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발과 하몬 : 돼지의 희생
국제신문 2016.4.21
돼지 상체에서는 목살 삼겹살 항정살 갈매기살 등이 나온다. 돼지는 발과 다리인 하체로도 인간에게 공양(供養)한다. 대표적 음식은 족발과 하몬이다.
고기 종류는 많건만 중국인에게 육(肉)은 오로지 돼지고기이듯이, 발(足) 있는 동물은 많건만 한국인에게 족발은 오로지 돼지 발이다. 족발은 똑같은 뜻의 한자와 한글이 나란히 있는 낱말이다. 일본인을 비하하는 쪽빠리의 어원이기도 한 족발은 예나 지금이나 은혜로운 음식이었다. 중국 당나라 때는 수험생에게 돼지 발인 저제(猪蹄)를 먹였다. 우리도 산모에게 젖이 잘 나오도록 족발을 삶아 먹였다. 현대여성들도 피부미용을 위해 콜라겐 덩어리인 족발을 먹는다. 독일의 슈바인학센, 체코의 꼴레뇨는 대표적 족발 안주다.
돼지 발만 익혀 먹는 족발과 달리 하몬(jamon)은 돼지 뒷다리를 통째 날로 소금에 절여 1~2년 이상 매달아 말린 생햄(生ham)이다. 넓적다리 살이나 삼겹살을 소금에 절여 훈제한 햄, 베이컨과 다르다. 하몽하몽이라는 스페인 에로 영화 덕분에 알려진 하몬류의 생햄을 포르투갈, 이탈리아에서는 프로슈토라 한다. 맛을 유별나게 따지는 남유럽인들이 미식을 위해 만들어낸 별식이다.
이처럼 맛있는 돼지에게 치명적 바이러스가 생겼다. 입(口)과 발굽(蹄)에 물집 역병이 생기는 구제역(口蹄疫)이다. 오늘날 우리가 족발이나 삼겹살, 탕수육, 특별히 하몬을 먹는다면 돼지를 식품으로만 볼 게 아니라 돼지의 희생을 생각하자. 하지만 희생(犧牲) 두 한자에는 소(牛) 만 있다. 돼지가 알면 억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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