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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우리가족 이야기

김장

by 큰바위얼굴. 2022. 11. 12.

생애 처음으로 집에서 - 이전까지 어머니 집에서 모여서 했다 - 김장을 했다. 11월 12일 토요일.

느즈막히 07:00에 일어나니 서희가 묻는다. "골프 갔다올꺼야?"

마지막 쿠폰에 의미를 새기면서 샷을 날린다. 시원하게 쭉 쭉 뻗어가는 공을 바라보며 신난다. 항시 마지막 쿠폰을 사용할 때면 조금 쉬려고 하는 마음이 먼저 들게 되고, 그 순간 '골프는 내게 어떤 의미인가?"에 대하여 잠시 생각에 빠져든다.

골프는 내게 어떤 의미인가?

샷을 날리기 위해 자세를 잡는다. 손에 힘을 주다가도, 손에 힘을 빼고 하늘거리는 채찍처럼 쳐보다가도, 꽉 움켜쥐어 배트가 날아가지 않도록 쥔 다음 힘껏 휘둘렀을 때의 타격감은 모두 다르다. 편안하게 휘두르세요 하는 말이 들리는 양 가볍게 톡 톡 치듯이 휘두른다. 그러다 보면 웃고 있는 나를 어색해하지 않게 된 지 오래다. 더구나 공이 삐죽 저쪽으로 움찔 이쪽으로 날아갈 때면 더욱 미소가 진해진다. 흠흠. 그렇단 말이지. 다시 타석에 들어서서 각오를 다진다. 그 모습에 만족한다.

 

 

골프 친 후,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지막 쿠폰의 아쉬움을 밝은 웃음으로 표현한다.
이제 문이 열리면 새로운 역사가 기다릴꺼야!

 

그리고, 귀가하여 09:00 김장을 시작했다. "여보, 좀 싱거운데?", "여보, 좀 밍숭맹숭한데?"

그랬더니, 서희는 둘째 영탁이에게 다시 묻는다. "어때?"

"흠.. 쫌.. (눈치를 보듯이) 그래도 괜찮아요."

"거봐. 당신만!"

헐, "여보, 내가 싱겁다고 하고 밍숭맹숭하다고 해서 당신이 까나리액젖하고 매실액기스 하고 더 넣었잖아."

내 억울함을 담아 토로한다. (나쁜 놈, 애꿋게 영탁이만 타박한다)

 

맛있다. 정말 괜찮은데, 역시 당신의 손 맛이란.

그렇게 2박스 절인 배추를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서 수육과 함께 먹는 맛이란 행복이라고 할까!

집집마다 품앗이를 하고, 다음날 가져다 주는 것이 낫겠다 싶어 연락을 하고 나서려는 그 때 영록이가 전화를 했고 그 전화를 받은 서희는 옷을 입으려는 내게 손짓한다. 손을 흔든다. 하지 말라고. 응?

"입지 말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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