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바람이 마음 마저 시원하게 쓸어버리는 새벽, 기분을 내어 말로 풀어낸다. https://youtu.be/JePkIgTzsJk
와우 정말 창피하다. 응? 오늘도 나와 있을까? 낙엽을 쓸어내는 그, 어슬렁 거리는 그, 자전거를 끌고 가는 그, 함께 달리는 부부, 새벽에 만나는 그들. 참으로 반갑다. 비지 않기를 바라며, 자 어제 스타팅 포인트를 내려간다.
와~ 낙엽 냄새가 진동한다. 텁텁한데 시원한 공기가 섞여서 냄새가 좋다. 이제서야 하천면 냇가로 내려왔고, 오늘은 기분 좋은 시작이다. 해나가 멈추는 거 빼고. 해나가 네 시 20분인가 침대 위에서 짖었고 영록이 방 침대 위에 있었고, 내려놓으니 그나마 거실 소파에 앉았다. 잠이 깬 부부는 오랜만에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었고, 해나 덕분이다.
자, 언제나 살짝 적셔오는, 밤 하늘에 별이 보이는, 몇 몇 가구에 불이 들어와 있고 아직 닿지 않아서 일까. 시냇물 소리는 살짝 들려오는 듯한 이 거리. 저 멀리 뭔가 툭툭 거리는 소리,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 또다른 반가운 만남이려나. 달려오고 있다. 헉 헉 헉 대며 종종 걸음으로 뛰어온 그, 내 기억엔 있다. 새벽에 만나는 사람들, 마주하는 것이 전부 일지언정 그래도 안녕을 빌어주는 마음. 켜켜이 쌓이고 쌓여 이 새벽의 기운 만큼 몸에 흡수하여 건강해지기를, 그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나아갈 목표, 터닝포인트가 있고 오늘은 늦은 시작. 멈칫거리는 해나. 그럼에도 지금 내 옆에 소리가 들린다. 명랑 맹랑 졸졸졸 시냇물 소리가 유독 쾌활하게 느껴지는 건 내 기분 탓일까? 명랑 그러면 치형이고, 맹랑 그러면 영탁인가? 둘을 섞어 놓은 것이 영록이련가. 잔잔한 물결 소리를 이제 힘찬 물에 흐른, 내리 흐르는 소리 보다 잔잔하게 있는 듯 없는 듯 흘러가며, 전등 빛에 반사된 그 물결의 모양이 파문이 되어 내 마음속으로 옮겨온다. '세종 포스트'라는 건물 꼭대기에 붙여진 간판이 밤하늘을 새기고 있고, 듬성듬성 별빛이 내 앞 멀리 하늘에 떠 있는 지금의 거리. 다리가 하나 나왔고 그 다리 멀리 어슬렁거리는 그가 다가온다. 아마도 오늘은 좀 더 반가운 인사를 건내지 않을까? 웃으면서 아이들에게도 당부하면서 예티와 해나를 내 곁으로 붙인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좋아하는 것 좀 봐. 아이고 하하, 좋아하는 것 좀 봐. 나도 개 두 마리가 딸네 가 있어요. 첫마을에 사는데, 그런데 너무 이뻐요."
"왜, 안 키우시고요?"
"아니, 하나 달래니까 안 줘요."
"가족이라고 (아이고)."
"근데 운동 잘하시네, 같이. 저 이뻐하는 지는 알아요. 이렇게."
"그러니까요? 알아보더라고요. 아이구, 고맙습니다."
"너무 이뻐요."
"이렇게 뵈니까 좋네요. 아침마다."
"잘 갔다 와."
반가운 인사의 해프닝, 이벤트, 썸띵. 어쩌면 이런 희곡이 있을까? 마치 짜여진 만남이라 하더라도 그 기쁨이 충만한 어찌 기다리고 기대하고 다시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만큼 해나와 예티 또한 즐겨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 있어서 그런 걸까. 내 마음 한 켠 사람들을 좋아하는 마음이 너그러워진 마음이 혹은 그렇게나 그렇게나 다짐했던,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마음, 그 마음이 다시금 다시금 이어져 새벽에 만난 그들 그 마음 그대로 순수하게 다가가고 바라보는 것일까? 징검다리를 건너고 이제 뛸 준비를 한다.
"준비됐어, 해나? 예티? 좋아? 그래? 뛰어?"
2.
짙은 안개. 사진을 찍기 바쁘다. 이런저런, 와우 지금도 그렇다. 다리 위 조명불이 뿌옇게 흩어지는 그러면서 밝게 빛을 내는, 뿌연 안개 속에 전등이 어둑어둑 안갯길을 모아모아 비추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몽환적이다. 어떻게 표현할까? 덧칠했다고 해야할까? 뿌옇게 보이는 이 모습이 새로운 느낌.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서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는 아이가 마냥 신나서 다른 아이에게 다가가 툭탁거리며 장난거리는 그때의 심정이랄까. 이쯤에서 되돌아가면 되겠지. 나무 한 그루를 다리 전 중 후로 나눠, 다리를 벗어나기 전 그리고 나무만 같은 위치에 두고 좁혀가면서 네 컷을 찍었다. 다가갈수록 윤곽이 뚜렷이 잡히는 나무의 자태. 홀로 섰기 때문에 눈에 들어왔다라기 보다 뿌연 안갯속 별 빛에 반사된 거리에 어둑어둑한 다리 밑 그늘 저 너머 그 나무가 우뚝 서 있는 모습이 왜이리 정겨운 건지, 내 모습이련지 혹은 어제 이야기 하며 나누었던 그와의 대화 속에 혹은 내 얘기 혹은 니 얘기, 혹은 우리의 얘기가 마치 돌고 돌아 바람이 불어 불어 그 이야기들을 내게 들려주는 것처럼 가슴이 철렁거리다가도 어허! 맞장구를 치다가도 그 이야기들이 결국은 우리들 이야기라는 말.
다시 알람이 울려 이야기의 맥이 끊긴다. 5시 40분, 턴을 알리는 시각. 얼마만큼 왔든지 간에 그 알람이 울린 순간 돌아가시오 라는 사인. 그럼에도 오늘 같은 경우엔 충분한 사색과 못다한 이야기 그리고 다시 풀어내려니 먹먹해지는 그 이야기의 스토리. 간추려서 뭔가 전달했을 때 줄거리만이 가서야 어찌 기분을 공유할 수 있을까? 그래도 가볍게 전달하고자 이야기를 전달하니 아, 그렇구나 개 중에 내가 했던 내가 강조했던 그 말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뒤늦은 감정들, 공유했던 마음 서로가 서로를 위했던 방향에서 주고받았던 소소한 사건들. 불안한 마음을 굳이 갖고 살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달되었기 때문에 흔쾌히 저녁 식사에 자리를 마련했고 나 또한 그 마음을 받았기 때문에 흔쾌히 받아들인 거 아닐까.
(자 또 잠시 달렸고 달리는 중에 또 온다)
손가락이 끼인 목줄을 빼어내고 "자 가자.". 자전거를 끌고 가는 그. 그는 길 건너편에서 어제와 마찬가지로 가고 있었고, 만나게 된 위치는 좀 더 집으로 되돌아가는 쪽에 가까운 곳이었다.
"세상에 둘 다 그렇게 이뻐요. 저녁에 잘 때는 어디서 재워요?"
"그냥 거실에서."
"거실에다"
"대소변은?"
"뭐 깔아놓죠. 여기저기 깔아놓죠."
"목욕도 시켜야 되고, 어이구 얼마나 애기 둘 키우는 거 같아."
"손 많이 가죠."
"손 많이 가죠. 근데 남자 어른이지. 우린 딸들이 하는데 남자 어른이 한다는 거는 쉬운 일이 아닌데."
"아, 그래요? 제가 아들만 셋이라."
"예. 아들만 셋이에요?"
"네. 얘네들은 둘 다 딸이에요."
"그러면 아내가 도와줘요?"
"그럼요. 나눠서 하죠."
"나 801동 사는데 애들 너무 귀여워요."
"네. 고맙습니다. 내일 뵐게요."
"아우 너무 이뻐요."
"네. 그럼요 그럼요, 자 달려"
어슬렁거리고 어슬렁거리는 그의 모습에서 사실은 '페이크 세상, 좀비들이 살아있다' https://meatmarketing.tistory.com/m/5700에 처음 만난 어슬렁거림을 형상화한 좀비에 대한 이야기. 다소 음울한 시각으로 빗댄 이야기. 오늘은 그 이야기의 2편 이련가? 반대편일까? 반가움이 물씬 풍기는 이야기의 그는 처음 마주했고 다시 돌아온 길에 마주하고, 801동에 산다는 그렇다면 여기 어딘데. 그래서 다시 언덕길을 오르고 저 멀리 바닥에 쭈그려 앉아 낙엽을 쓸어내는 그를 바라보며 또다시 어떤 마음에 녹아든다. 바삐 움직이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와 헤어지고 다시 마지막이라고 소리치며 뛰어 달려 나가는데 종착지에 다다르지 않았는데도 눈앞을 스쳐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낙엽. 내 몸을 어루만지듯 훑어 내려가는 그 낙엽 한 잎. 감동이다. 멈췄다 그리고 그 낙엽이 전해준 감정에 흠뻑 빠져서 그 마음을 이렇게나마 정한다. 오케이. 스타팅 포인트. 좋아 좋아. 페이크 세상 좀비는 살아있다. 다시 올라온 이 시끄러운 세상 차들이 분주히 다니기 시작하는 이 세상. 고즈넉하니 시냇물 소리에 시원한 바람을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을 마주했던 그 거리의 세상과는 사뭇 다른, 하지만 바로 우리 옆에 있지 아니한가. 잠이 들고 칸칸히 누워 모두 잠든, 어떤 기약을 어떤 인연을 어떤 즐거움을 간직한 채 잠에 빠져있는 그들. 과연 좀비라고 하는 것이 맞을까? 소음 가득하고 매연이 뿜어지는, 나란히 나란히 정류장에 줄 서 있는 3대의 버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지금. 코를 바닥에 대고 킁킁거리기 바쁜 해나와 예티. 자, 어슬렁거리며 만난 그가 전한 메시지. 두 마리 강아지를 1단지에서 딸네가 키우는데 같이 키우고 싶은데 주지 않는다는 그 말. 그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효라 효도라. 나 또한 힘들겠지. 차라리 다른 반려견을 키우도록 얘길 하겠지. 아마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이렇게 넓혀진 것은 가짜와 같은 진짜 같은, 진짜이면서 희뿌연 안개 속에 둘러싸인 세상의 모습처럼 그리고 어느 사이 바람에 휩쓸려 날아갔는지 모를 조금 더 뚜렷해진 이 거리를 거닐면서, 다 좋다. 이 모습 저 모습 이면 저면 지나간 과거에 얽매지 마라, 미련을 두지 마라, 연연하지 마라 라는 법률 스님의 그 가르침이 들려온다.
"하~ 좋아? 해나, 그만 좀 빨아먹어. 엘리베이터 바닥을 왜 이렇게 빨아. 앉어, 앉아. 그렇지. 예티, 앉어. 그렇지. 잘 했어. 앉어. 어제 바닥이 엄청 더럽던데 아이고 어제 씻었잖아. 오늘은 또 할 수가 없는데." 땡큐.
이곳은 바로 좀비가 살아 숨쉬는 소굴이다. See U. 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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