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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나의 이야기

아침산책길 되돌아오는 길목에서 담고 싶은 빗소리를 만났다.

by 큰바위얼굴. 2022. 8. 31.

비가 내린다. 

아침산책길 되돌아오는 길목에서 담고 싶은 빗소리를 만났다. https://youtu.be/-YzKzU_0_pw

 

20220831_071322.mp4
9.09MB

 

어느 날과 마찬가지로 05:30 눈을 뜨고, 비가 오니 조금만 더 잘까 망설이기를 10여분 만에 이불을 털고 일어났다. 간에 좋다는 말에 서희가 꽁꽁 얼려준 미나리즙을 하루지나 적당히 녹은 상태로 훌훌 마시는데 차갑다. 빈 속을 훓는다. 차근차근 하나씩 진행한다. 그 다음으로는, 허리 돌리기, 그 다음은 팔을 쭉 편 채 앉았다 일어나기, 그 다음은 푸쉬업. 각 20회씩 한다. 이제 집을 나선다.

 

일터에 도착한 후, 체크인을 한 다음 빗 길을 나선다. 젖겠지 하면서도 살살 걸으면 괜찮을거야 하며 출근복 차림에 웃도리만 면티로 갈아입고 나서고, 고인 빗물을 마주칠 때마다 속을 상해한다. 피하려고 해도 양말까지 젖어드니 평발에 좋다고 두 개를 돌려 신는 아식스 신발을 탓한다. 물이 잘 스며들어 신발가게에 전화하니 "그럼 신지 마세요" 하니 할 말이 없어졌던 기억이 떠올라, 애써 참으며 빗물이 고인 곳은 가장자리 풀 위를 위에서 아래로 즈려 밟고 발길을 재촉한다.

 

입을 다물고 있어 속을 알 수는 없지만 사진으로 놓고 보니 뭔가 할 말은 있는 듯한데 그 내막까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짐작컨데 기분이 나쁘지 않은, 그렇다고 아주 뛸듯이 기쁜 상태는 아니지만 나름 평온한 가운데 아침을 맞이한 모양이라는 건데 보기에 따라 참으로 고집스럽거나 우직하거나 굳건하달까 맹하지는 않아 보이니 좋다고 해도 좋겠다.

 

비가 좋은 이유

비가 좋다. 비를 봐서 반갑고, 비를 맞아서 톡 톡 두드리는 느낌이 좋고, 비를 막아 토독토독 거리는 소리에 정겹고, 고인 빗물을 피하려고 애쓰는 모습조차 자연스럽다. 아침산책길에서 마주친 2명의 남자. 스치는 인연에 아침산책길 동무라도 하는 양 보게 되니 이 또한 안도감에 기분이 나아진다. 누군가와 함께 공간에 있다 라는 사실 만으로도, 그리고 비가 왔을 지언정 자주 산책길에서 마주치는 세 남자가 스쳐지나갔다는 인연 만으로도 오늘 아침은 충분히 훌륭하다 할 만하지 않을까!  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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