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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이슈/K-Food· ODA

K푸드, 식품한류의 길 넓히다

by 큰바위얼굴. 2014. 10. 23.

K푸드, 식품한류의 길 넓히다

 

문화 아우르며 입맛 현지화… 프리미엄 브랜드로 차별화
아시아인 홀리며 승승장구

 

서울경제 2014.10.22

 

 

 

 

지금으로부터 2,000년전 인류는 실크로드라 불리는 교통로를 통해 비단과 보석, 특산물 등 진귀한 물건을 거래했다. 중국 내륙지방에서 시작해 타클라마칸 사막과 파미르 고원, 중앙아시아 초원 등을 거쳐 마지막에는 지중해까지 이어지는 '그 시절 고속도로' 실크로드는 세월을 거듭하면서 여러 나라와 문명을 발달시킨 자양분이 됐다. 세기가 거듭 흐른 후 인류는 하루 안에 세계 어느 곳이든 갈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물건과 문화가 오가는 길은 매우 중요하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단축된 시간의 덕을 보기 위해 자신만의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휴전선과 바다에 가로막힌 내수시장만 바라보던 우리 기업들도 생명줄을 확보하고자 치열한 길 만들기에 뛰어들었다.

국산품을 나라 밖으로 내보내기 시작한 1960~1970년대 만해도 중화학 산업 위주로 '메이드인 코리아'를 전파하는 데 힘을 쏟았으나 최근에는 문화 콘텐츠로 분류되는 식품과 음악 등을 내세워 생활밀착형 수출길을 개척하고 있다. 특히 높아진 생활 수준과 해외여행 보급화의 영향으로 국내 소비자의 식품 구매기준이 한층 까다로워진 2000년대부터는 북미나 유럽의 여느 식료품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맛과 품질을 간판으로 내걸고 한국만의 푸드로드를 길게 뽑아 나가는 중이다.

물론 우리 식품업계의 식품로드는 아직 실크로드에 비하면 규모와 역사 면에서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시작해 20년 남짓 흐른 지금 우리 식품기업들이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올린 성과는 절대 낮춰볼 수 없다. 대륙 동쪽 끝에 자리 잡은 우리 기업이 가깝게는 중국과 베트남, 멀게는 태평양을 건너 미국까지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대를 거듭해 쌓인 문화 코드를 아우르는 식품은 가전제품이나 자동차와 달리 소비로 이어지는 심리적 문턱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각국에서 들려오는 K-푸드, 즉 한국 식품의 승전보가 놀라울 수밖에 없다.

우리 식품기업들은 수백, 수천 ㎞ 떨어진 지역의 소비자와 먹거리 문화를 공유하기 위해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프리미엄 브랜드 마케팅을 무기로 선택했다. 그중에서도 식문화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비슷한 편인 아시아권을 상대로 올린 성과는 눈부시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서는 문호 개방과 동시에 다국적 식품기업이 이미 깃발을 꽂고 영향력을 과시하는 곳이 많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우리 기업이 선택한 차별화 전략은 주효했다.

한식 전도사를 자청하고 나선 CJ제일제당은 중국·일본·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11개국에 가공식품을 수출하고 있다. 글로벌 한식 브랜드인 '비비고' 제품을 선두로 만두와 양념장, 김치 등 다양한 품목을 각국의 대형 마트와 백화점 등에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인의 취향을 고려해 '닭고기 다시다'를 출시해 시장점유율을 30% 이상 끌어올리고 김치의 시큼한 맛을 줄인 '오이시이 김치(맛있는 김치)'로 일본인 식탁을 사로잡은 것은 CJ제일제당만의 길을 내기 위해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한 성과다.

농심은 올해 한국의 매운 맛을 대표하는 '신라면'을 앞장세워 2,500억원에 달하는 해외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1987년 첫 수출을 시작한 신라면은 현지화 전략과 촘촘한 판매망 구성을 통해 중국과 일본 등 가까운 주변국을 비롯해 미국과 호주, 멕시코, 니제르 등 5개 대륙 90여개 국가에서 접할 수 있는 식품이 됐다.

중국에서 글로벌 브랜드 대우를 받는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도 맛의 현지화, 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를 걸었다. 주요 번화가와 고급 주택가 상권을 공략해 럭셔리한 이미지를 강조한 것, 현지화된 메뉴와 현지 인력 채용 등이 대표적 사례다. 2012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동남아 시장까지 팔을 뻗은 파리바게뜨는 올해 싱가포르에도 진출해 우리나라 식문화를 토대로 더욱 수준 높아진 빵을 전파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지난 1998년 베트남에 첫 매장을 낸 후 최근까지 공격적인 시장 확대 전략을 통해 길을 넓혔다. 앞서 진출한 KFC와 졸리비 등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 기업에 올라선 롯데리아는 우리나라처럼 쌀이 주식인 현지 식문화를 반영해 햄버거 대신 '라이스 메뉴'를 만들었다. 이 메뉴는 밥과 치킨, 신선한 채소 등으로 이뤄져 있고 사이드 메뉴로 베트남식 수프도 추가할 수 있다. 세심하게 기획된 메뉴로 인기 레스토랑 반열에 오른 롯데리아는 지난 9월 200호점 오픈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는 올여름 빙수 메뉴 하나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12개국 디저트 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브런치나 간식을 즐기는 이들 국가에서 카페베네는 고급스럽게 내부를 장식한 매장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디저트 메뉴를 출시해 점포 수를 늘려가고 있다. 드라마와 음악으로 물꼬를 튼 한류 열풍을 십분 활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마케팅도 잇따른 성공을 보장하는 열쇠가 됐다.

주류업계도 현지화와 프리미엄 전략으로 탄탄한 수출길 조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하이트진로는 상하이와 베이징 지역에는 저도주 프리미엄급 맥주 상품(골드프라임·아이비라이트·뉴하이트 등)을, 높은 도수 맥주를 선호하는 동북 3성에는 진한 흑맥주인 '다크프라임'과 '하이트이글' 등을 출시해 좋은 성과를 냈다.

오비맥주는 홍콩과 일본 등지에 연간 1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맥주를 수출하고 있다. 몽골의 대표 프리미엄 맥주로 꼽히는 '카스'를 비롯해 홍콩 시장점유율 1위인 '블루걸',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데스터' 등을 수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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