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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알기/국내실태

농축산물 유통의 특징

by 큰바위얼굴. 2019. 9. 3.

일반적으로 농축산물 유통은 낙후되어 있고 중간상인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유통마진이 과도하게 높아서 생산자도 손해를 보고 소비자는 비싼 값에 사먹는 문제점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인식은 부분적으로 맞는 면이 있으나 농축산물의 생산과 유통구조를 좀더 정확히 알고 나면 좀더 다른 인식을 가지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농축산물 유통의 특징은 다음 4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1) 수많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있다. 수많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있다는 것은 상품의 수집과 배송에 그만큼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하며, 일반 공산품에 비해 도축-가공-유통이라는 훨씬 더 많은 단계가 존재한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단계별로 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으며 한우농가의 수가 9만호를 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러한 상황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직거래가 해결방안인 것처럼 제시되고 있으나, 모든 유통경로를 직거래로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2) 생산주기로 인한 수급상의 시차가 있다. 일반적으로 한우는 30개월 사육한 후에 도축되고, 돼지는 10개월, 닭은 1개월 사육하고 도축된다. 소가 자라서 시장에 나올 때면 이미 쇠고기 가격은 낮아지거나 높아질 수 있고 공급과부족에 따라 가격이 폭등락할 여지가 발생한다. 이러한 점이 공산품과 농축산물 수급이 같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또한, 농축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대안으로서 가격이 오른 시점에 수입이나 수매를 통해 시차로 인한 가격 파동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겠지만, 이 경우도 한우시장과 수입쇠고기 시장이 현실적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적인 가격인하 효과는 부분적일 수 밖에 없다.

 

3) 유통의 투명성이 문제가 된다. 농축산물은 공산품에 비해 둔갑판매가 쉽다. 외관만 보아서는 눈앞의 쇠고기가 국산인지 수입산인지 알기가 어렵다. 각종 인증제도와 이력추적제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또한, 브랜드를 통한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비용의 상승은 어쩔 수 없이 부담해야 한다.

 

4) 위생과 안전성 문제가 있다. 잊을 만하면 보도되는 도축장 위생상태, 살충제 계란 등 항생제 관련 사례는 우리 국민들의 안전한 축산물에 대한 요구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구제역이나 AI 같은 가축질병도 국민들은 안전성이라는 관점에서 인식하고 있다. 위생수준은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지속적인 추진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언제쯤에나 개방된 도축장과 닭장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안전을 위한 비용은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값싸고 품질좋은 안전한 축산물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고 본다.


> 생명산업 축산이야기(이천일, 정연근 글, 석탁출판) 115쪽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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