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나가 4번째 멈춘다. "아.. 어쩌란 말이냐."
단련이 되었기 때문에 하나씩 대입해 본다.
"해나야, 어디 아프니?" (절뚝거림에 대한 살핌)
"해나야, 아직 준비가 덜 되었구나." (일어나자마자 나선 길, 몸이 덥혀지길 기다릴 시간, 혹은 잠에서 깰 시간)
자꾸 멈추는 해나에게 기다리다 기다리다 안아든다. 다시 내려놓고 함께 가길 기대하는데 또 다시 멈춘다.
"해나야, 혹시 뭐가 묻었니?" (특히 가을 낙엽이 거리에 널려 있는 때, 낙엽과 잔가지가 털에 엉키면 싫어한다)
묻은 것이 없었다. 그런데 또 다시 가다가 멈춘다.
"해나야, 혹시 무서워?" (유난히 안개가 짙은 거리, 그 길로 나서니 사뭇 불안해 보인다.)
그래서, 뒤로 돌아 가자고 채니 곧잘 움직인다. 아하! 가기 싫은 길이 있는 모양이다 라는 게 멈춘 이유로 추가된다.
그런데, 이제까지 살핀 외에도 또 다시 멈췄다. 달리지 않았고, 낙엽 또한 묻지 않았으며, 기다릴 만큼 기다리면서 가고 있는 중이며, 안개가 짙은 거리 또한 안아들고 나서며 상당부분 익숙해진 상황이다. 어떤 다른 원인이 있나 곰곰히 생각한다.
"해나야, 안아달라고?" (춥거나 몸이 덜 풀렸거나 잠이 덜 깼거나 아무튼 안아달라는 이유는 많다)
앉아 있는데 손을 뻗으니 얼릉 안겨온다. 무서웠구나 하며 안아들고 길을 재촉한다.
뛰기 싫어서, 잠이 덜 깨서, 추워서, 움직이기 싫어서, 조금 기다려 달라고, 배변 때문에, 옷을 입었다고 춥지 않은 것은 아니며 새벽 5시의 찬바람이 비록 안개 때문인지 푸근하게 느껴지더라도 상대적일 수 있음을 깨닫는다.
절뚝거림이 심해지지 않도록, 건강한 다리를 가질 수 있도록 자주 만져주며 쓰다듬어주고 말을 건넨다. 귀를 쫑긋쫑긋 세우고 팔랑 거리는 모습에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으랴. 그래서 답은 원인이 참으로 많고 다양하니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이고 힘으로 목줄을 채지 말 것이며, 기다리고 기다리다 산책을 못 하더라도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기분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았다면 다 가지려는 욕심 - 함께 산책하며 달려서 땀을 흘리는 기쁨 - 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고 싶어서 이 글을 남긴다. 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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