과 손잡고 바나나 살리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곰팡이 감염에 필수적인 바나나 유전자를 제거해 건강한 바나나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해 미래 세대 어린이들이 지금처럼 바나나를 즐겨 먹고 자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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