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 '패러다임' 바꾼 '슈퍼 을' TSMC [히든業스토리]
아시아경제 2020.12.30 13:52 최종수정 2020.12.30 13:53
대만공업기술연구원장 맡은 모리스 창
56세 나이에 TSMC 창업
종합반도체기업 시대에 '순수 파운드리' 모델 고안
현대 글로벌 반도체 분업 체제 형성 주도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반도체는 글로벌 분업화가 극히 고도화된 산업으로, 설계에 집중하는 '팹리스'(fabless) 업체와 위탁생산에 특화된 파운드리가 주축을 이룬다. 이 가운데 오늘날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로 손꼽히는 기업 'TSMC'는 대만 반도체의 자존심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도 이른바 '슈퍼 을'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TSMC는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인 동시에 세계 최초의 파운드리이기도 하다. TSMC를 설립한 모리스 창 창업주 겸 전 회장이 파운드리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최초로 고안했기 때문이다. '대만 반도체의 아버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창 전 회장은 어떻게 TSMC를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로 일으켜 세웠을까.
◆미국 반도체 엔지니어에서 대만 연구원장으로
모리스 창 전 회장은 1931년 중국 저장성 닝보시에서 태어났다. 창 전 회장의 가족은 당시 중국 땅에서 벌어졌던 국공내전·중일전쟁 등을 피해 난징, 광저우 등 중국 도시들을 전전하다가 결국 미국에 안착했다. 장중마오라는 이름을 가진 중국인이었던 창 전 회장도 모리스라는 낯선 영어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창 전 회장은 1949년 미국 하버드대에 입학했고, 1952년부터1953년까지 미 매사추세츠공대에서 기계공학 학사,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미국의 반도체 대기업이었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에 엔지니어로 입사한 창 전 회장은 1978년 그룹 전체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1983년에는 전자기업인 '제너럴 인스트루먼트'로 이직, 연구개발(R&D)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미 미국에서 존경 받는 엔지니어였던 창 전 회장은 1985년, 54세의 나이에 미국을 떠나 대만으로 향했다. 당시 대만 정부는 첨단 공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만공업기술연구원'(ITRI) 원장직을 맡아줄 사람을 물색하고 있었고, 창 전 회장에게 이를 제안했다. 창 전 회장은 대만 정부의 요청을 수락, ITRI 원장으로써 대만의 미래 산업을 연구하는 업무를 맡았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겸 전 회장 / 사진=연합뉴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겸 전 회장 / 사진=연합뉴스
◆세계 최초 '순수 파운드리' TSMC 창업
창 전 회장은 1987년, 56세의 나이에 TSMC를 창업했다. 대만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첨단 반도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게 창업의 이유다.
창 전 회장은 미국에서 오랜 기간 반도체 엔지니어로 활동하며 쌓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파운드리'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했는데, 이 사업 모델을 세계 최초로 적용해 설립한 회사가 바로 TSMC다.
당시 세계 반도체 산업은 미국 IBM·TI, 일본 도시바 등의 종합반도체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종합반도체기업이란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모두 맡는 기업을 의미한다.
나노미터 단위의 회로를 다루는 반도체 산업은 설계 생산 모두 매우 까다로운데, 설계의 경우 우수한 엔지니어 인력과 R&D를 필요로 하며, 생산은 천문학적인 액수의 반도체 제조 설비와 공장을 세우고 관리할 자본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종합반도체기업들은 거대한 규모를 무기 삼아 작은 팹리스 업체들에게 기술 이전을 압박하는가 하면, 경쟁을 방해했다.
이때 창 전 회장은 설계 업체들과 경쟁하지 않고, 오로지 위탁생산만 한다는 순수 파운드리 개념을 생각해 냈다. 소규모 팹리스 업체들은 TSMC에 반도체 주문 제작을 의뢰해 안정적인 사업 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고, TSMC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후 브로드컴, 마벨, 엔비디아 등 반도체 설계에만 집중하는 본격적인 팹리스 업체들이 탄생했고, TSMC는 이들의 주문 생산을 도맡으며 반도체 업계에서 결코 빠져서는 안될 '슈퍼 을'로 자리매김했다. 설계-생산이라는 글로벌 반도체 분업화를 주도한 기업인 셈이다.
대만 TSMC 웨이퍼 공장 / 사진=연합뉴스
대만 TSMC 웨이퍼 공장 / 사진=연합뉴스
◆74세 노쇠한 몸 이끌고 기업 위기서 구해
창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74세의 나이에 은퇴했다. 그러나 불과 4년 만에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TSMC가 위기에 빠지자, 노쇠한 몸을 이끌고 잠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회장직으로 돌아온 뒤 창 전 회장은 우선 해고된 숙련 직원들을 다시 복귀시키고,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금융위기 여파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다른 경영자들과 달리 반도체 산업에서는 수요가 복구될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창 전 회장의 공격적인 투자 전략은 빠르게 빛을 봤다. TSMC의 2010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1.95% 늘어난 4195억대만달러(약 16조2640억원)를 기록해 반등에 성공했다.
◆"TSMC 성공 비결, 파트너 덕분"
지난해 TSMC는 1조700억대만달러(약 41조원)의 매출을 올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같은 해 4분기 기준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2.7%로 2위인 삼성전자(17.8%)를 따돌리고 압도적 1위를 달성했다.
TSMC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창 전 회장은 은퇴를 선언한 뒤 5일이 지난 2017년 10월7일, 일 매체 '니케이아시아리뷰'와 인터뷰에서 "TSMC는 직접 브랜드를 만들어 상품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창 전 회장에 따르면, TSMC의 사훈은 설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를 채택하고 있다. 대신 성공 가능성이 큰 파트너들과 굳건한 신뢰 관게를 맺는 것이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창 전 회장은 "어째서 TSMC가 그동안 성공적이었는가? 항상 적절한 파트너들을 발굴해 왔기 때문"이라며 "그래픽의 시대에는 엔비디아를, 휴대폰의 시대에는 애플, 퀄컴 같은 회사들과 비즈니스를 했다"고 강조했다.
.........
1대에 1500억, 이 장비를 확보해야 반도체 패권
조선일보 2020.12.30 16:30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려면 반드시 잡아야 하는 회사.”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는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을 이렇게 부른다. ‘수퍼을’이란 별칭도 있다. 반도체 미세 공정에 없어서는 안 되는 EUV(Extreme Ultra Violet·극자외선) 장비를 만드는 전 세계 유일의 회사다. 반도체 산업에서 5나노 이하(1나노는 10억분의 1m) 미세 공정이 점차 중요해지면서 몸값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EUV 장비로 5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를 만들면 에너지 효율과 성능이 좋아지고 반도체 크기도 줄일 수 있다. ‘ASML이 어디에 장비를 공급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반도체 산업의 패권이 결정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코로나를 뚫고 찾아간 곳이 바로 네덜란드 벨트호벤의 ASML 본사였다.
지난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 삼성전자
◇시가총액 인텔 제친 노광 장비 업계의 왕
ASML은 1984년 가전 업체 필립스와 ASMI라는 반도체 업체가 합작해 만든 노광 장비 회사다. 현재 전 세계 직원이 2만4000여 명에 달하고, 작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32.5% 늘어난 118억유로(약 15조7000억원)다. 올해 매출액은 10% 이상 더 늘어난 132억유로로 예상된다.
전 세계 노광 장비 시장은 ASML과 일본의 캐논과 니콘, 단 3개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ASML은 시장 점유율 85.3%로 압도적인 1등이다. ASML은 특히 반도체가 5나노 이하 시대로 진입하면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했다. 최근 세계 1위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에서 5나노 공정으로 제작한 반도체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5나노 전쟁이 시작됐다. 기존 반도체보다 10~20% 개선된 성능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이 전쟁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무기가 ASML의 EUV 장비다. EUV 장비 수요가 늘면서 ASML의 주가도 치솟았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ASML의 주가는 올해 무려 63% 상승했다. 시가총액(221조532억원)은 왕년의 반도체 제왕인 인텔(220조1911억원)마저 추월했다.
◇생산량이 1년에 40여 대뿐
ASML이 시장 패권을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된 이유는 생산 가능한 EUV 장비 수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극자외선을 이용하는 EUV 장비는 매우 복잡하면서 초정밀성을 요구한다. EUV 장비 한 대의 무게는 180t, 높이는 2층 버스 높이인 4~5m다. 총 10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장비 내부는 진공 상태이고, 0.005도 단위로 온도를 제어하는 기술도 탑재된다. ASML이 EUV 장비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데 20년이 걸렸다. 기술적으로 초고난도이기 때문에 ASML도 한 해에 30~40여 대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EUV 장비 1대당 가격은 1500억원이고, 제작에만 무려 5개월이 걸린다. 현재는 예약이 밀려있어 지금 주문해도 1년 반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ASML은 올해 EUV 장비 35개를 출하하고, 내년엔 47대를 출하할 계획이다. EUV 장비 공급 부족이 반도체 시장을 뒤흔들 요인이 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의 TSMC가 EUV 장비 40대, 삼성전자가 18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엔 TSMC가 30대, 삼성전자가 10대 정도의 EUV 장비를 확보하며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확고한 과점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혁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EUV 장비 제한으로 인해 파운드리 사업은 ‘수요 증가→가격 상승→투자 확대→공급 초과→가격 하락’이라는 기존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며 “파운드리 산업의 장기 호황이 예상된다”고 했다.
최근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도 D램 생산에 EUV 공정을 도입하려 나서며 ASML의 장비 수요는 더욱 커졌다. 메모리 업체들이 EUV 장비 확보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가동한 평택2라인에서 내년부터 EUV 공정을 D램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적용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내년 하반기 ASML EUV 장비로 D램을 만들기로 했고, 미국의 마이크론도 EUV 설비 개발 엔지니어를 모집하며 EUV 공정 도입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ASML이 어느 업체에 장비를 먼저 공급해 주느냐에 따라 EUV 공정을 적용한 D램 출시 시점이 달라지고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패권도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
인텔 파운드리 계획 발표 임박… 삼성전자 수혜 입을까
조선비즈. 2020.12.29 06:00수정 2020.12.29 06:34
인텔, 연초 파운드리 관련 발표… 7나노 공정 지연으로 위탁 맡길 가능성↑
파운드리 세가지 조건으로 ‘공급 일정·품질 및 성능·공급망의 경제성’ 제시
인텔 생산 외주 확대할 경우 반도체 산업 ‘팹리스-파운드리’ 분업화 가속될 듯
TSMC-삼성전자 유력 후보… 기술력 앞선 TSMC 가능성 더 높아
삼성전자, TSMC보다 납품가 저렴… 애플 잃은 인텔, 새 협력 모색할 수도
미국 캘리포니아 인텔 본사./ 인텔 제공
인텔의 파운드리(위탁생산) 관련 발표가 임박했다. 양산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6개월이나 늦춘 7㎚(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공정을 TSMC나 삼성전자 중 한 곳에 맡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연초 발표를 목표로 현재 7나노 공정에 대한 인텔과 타 파운드리 업체와의 양산 능력 등을 비교 평가 중에 있다. 인텔이 삼은 파운드리 평가 기준은 ‘예측 가능한 (공급) 일정·제품의 성능·공급망의 경제성’ 등 세 가지다.
지난 10월 IT 전문매체 PC매거진 보도에 따르면 밥 스완 인텔 CEO(최고경영자·사진)는 "2020년 평가를 마치고 2021년 초 (인텔이) 7나노 장비를 추가 구비해야할지, 파운드리를 맡겨야 할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스완 CEO는 "우리는 7나노에 계속해서 투자할 것이고, 5·3나노에도 투자해 계속해서 종합반도체회사(IDM)를 유지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인텔은 7나노 공정에서 수율(收率·전체 생산량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CPU 양산 일정을 6개월쯤 연기하겠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7나노 공정이 도입된 PC용 CPU 양산 시기는 2022년 하반기로 늦춰졌고, 서버용 CPU는 2023년 하반기로 당초 계획보다 1년쯤 양산이 밀렸다.
이미 AMD는 7나노 공정 제품을 내놓고 있어 인텔을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AMD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TSMC에 5나노 공정 칩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인텔이 미세공정에서 뒤처졌다는 인식이 견고해질 경우 차세대 반도체 경쟁에서 AMD에 밀린다는 위기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인텔은 14나노 공정에서 10나노 공정으로 전환하려던 2018년 후반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10나노 공정이 늦어지면서 14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야 할 제품 숫자가 늘어났고, 각 제품별로 생산이 몰려 수요만큼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당시 인텔은 CPU를 제외한 14나노 반도체 제품을 삼성전자와 TSMC 등 타 파운드리에 맡겨 수급난을 해결해야 했다.
TSMC 대만 공장 전경./ TSMC 제공
인텔이 앞으로 7나노 CPU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타 업체에 위탁해 생산(파운드리) 할 경우 반도체 산업에서의 ‘팹리스-파운드리 분업화’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인텔의 파운드리 후보 회사는 TSMC와 삼성전자가 꼽힌다. 현재 인텔이 필요로 하는 7나노 이하 미세공정이 가능한 업체는 이들 두 회사 뿐이다. 두 회사는 5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했고, 3나노 공정에도 투자를 늘리며 양산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지금까지는 TSMC가 인텔의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기술력이나 양산 능력에서 삼성을 앞서고 있어서다. 인텔이 파운드리의 조건으로 삼은 ‘제품의 성능’에 부합하는 것이다. TSMC는 설계 등에 관여하지 않고, 오로지 생산에만 집중하고 있어 시스템 반도체까지 생산하는 삼성에 비해 ‘비밀유지’가 유리하다는 관점도 있다. 삼성전자는 잠재적 경쟁사가 될 수 있어 인텔이 칩 생산을 위한 설계도를 내주지 않으려 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퀄컴,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유치 제품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데다, 10나노 이하 미세공정 시장에서 TSMC보다 납품 단가가 20~30%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텔이 제시한 파운드리 기준 중 ‘공급망의 경제성’에 들어 맞는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비밀유지’와 관련해서는 시각 차이는 있지만, 지난 2017년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리하면서 시장 신뢰를 쌓는 중이다. 지난 11월 박재홍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부사장은 "파트너와 절대 경쟁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문이 몰린 TSMC가 인텔 제품을 소화하지 못할 경우 삼성전자가 낙수효과를 누릴 가능성도 있다. 인텔의 마지막 기준인 ‘예측 가능한 공급 일정’을 삼성전자가 TSMC보다 더 잘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애플이라는 큰 고객사를 잃은 인텔이 새로운 협력 관계를 위해 삼성전자와 손을 잡는 그림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투자는 "인텔은 애플과 협력 관계가 끝나고 이별하는 상황"이라며 "공정 미세화 지연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파운드리 회사에 제조를 아웃소싱하는 경우 인텔이 TSMC를 배제하거나 TSMC의 가동률이 높아 인텔의 주문을 소화할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손을 잡을 파운드리 파트너는 단연코 삼성전자"라고 했다.
. ......
빠르게 성장하는 반도체설계전문 시장… 점유율 1%대로 고전하는 韓
조선비즈 2020.12.30 11:09
IC인사이츠 "팹리스, 올해 1300억달러로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성장"
퀄컴·애플·엔비디아 등 美 기업이 점유율 65%... 대만⋅중국 순으로 높아
삼성·SK하이닉스 있는 한국, 팹리스서는 고전… "정부가 적극 육성해야"
글로벌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전문기업)의 매출이 올해 1300억달러(약 141조6600억원)를 기록해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기업은 통상 설계만 하는 팹리스와 생산만 전문적으로 하는 파운드리(foundry), 설계·생산을 함께 하는 종합반도체(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로 나뉜다.
현재 한국 팹리스 시장은 중소기업 중심이기 때문에 규모가 미미한 상황이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는 IDM으로 분류돼 있다. 정부는 국내 팹리스도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30일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2010년 635억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팹리스 매출액이 올해 1300억달러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팹리스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32.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시스템(비메모리)반도체 기술 고도화로 설계·생산 영역의 전문화·분화가 빠르게 진행된 것이 팹리스 성장세에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팹리스 시장은 미국이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IC인사이츠 집계를 보면, 미국은 팹리스 시장점유율이 65%에 달한다. 대표적인 글로벌 팹리스 기업인 퀄컴, 애플, 엔비디아, AMD 등도 모두 미국 회사다.
IDM에서는 미국(55%)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한국(29%)은 팹리스 시장에서 만큼은 점유율 1%로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이다. 오히려 대만(17%), 중국(15%)이 미국의 뒤를 잇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컴퓨터 정도에 들어가던 반도체가 모바일·데이터센터 시대로 이어지면서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모바일의 CPU 역할), 데이터센터용 CPU(중앙처리장치)·GPU(그래픽철장치) 등 신규시장이 창출되고 있는데 대부분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며 "현재 5조원 규모의 국내 팹리스 시장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대부분 디스플레이·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을 만들고 있으며, 우수인력 확보·기술 투자 등의 어려움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팹리스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미래차·바이오헬스 분야와 함께 ‘빅3’ 혁신사업으로 정하고, 각 분야 글로벌 1위 경쟁력 달성을 목표로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팹리스 시장점유율을 2%대까지 올리고, 2025년 5%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 규제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AI(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전기차 등이 본격 확산되는 시기인 만큼 이에 들어가는 AP 등 반도체 응용처가 다양해졌다"면서 "정부는 이와 관련 다품종 소량생산을 할 수 있는 국내 팹리스를 적극 육성해야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2020.12.30 13:52 최종수정 2020.12.30 13:53
대만공업기술연구원장 맡은 모리스 창
56세 나이에 TSMC 창업
종합반도체기업 시대에 '순수 파운드리' 모델 고안
현대 글로벌 반도체 분업 체제 형성 주도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반도체는 글로벌 분업화가 극히 고도화된 산업으로, 설계에 집중하는 '팹리스'(fabless) 업체와 위탁생산에 특화된 파운드리가 주축을 이룬다. 이 가운데 오늘날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로 손꼽히는 기업 'TSMC'는 대만 반도체의 자존심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도 이른바 '슈퍼 을'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TSMC는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인 동시에 세계 최초의 파운드리이기도 하다. TSMC를 설립한 모리스 창 창업주 겸 전 회장이 파운드리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최초로 고안했기 때문이다. '대만 반도체의 아버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창 전 회장은 어떻게 TSMC를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로 일으켜 세웠을까.
◆미국 반도체 엔지니어에서 대만 연구원장으로
모리스 창 전 회장은 1931년 중국 저장성 닝보시에서 태어났다. 창 전 회장의 가족은 당시 중국 땅에서 벌어졌던 국공내전·중일전쟁 등을 피해 난징, 광저우 등 중국 도시들을 전전하다가 결국 미국에 안착했다. 장중마오라는 이름을 가진 중국인이었던 창 전 회장도 모리스라는 낯선 영어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창 전 회장은 1949년 미국 하버드대에 입학했고, 1952년부터1953년까지 미 매사추세츠공대에서 기계공학 학사,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미국의 반도체 대기업이었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에 엔지니어로 입사한 창 전 회장은 1978년 그룹 전체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1983년에는 전자기업인 '제너럴 인스트루먼트'로 이직, 연구개발(R&D)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미 미국에서 존경 받는 엔지니어였던 창 전 회장은 1985년, 54세의 나이에 미국을 떠나 대만으로 향했다. 당시 대만 정부는 첨단 공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만공업기술연구원'(ITRI) 원장직을 맡아줄 사람을 물색하고 있었고, 창 전 회장에게 이를 제안했다. 창 전 회장은 대만 정부의 요청을 수락, ITRI 원장으로써 대만의 미래 산업을 연구하는 업무를 맡았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겸 전 회장 / 사진=연합뉴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겸 전 회장 / 사진=연합뉴스
◆세계 최초 '순수 파운드리' TSMC 창업
창 전 회장은 1987년, 56세의 나이에 TSMC를 창업했다. 대만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첨단 반도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게 창업의 이유다.
창 전 회장은 미국에서 오랜 기간 반도체 엔지니어로 활동하며 쌓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파운드리'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했는데, 이 사업 모델을 세계 최초로 적용해 설립한 회사가 바로 TSMC다.
당시 세계 반도체 산업은 미국 IBM·TI, 일본 도시바 등의 종합반도체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종합반도체기업이란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모두 맡는 기업을 의미한다.
나노미터 단위의 회로를 다루는 반도체 산업은 설계 생산 모두 매우 까다로운데, 설계의 경우 우수한 엔지니어 인력과 R&D를 필요로 하며, 생산은 천문학적인 액수의 반도체 제조 설비와 공장을 세우고 관리할 자본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종합반도체기업들은 거대한 규모를 무기 삼아 작은 팹리스 업체들에게 기술 이전을 압박하는가 하면, 경쟁을 방해했다.
이때 창 전 회장은 설계 업체들과 경쟁하지 않고, 오로지 위탁생산만 한다는 순수 파운드리 개념을 생각해 냈다. 소규모 팹리스 업체들은 TSMC에 반도체 주문 제작을 의뢰해 안정적인 사업 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고, TSMC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후 브로드컴, 마벨, 엔비디아 등 반도체 설계에만 집중하는 본격적인 팹리스 업체들이 탄생했고, TSMC는 이들의 주문 생산을 도맡으며 반도체 업계에서 결코 빠져서는 안될 '슈퍼 을'로 자리매김했다. 설계-생산이라는 글로벌 반도체 분업화를 주도한 기업인 셈이다.
대만 TSMC 웨이퍼 공장 / 사진=연합뉴스
대만 TSMC 웨이퍼 공장 / 사진=연합뉴스
◆74세 노쇠한 몸 이끌고 기업 위기서 구해
창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74세의 나이에 은퇴했다. 그러나 불과 4년 만에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TSMC가 위기에 빠지자, 노쇠한 몸을 이끌고 잠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회장직으로 돌아온 뒤 창 전 회장은 우선 해고된 숙련 직원들을 다시 복귀시키고,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금융위기 여파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다른 경영자들과 달리 반도체 산업에서는 수요가 복구될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창 전 회장의 공격적인 투자 전략은 빠르게 빛을 봤다. TSMC의 2010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1.95% 늘어난 4195억대만달러(약 16조2640억원)를 기록해 반등에 성공했다.
◆"TSMC 성공 비결, 파트너 덕분"
지난해 TSMC는 1조700억대만달러(약 41조원)의 매출을 올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같은 해 4분기 기준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2.7%로 2위인 삼성전자(17.8%)를 따돌리고 압도적 1위를 달성했다.
TSMC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창 전 회장은 은퇴를 선언한 뒤 5일이 지난 2017년 10월7일, 일 매체 '니케이아시아리뷰'와 인터뷰에서 "TSMC는 직접 브랜드를 만들어 상품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창 전 회장에 따르면, TSMC의 사훈은 설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를 채택하고 있다. 대신 성공 가능성이 큰 파트너들과 굳건한 신뢰 관게를 맺는 것이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창 전 회장은 "어째서 TSMC가 그동안 성공적이었는가? 항상 적절한 파트너들을 발굴해 왔기 때문"이라며 "그래픽의 시대에는 엔비디아를, 휴대폰의 시대에는 애플, 퀄컴 같은 회사들과 비즈니스를 했다"고 강조했다.
.........
1대에 1500억, 이 장비를 확보해야 반도체 패권
조선일보 2020.12.30 16:30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려면 반드시 잡아야 하는 회사.”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는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을 이렇게 부른다. ‘수퍼을’이란 별칭도 있다. 반도체 미세 공정에 없어서는 안 되는 EUV(Extreme Ultra Violet·극자외선) 장비를 만드는 전 세계 유일의 회사다. 반도체 산업에서 5나노 이하(1나노는 10억분의 1m) 미세 공정이 점차 중요해지면서 몸값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EUV 장비로 5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를 만들면 에너지 효율과 성능이 좋아지고 반도체 크기도 줄일 수 있다. ‘ASML이 어디에 장비를 공급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반도체 산업의 패권이 결정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코로나를 뚫고 찾아간 곳이 바로 네덜란드 벨트호벤의 ASML 본사였다.
지난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 삼성전자
◇시가총액 인텔 제친 노광 장비 업계의 왕
ASML은 1984년 가전 업체 필립스와 ASMI라는 반도체 업체가 합작해 만든 노광 장비 회사다. 현재 전 세계 직원이 2만4000여 명에 달하고, 작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32.5% 늘어난 118억유로(약 15조7000억원)다. 올해 매출액은 10% 이상 더 늘어난 132억유로로 예상된다.
전 세계 노광 장비 시장은 ASML과 일본의 캐논과 니콘, 단 3개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ASML은 시장 점유율 85.3%로 압도적인 1등이다. ASML은 특히 반도체가 5나노 이하 시대로 진입하면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했다. 최근 세계 1위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에서 5나노 공정으로 제작한 반도체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5나노 전쟁이 시작됐다. 기존 반도체보다 10~20% 개선된 성능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이 전쟁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무기가 ASML의 EUV 장비다. EUV 장비 수요가 늘면서 ASML의 주가도 치솟았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ASML의 주가는 올해 무려 63% 상승했다. 시가총액(221조532억원)은 왕년의 반도체 제왕인 인텔(220조1911억원)마저 추월했다.
◇생산량이 1년에 40여 대뿐
ASML이 시장 패권을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된 이유는 생산 가능한 EUV 장비 수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극자외선을 이용하는 EUV 장비는 매우 복잡하면서 초정밀성을 요구한다. EUV 장비 한 대의 무게는 180t, 높이는 2층 버스 높이인 4~5m다. 총 10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장비 내부는 진공 상태이고, 0.005도 단위로 온도를 제어하는 기술도 탑재된다. ASML이 EUV 장비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데 20년이 걸렸다. 기술적으로 초고난도이기 때문에 ASML도 한 해에 30~40여 대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EUV 장비 1대당 가격은 1500억원이고, 제작에만 무려 5개월이 걸린다. 현재는 예약이 밀려있어 지금 주문해도 1년 반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ASML은 올해 EUV 장비 35개를 출하하고, 내년엔 47대를 출하할 계획이다. EUV 장비 공급 부족이 반도체 시장을 뒤흔들 요인이 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의 TSMC가 EUV 장비 40대, 삼성전자가 18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엔 TSMC가 30대, 삼성전자가 10대 정도의 EUV 장비를 확보하며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확고한 과점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혁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EUV 장비 제한으로 인해 파운드리 사업은 ‘수요 증가→가격 상승→투자 확대→공급 초과→가격 하락’이라는 기존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며 “파운드리 산업의 장기 호황이 예상된다”고 했다.
최근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도 D램 생산에 EUV 공정을 도입하려 나서며 ASML의 장비 수요는 더욱 커졌다. 메모리 업체들이 EUV 장비 확보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가동한 평택2라인에서 내년부터 EUV 공정을 D램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적용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내년 하반기 ASML EUV 장비로 D램을 만들기로 했고, 미국의 마이크론도 EUV 설비 개발 엔지니어를 모집하며 EUV 공정 도입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ASML이 어느 업체에 장비를 먼저 공급해 주느냐에 따라 EUV 공정을 적용한 D램 출시 시점이 달라지고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패권도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
인텔 파운드리 계획 발표 임박… 삼성전자 수혜 입을까
조선비즈. 2020.12.29 06:00수정 2020.12.29 06:34
인텔, 연초 파운드리 관련 발표… 7나노 공정 지연으로 위탁 맡길 가능성↑
파운드리 세가지 조건으로 ‘공급 일정·품질 및 성능·공급망의 경제성’ 제시
인텔 생산 외주 확대할 경우 반도체 산업 ‘팹리스-파운드리’ 분업화 가속될 듯
TSMC-삼성전자 유력 후보… 기술력 앞선 TSMC 가능성 더 높아
삼성전자, TSMC보다 납품가 저렴… 애플 잃은 인텔, 새 협력 모색할 수도
미국 캘리포니아 인텔 본사./ 인텔 제공
인텔의 파운드리(위탁생산) 관련 발표가 임박했다. 양산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6개월이나 늦춘 7㎚(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공정을 TSMC나 삼성전자 중 한 곳에 맡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연초 발표를 목표로 현재 7나노 공정에 대한 인텔과 타 파운드리 업체와의 양산 능력 등을 비교 평가 중에 있다. 인텔이 삼은 파운드리 평가 기준은 ‘예측 가능한 (공급) 일정·제품의 성능·공급망의 경제성’ 등 세 가지다.
지난 10월 IT 전문매체 PC매거진 보도에 따르면 밥 스완 인텔 CEO(최고경영자·사진)는 "2020년 평가를 마치고 2021년 초 (인텔이) 7나노 장비를 추가 구비해야할지, 파운드리를 맡겨야 할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스완 CEO는 "우리는 7나노에 계속해서 투자할 것이고, 5·3나노에도 투자해 계속해서 종합반도체회사(IDM)를 유지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인텔은 7나노 공정에서 수율(收率·전체 생산량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CPU 양산 일정을 6개월쯤 연기하겠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7나노 공정이 도입된 PC용 CPU 양산 시기는 2022년 하반기로 늦춰졌고, 서버용 CPU는 2023년 하반기로 당초 계획보다 1년쯤 양산이 밀렸다.
이미 AMD는 7나노 공정 제품을 내놓고 있어 인텔을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AMD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TSMC에 5나노 공정 칩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인텔이 미세공정에서 뒤처졌다는 인식이 견고해질 경우 차세대 반도체 경쟁에서 AMD에 밀린다는 위기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인텔은 14나노 공정에서 10나노 공정으로 전환하려던 2018년 후반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10나노 공정이 늦어지면서 14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야 할 제품 숫자가 늘어났고, 각 제품별로 생산이 몰려 수요만큼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당시 인텔은 CPU를 제외한 14나노 반도체 제품을 삼성전자와 TSMC 등 타 파운드리에 맡겨 수급난을 해결해야 했다.
TSMC 대만 공장 전경./ TSMC 제공
인텔이 앞으로 7나노 CPU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타 업체에 위탁해 생산(파운드리) 할 경우 반도체 산업에서의 ‘팹리스-파운드리 분업화’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인텔의 파운드리 후보 회사는 TSMC와 삼성전자가 꼽힌다. 현재 인텔이 필요로 하는 7나노 이하 미세공정이 가능한 업체는 이들 두 회사 뿐이다. 두 회사는 5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했고, 3나노 공정에도 투자를 늘리며 양산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지금까지는 TSMC가 인텔의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기술력이나 양산 능력에서 삼성을 앞서고 있어서다. 인텔이 파운드리의 조건으로 삼은 ‘제품의 성능’에 부합하는 것이다. TSMC는 설계 등에 관여하지 않고, 오로지 생산에만 집중하고 있어 시스템 반도체까지 생산하는 삼성에 비해 ‘비밀유지’가 유리하다는 관점도 있다. 삼성전자는 잠재적 경쟁사가 될 수 있어 인텔이 칩 생산을 위한 설계도를 내주지 않으려 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퀄컴,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유치 제품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데다, 10나노 이하 미세공정 시장에서 TSMC보다 납품 단가가 20~30%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텔이 제시한 파운드리 기준 중 ‘공급망의 경제성’에 들어 맞는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비밀유지’와 관련해서는 시각 차이는 있지만, 지난 2017년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리하면서 시장 신뢰를 쌓는 중이다. 지난 11월 박재홍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부사장은 "파트너와 절대 경쟁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문이 몰린 TSMC가 인텔 제품을 소화하지 못할 경우 삼성전자가 낙수효과를 누릴 가능성도 있다. 인텔의 마지막 기준인 ‘예측 가능한 공급 일정’을 삼성전자가 TSMC보다 더 잘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애플이라는 큰 고객사를 잃은 인텔이 새로운 협력 관계를 위해 삼성전자와 손을 잡는 그림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투자는 "인텔은 애플과 협력 관계가 끝나고 이별하는 상황"이라며 "공정 미세화 지연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파운드리 회사에 제조를 아웃소싱하는 경우 인텔이 TSMC를 배제하거나 TSMC의 가동률이 높아 인텔의 주문을 소화할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손을 잡을 파운드리 파트너는 단연코 삼성전자"라고 했다.
. ......
빠르게 성장하는 반도체설계전문 시장… 점유율 1%대로 고전하는 韓
조선비즈 2020.12.30 11:09
IC인사이츠 "팹리스, 올해 1300억달러로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성장"
퀄컴·애플·엔비디아 등 美 기업이 점유율 65%... 대만⋅중국 순으로 높아
삼성·SK하이닉스 있는 한국, 팹리스서는 고전… "정부가 적극 육성해야"
글로벌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전문기업)의 매출이 올해 1300억달러(약 141조6600억원)를 기록해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기업은 통상 설계만 하는 팹리스와 생산만 전문적으로 하는 파운드리(foundry), 설계·생산을 함께 하는 종합반도체(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로 나뉜다.
현재 한국 팹리스 시장은 중소기업 중심이기 때문에 규모가 미미한 상황이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는 IDM으로 분류돼 있다. 정부는 국내 팹리스도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30일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2010년 635억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팹리스 매출액이 올해 1300억달러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팹리스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32.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시스템(비메모리)반도체 기술 고도화로 설계·생산 영역의 전문화·분화가 빠르게 진행된 것이 팹리스 성장세에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팹리스 시장은 미국이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IC인사이츠 집계를 보면, 미국은 팹리스 시장점유율이 65%에 달한다. 대표적인 글로벌 팹리스 기업인 퀄컴, 애플, 엔비디아, AMD 등도 모두 미국 회사다.
IDM에서는 미국(55%)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한국(29%)은 팹리스 시장에서 만큼은 점유율 1%로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이다. 오히려 대만(17%), 중국(15%)이 미국의 뒤를 잇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컴퓨터 정도에 들어가던 반도체가 모바일·데이터센터 시대로 이어지면서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모바일의 CPU 역할), 데이터센터용 CPU(중앙처리장치)·GPU(그래픽철장치) 등 신규시장이 창출되고 있는데 대부분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며 "현재 5조원 규모의 국내 팹리스 시장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대부분 디스플레이·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을 만들고 있으며, 우수인력 확보·기술 투자 등의 어려움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팹리스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미래차·바이오헬스 분야와 함께 ‘빅3’ 혁신사업으로 정하고, 각 분야 글로벌 1위 경쟁력 달성을 목표로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팹리스 시장점유율을 2%대까지 올리고, 2025년 5%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 규제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AI(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전기차 등이 본격 확산되는 시기인 만큼 이에 들어가는 AP 등 반도체 응용처가 다양해졌다"면서 "정부는 이와 관련 다품종 소량생산을 할 수 있는 국내 팹리스를 적극 육성해야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흐름 > 연금ETF&주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금 주식시장 과열인가"…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답했다 (0) | 2021.01.06 |
---|---|
투자자들이 주의해야할 내년 5대 글로벌 투자리스크 (0) | 2020.12.30 |
뉴딜주 (0) | 2020.09.07 |
세아들에게 (0) | 2020.09.05 |
2013년 국제 뉴스를 찾아나선 이유 (0) | 2020.08.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