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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이슈/시장상황

日 극복한 산업 의병들

by 큰바위얼굴. 2019. 8. 11.

 

 

 

한국일보 시리즈

 

<1> PCT 케이블 세계 첫 개발한 진영글로벌

미래車ㆍ5G 필수 초경량 소재… 日 견제 피하려 신기술 개발 주력

“日기술의존 자존심 상해 개발… 정부지원 없이 R&D, 대출 애로”

 

[저작권 한국일보]김경도 진영글로벌 대표가 4일 회사 실험실에서 기존 제품과 구리량을 대폭 감소해 새로 개발한 필름 버스바(오른쪽) 제품을 들어 모이며 설명하고 있다.오대근기자 /2019-08-04(한국일보)

 

‘폴리사이클로 헥실렌 디메틸렌 테레프탈레이트(PCT)’는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케이블에 사용되는 슈퍼엔지니어링플라스틱이다. 기존 플라스틱 소재와 비교해 습기와 열에 강하고, 화학물질에 부식되지 않는 특성을 가졌다. 무게도 훨씬 가벼워 고부가가치 첨단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부품의 경량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동차의 케이블을 만드는데 안성맞춤인 소재다. 다만 화학물질에 강한 특성은 PCT를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접착제 등을 사용해 쉽게 붙이거나 변형하는 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PCT를 활용한 케이블 개발에 선뜻 나서질 못했고, 기존 첨단 소재에 대한 독점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었던 일본 기업들은 굳이 새로운 소재인 PCT 개발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세계 최초로 PCT 필름을 활용한 케이블 양산에 성공한 국내 기업이 있다. 2005년 설립된 자동차 부품업체 진영글로벌이 주인공이다. PCT 필름 케이블은 기존 제품 대비 무게는 절반도 채 안되지만, 동일한 성능을 내면서도 내구성이 5배 가량 좋다.

 

4일 경기 수원시 광교의 연구실에서 만난 김경도 진영글로벌 공동대표는 “국내 기업들이 첨단 소재에 대한 개발 의지도 크지 않고, 수입해서 쓰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일본 의존율이 99%에 달하게 됐다”면서 “차량용 케이블 소재도 일본 부품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가격이나 성능 면에서 훨씬 우수한 소재를 적용하기 위해 PCT 케이블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진영글로벌이 PCT 케이블 개발에 나선 것은 일본 기업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첨단 소재 분야의 불공정성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국내 자동차에 적용되는 첨단 소재는 일본 기업들로부터 독점 공급받고 있어서, 해당 기업의 공급량에 따라서 국내 완성품의 생산량이 결정되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기술 개발을 하지 못한 국내 소재업체들은 대부분 일본으로부터 페트(PET), 폴리에틸렌나프탈레이트(PEN) 등을 수입해서 높은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데 주력해야 했다. 때문에 관련 산업이 커지더라도 실제 돈을 버는 곳은 일본 소재 기업이었다. 국내 업체들이 신소재를 활용해 신기술을 개발하려 하면, 일본 기업들은 부품 공급 가격을 낮추고 소재 물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견제했다. 이는 결국 대일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진영글로벌은 이런 견제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이 이미 기술을 소유한 첨단 소재를 개발하는 게 아닌, 아예 일본 조차 갖지 못한 신제품인 PCT 케이블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김 대표는 “PCT 케이블의 경우 국내에서 원소재 개발, 필름 생산, 접착 기술까지 국산화가 완료됐다”며 “이젠 역으로 일본 기업이 국내로부터 수입을 요청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첨단 소재를 일본에 의존하려고만 하는 것에 솔직히 자존심이 상했다”는 게 김 대표가 PCT 케이블 개발에 전념한 이유였지만,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는 “약 2년 동안 연구개발 비용으로 40억원 정도 투자했지만, 정부 정책과제 지원금은 대부분 신생벤처기업이나 바이오, 게임산업 등에 집중되다보니 한푼도 지원을 받지 못했다”면서 “기존 사내 유보금과 회삿돈으로만 연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나중에는 자금이 모자라 은행에 대출 신청을 했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대표이사의 연봉까지 삭감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 결과는 눈부시다. 진영글로벌의 PCT 케이블은 현재 기아자동차의 전기차 ‘니로EV’에 공급하고 있고, 다른 차종에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또 독일, 일본, 미국 등 해외 자동차 기업들도 PCT 필름 케이블 공급을 요청하고 있다. 미래 자동차는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드 등의 기능을 탑재하기 때문에 7㎞ 이상의 전선이 사용되고, 그 무게만 수십 ㎏에 달한다. 때문에 차량 경량화를 위해서는 PCT 케이블 같은 새로운 소재가 필요하다. 특히 미국 포드는 불량률 문제로 자동차용 전선을 기존 PET 필름에서 PCT 필름으로 변경하면서 진영글로벌과 독점 계약을 했다.

 

 

진영글로벌은 내년엔 5G 안테나용 소재인 ‘리퀴드 크리스탈 폴리머(LCP)’를 PCT로 대체하는 기술을 양산화할 예정이다. 현재 LCP는 일본 도레이가 독점 생산하고 있고, 이 마저도 애플이 선주문을 마친 상황이다. 다른 기업들은 대체제를 찾고 있다. 진영글로벌은 PCT 주파수 측정을 위한 공인성적서를 준비하고 있다. PCT는 LCP 대비 원가가 크게 저렴하면서도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어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진영글로벌 측은 보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김경도 진영글로벌 대표가 4일 회사 실험실에서 기존의 와이어 케이블을 대체해 산소 및 수분을 차단하는 '커버 레이'를 보여 주고 있다.오대근기자 /2019-08-04(한국일보)

 

 

<5> 코팅 소재 기업 엘베스트GAT

철 소재 부품 부식 막는 아연알루미늄말복합피막 “일본보다 1.5배 높은 성능 자부”

 

김충식 엘베스트GAT 사장이 8일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코팅 소재 국산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일본 기업들이 독점에 가까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공급 가격이나 물량을 조절하면서 우리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고, 코팅 소재를 국산화하기로 결심했다.”

 

 

국내 코팅 소재 기업인 엘베스트GAT의 김충식 사장은 8일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일본 기업의 점유율이 70% 이상이었던 코팅 소재 ‘아연알루미늄말복합피막’을 개발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동차, 선박, 기계장비, 철도, 군수용품, 플랜트 등 전 산업계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시간이 지나면 외부적인 요인으로 부식된다. 부식된 장비는 성능이 저하되고, 최악의 경우 작동이 안 되는 치명적인 결함까지 일으킬 수 있다. 이를 막아주는 게 표면처리(코팅)인데, 국내 산업용 코팅시장은 불과 몇 년 전까지 해외기업들이 독점하고 있었다. 특히 철 소재 부품의 부식을 막는 ‘아연알루미늄말복합피막(징크알루미늄플레이크코팅)’ 분야는 일본 화학기업 ‘NOF’가 70% 이상 독점했다. 때문에 공급자 우위시장이 돼 부품업체들은 코팅을 위해 NOF 측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다.

 

엘베스트GAT는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30년 넘게 합작 관계를 유지해오던 NOF 측과 2009년 결별했다. 이후 약 8년 간 150억원 이상을 투입했고, 결국 코팅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엘베스트GAT의 코팅 소재는 NOF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 부식 방지 성능, 친환경성 측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엘베스트GAT가 개발한 코팅 소재인 아연알루미늄말복합피막은 다른 코팅 방식에 비해 높은 부식 방지 성능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선박, 건설기계 등의 부품 표면 처리용으로 사용되며, 특히 수만개의 부품이 필요한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일본 NOF를 비롯해 미국 ‘마그니(Magni)’, 독일 ‘도루켄(Dorken)’, ‘아토텍(Atotech)’ 등 해외 기업들이 자동차 부품용 아연알루미늄말복합피막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엘베스트GAT 연구원이 '아연알루미늄말복합피막' 가공을 마친 볼트 샘플을 확인하고 있다. 엘베스트GAT 제공

엘베스트GAT는 2017년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국내 자동차 업계 공급을 시도했다. NOF보다 1.5배 가량 높은 부식 방지 성능 등 기술적 장점을 부각시켰지만, 자동차 부품 공급망의 특성 때문에 시장 개척이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자동차는 안전성이 중요한 제품이기 때문에 초기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다”면서 “기술력을 인정받기 위해 다른 판로를 모색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 엘베스트GAT에 기회가 찾아왔다. 조선업체 삼성중공업이 선박 부품의 부식 방지 방식을 기존 ‘핫딥갈바나이징(용융)’에서 아연알루미늄말복합피막으로 바꾼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선박의 경우 건조 과정이 2~3년 가량 걸리고, 대당 가격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부품 부식으로 인한 원가상승 부담이 크다. 엘베스트GAT는 해외 기업들과 경쟁해 삼성중공업의 선박 부품 코팅 사업을 따냈다. 이후 현대중공업과 기술 공동개발까지 완료했고, 국내 조선소 뿐만 아니라 해외 조선업체에 대한 공급도 계획하고 있다.

 

엘베스트GAT는 최근 주물소재에 대한 코팅 기술 개발까지 완료했다. 주물은 공정과정에서 기포가 많이 발생해 철 제품보다 코팅하기 힘들다. 때문에 세계적인 코팅 기업들도 어려워하는 분야다. 주물 코팅 기술은 주로 자동차 브레이크 디스크에 사용된다.

 

 

김 대표는 “해외 기업보다 기술력도 뛰어나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조선업 뿐만 아니라 자동차, 군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과거 외환 위기 시절 원가절감을 위해 소재부품 국산화를 시도한 이후 국내 기술이 발전했던 것처럼 지금의 위기 역시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6> TAC 필름 국산화에 성공한 효성화학

 

효성화학 울산 공장에서 연구원이 TAC필름 제품의 성능을 검사하고 있다. 효성화학 제공

 

현재 디스플레이 산업의 최강은 한국이지만, 그에 앞선 종주국이 일본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렵다. TV 등 완제품 제작에서부터 디스플레이를 만드는데 들어가야 할 핵심 부품과 소재까지, 일본 기업들은 그들만의 완성도 높은 기술로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 해왔다. TV는 물론 디스플레이 패널과 편광판까지 하나 둘씩 ‘국산화’의 길을 뚜벅뚜벅 걷기 시작한 이웃나라 한국 기업들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TAC필름은 TV나 노트북, 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부품, 편광판을 보호해주는 핵심 소재 중 하나다. 투과된 빛을 우리 눈에 보이는 색과 영상을 만들어주는 편광판에는 얇은 막으로 돼 있는 편광 소자가 주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편광소자는 막 자체가 얇다 보니 외부 충격 등에 취약한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걸 보호해주는 게 바로 튼튼하면서도 광학적 기능이 뛰어난 TAC필름이다.

 

효성화학은 2009년 울산에 LCD용 TAC필름 공장을 완공, 국내 기업 중 최초로 필름 양산에 들어갔다. 2013년부터는 충북 옥산에 있는 2호기 공장을 가동, 현재 연간 총 1억1,000만㎥를 생산하고 있다. 물론 효성화학은 국내 유일의 TAC필름 생산 업체이기도 하다.

 

TAC필름의 국산화 과정은 길기도 힘든 과정이었다. 100% 전량 일본에서 수입을 해야 했던 TAC필름을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겠다’며 사업 검토에 들어간 시점이 2004년. 그로부터 양산까지 걸린 시간만 5년이 걸렸다.

 

일단 효성화학에는 휘발유의 일종인 솔벤트를 정교하게 이용해 원료를 녹인 뒤 TAC필름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일본의 후지필름이나 코니카 정도만이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이 ‘기술 국산화’에 나서는 효성화학에 기술 노하우를 알려줄 리는 만무했다.

 

효성화학은 파산 상태였던 독일 아그파에 눈을 돌렸다. 사진용 필름을 제작하던 회사인 만큼 후지 등과 같이 TAC필름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 공장 인수와 함께 기술을 가진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공장 설비를 구하는 것도 난관이었다. 효성화학의 한 고위 임원은 “설비도 당연히 일본 기업들이 만들어 팔고 있었는데, 그들은 애초부터 설비를 우리에게 팔 생각이 없었다”면서 “주요 설비 부품들을 따로 따로 구해서 조립을 하는 식으로 설비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일본이 주도한 시장의 벽도 생각보다 단단하고 높았다. 시장에는 디스플레이 종주국을 자처하는 일본이 TAC필름과 같은 핵심 소재까지 국산화에 성공한 한국 기업을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효성화학 관계자는 “일본 기업에서 고객 회사들에게 물밑으로 효성 제품을 사지 말라는 텃세를 부린다는 소문까지 돌았다”며 “판매가 부진할 수밖에 없었고 계속 사업을 해나가야 하는지 회사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석래 회장(현재 명예회장)의 생각은 확고했다. 사업이 어렵고 계속 적자를 면하지 못했지만 조 회장이 직접 공장 현장을 다니면서 기술팀이나 공장 쪽 인력들과 토론하며 독려했다. 조현준 현 회장 역시 신소재인 TAC 필름 관련 “우리의 고객사인 편광판 업체를 넘어 고객의 고객인 패널업체의 목소리에까지 귀를 기울여 기술개발을 해야 한다“며 기술자들을 독려하고 있다

 

 

양산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 시장에서는 효성화학의 제품을 ‘일본과 동등한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로 평가한다. 삼성이나 LG 등 주요기업에 납품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 업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도 진출에 성공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만 봐도 TAC 소재 필름 분야에서 0%에서 시작해 이제는 45%까지 성장을 했습니다. 언제까지 일본기업들이 최정상에 서 있을 수만은 없을 겁니다.“ 효성화학의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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