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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우리가족 이야기

장갑과 자전거 마스크

by 큰바위얼굴. 2016. 10. 29.

이른 아침,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매주 토요일, 6시면 알람이 울린다. 평일 보다 1시간이 빠른 기상이다. 엊저녁 아내의 눈총을 무릎쓰고 먼저 잤던 결심이 그나마 몸을 일으킨다. 무거운 몸, 회피하려는 마음, 굳이 왜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지 종종 떠올린다.

 

이미 나와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다들 바삐 움직인다. 매주 뵙는 분들에게 마음 속으로 인사한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이러면 1시간의 앞당김과 토요일의 투자는 사람들의 기꺼움에 동화된다.

 

2년 이라는 시간, 그리고 써 내야할 숙제, 세상에 도움이 될 만한 주제, 어깨가 무겁다. 곧잘 해내는 나이건만 늘어난 흰머리카락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몸도 마음도 무겁다.

 

얘들아, 우리는 2년 동안 주말은 없는거야 하며 9월 전에 아이들에게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함을 강조했던 아내. 여보, 일요일이 있잖아 하며 어줍잖은 답변을 한 나. 우리 부모는 나와 그녀의 떠안음 보다는 아이들을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미안해 한다.

 

내일은 전주동물원이 예약되어 있다. 저번 가려고 했는데 기상청에서 안내한 현지 비 온다는 소식에 집에서 발만 동동 굴렀었다. 그런데 비는 오지 않았고 앞으로는 비가 오든아니든 무조건 간다는 원칙을 세운 계기가 되었다. 한참을 잊고 살다가 어제서야 생각이 떠올랐다. 무조건 떠나는 거야, 우리 오딧세이가 아깝지않도록 말이지. 좋아할 아이들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이제 가야할 준비를 해야할 시간이다. 예상 보다 한참 지났다. 마음이 급하다. 이렇게 새벽에 쌓인 마음과 준비들이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길 바라면서, 아침인사를 대신한다.

 

쌀쌀해진 아침 공기에 맞서 장갑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침 자전거로 출근하는 길에 마스크가 필요하다. 그런데 자꾸 잊고말고 추위에 떤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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