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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발전연구/수출입

“관세 낮춰서라도 물가 잡아야” vs “수입산 풀려 농가만 피해”

by 큰바위얼굴. 2023. 6. 22.


“관세 낮춰서라도 물가 잡아야” vs “수입산 풀려 농가만 피해”[인사이드&인사이트]

동아일보  2023-04-18 03:00:00
세종=조응형 기자 , 세종=박희창 기자

커지는 농축산물 할당관세 논란



《“무 가격이 반짝 올랐다고 해서 무관세로 수입 무를 들여오겠다는 건 농가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입니다.”

17일 강동만 제주월동무연합회장은 동아일보에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다음 달부터 무, 대파, 닭고기 등 7개 품목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한시적으로 관세율을 인하한다고 밝히면서 농가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할당관세는 일정 수량의 수입품에 대해 한시적으로 관세율을 낮춰 주는 제도다. 주로 특정 품목의 소비자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했을 때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활용된다. 정부에 따르면 현행 관세율이 30%인 무는 올 5월부터 6월 말까지 수입되는 물량 전체에 관세가 붙지 않는다. 20∼30%인 닭고기는 최대 3만 t까지, 27%인 대파는 5000t까지 0% 관세율이 적용된다.》




● 농가 “무관세 농축산물 수입으로 경영난 우려”
통계청 소비자물가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무 가격은 1년 전보다 16.2% 올랐다. 올 초 제주지역 한파로 3∼6월 출하량이 평년보다 28%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무를 재배하는 농민들은 “최근 무 가격 상승은 단기 한파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강 회장은 “저온창고에 저장된 무가 출하되고 있고, 봄무 파종도 완료한 상태라 자연스레 출하량은 회복될 예정”이라며 “수입 무 물량이 늘어 가격이 떨어지면 농가들은 생산비도 건지기 어려워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가에선 정부가 이미 지난해 농축산물에 전례 없는 규모로 할당관세를 적용한 데 이어 또다시 농축산물에 무관세를 적용하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물가 안정을 위해 소고기, 닭고기, 커피 등 당시 가격이 급등한 7개 품목의 관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했다. 한우협회 등은 당시 미국산과 호주산 소고기 10만 t을 할당관세로 들여온 것이 최근 한우 가격 폭락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4일 한우 지육(1등급) 1kg 가격은 1만4926원으로 1년 전(1만8445원)보다 19.1% 낮다.

그러나 정부는 “국내산과 외국산은 유통시장이 달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국내산 농축산물은 가정 등에서 직접 구매하는 신선 제품이 많은 반면 외국산은 가공제품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무도 외국산 대부분은 단무지나 쌈무 등 가공제품 생산에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외국산 대부분이 가공식품으로 활용되는 닭고기의 경우 지난해 7월 할당관세가 적용돼 그해 수입량이 전년 대비 54%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산 생닭(1.6kg 기준)의 연간 평균 가격은 2016원으로 전년 대비 29.8% 상승하는 등 가격이 뛰었다. 다만 양계농가에선 지난해 7월과 올 3월 연달아 할당관세 적용이 결정되면서 외국산 닭 시장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외국산 닭을 활용한 제품을 내놓고 있어 국산의 입지가 좁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할당관세로 지난해 수입 삼겹살 가격 7.9% ↓
전문가들은 할당관세를 통해 국내 경제 전반의 이익이 커진다는 사실은 여러 실증 분석이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2021년 할당관세를 통해 국내총생산(GDP)은 2000억 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1년 원유 등에 적용된 할당관세로 인해 늘어난 GDP 규모를 1971억 원으로 추산했다. 특히 관세율이 낮아지면서 생산자 가격은 최대 1% 떨어졌다. 분석을 진행한 송영관 KDI 선임연구위원은 “가격이 떨어지면서 소비자에게 생기는 소득 증대 효과까지 포함시키면 할당관세의 정책적 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며 “정부가 포기한 세금보다 할당관세로 나타나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올해도 6월 말까지 0% 할당관세가 적용되는 수입 돼지고기는 가격 인하 효과가 뚜렷했다. 한국소비자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캐나다산 냉장 삼겹살의 월평균 소비자가격은 100g당 1792원이었다. 관세율이 0%로 떨어지기 직전인 6월 평균 가격보다 7.9% 하락했다. 반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이미 0%를 적용받는 미국산은 같은 기간 가격이 0.3% 올랐다. 22.5∼25%인 수입 돼지고기에 대한 관세는 지난해 7월부터 한시적으로 사라졌다.

일각에선 정부의 할당관세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5월 정부는 밀가루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연말까지 수입 밀에 대한 관세를 1.8%에서 0%로 낮췄다. 하지만 한국이 제분용 밀을 수입하는 국가들은 이미 FTA를 맺고 있어 관세가 붙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제분용 밀(257만8646t) 가운데 99%는 미국과 호주, 캐나다, 튀르키예, 프랑스, 독일산이었다. 지난해 수입된 제분용 밀 중에서 할당관세를 적용받은 물량은 1%도 안 된다는 얘기다.

이상현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관세를 낮춰주면 소비자들은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이득이지만 농민 입장에선 가격 하락, 외국산과의 경쟁력 약화 등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할당관세로 농민들이 보는 피해가 어느 정도 되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정부가 할 수 있는 만큼 보상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KDI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지난해 돼지고기, 밀 등에 적용한 할당관세의 효과를 분석 중이다. 정부는 법에 따라 매년 5월 말까지 전년도 할당관세 부과 실적과 결과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 주류·식품업계 “할당관세 품목 더 늘려야”
정부는 할당관세가 농가 피해로 직결되지 않도록 품목 등을 조율하고 있다. 할당관세를 적용할 때 소비재와 함께 농민의 생산비를 줄이는 생산재 품목을 넣는 방식으로 소비자와 생산자의 부담을 모두 덜 수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례로 오리 사육을 위해 필요한 부모 오리 격인 종오리와 종란(종오리가 낳은 알)도 할당관세 품목에 포함돼 현행 12%에서 0% 관세를 적용받게 됐는데 이런 품목은 오리 농가의 생산비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로부터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을 받고 있는 주류, 식품업계에선 할당관세 품목을 더 늘려달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수입 원재료의 관세를 낮춰 주면 그만큼 가격 인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값 상승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는 수입 곡물 품목을 늘려주면 원가가 낮아져 가격 인상 요인을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커진다”고 말했다.

특히 주류업계에선 맥아, 보리 등이 할당관세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맥주의 경우 맥아, 보리 등 원재료의 94%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 물량에 대해 30%의 관세가 붙는다. 주류업체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는데도 국내에선 관세율 혜택이 없어 맥주 업체들은 연간 200억 원이 넘는 관세를 부담해 왔다”고 말했다. 일본은 맥아와 보리에 대해선 할당관세 품목으로 지정해 0%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11년 8월부터 2012년 말까지는 이들 품목에 관세를 매기지 않았다.



관세면제가 물가안정의 수단이 될 수 있을까?
2022.08.09 07:15:02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6월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6%가 올랐다. 24년 만에 최고치다. 정확히 23년 7개월 전인 1998년 11월(6.8%)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6%를 넘은 적이 없다. 게다가 예정되어있는 전기·가스 요금 인상과 추석 명절 대목의 수요가 몰리는 7~8월을 본다면 6.8% 이상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998년은 우리 내부의 문제인 IMF 외환위기 상황으로, 환율은 급등했고 수입 원자재 값이 따라 올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급등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엔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코로나 감염병 위기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세계 각국이 확장적 재정정책을 경쟁적으로 사용하였다. 이는 곧 유동성 팽창으로 이어져 공급인플레이션을 가져오게 했다. 이것 하나만도 문제 해결이 어려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났고 장기화되고 있다.

덩달아 국제 유가와 원자재·곡물 가격상승, 공급망 차질 등으로 재료비·연료비가 증가하였다. 이는 곧 공업 제품뿐만 아니라 개인 서비스 물가까지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게다가 미국이 자국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긴축정책을 펴 우리나라에는 고환율 등의 악재가 더해졌다. 그 이전에는 미-중 무역분쟁이 있었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의 경기침체 경보는 과거의 대내적 원인보다 대외적 원인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대내적 요인만의 문제라면 사실 우리만 잘하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문제 풀이가 수월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코로나 감염병, 전쟁과 그로 인해 되살아나는 신냉전체제의 악령, 그리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 극단의 다양한 대내외 원인으로 해법을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모양새다. 근본적으로 전쟁을 끝내야 하고, 코로나는 종식되어야 하는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정부는 다른 정책에 우선하여 밥상 물가잡기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그 일환으로 국민 체감율이 높은 쇠고기, 돼지고지, 닭고기, 분유, 커피 등 7개 품목에 ‘할당관세’ 0%를 적용하기로 했다. 돼지고기는 전년보다 18.6%, 수입 쇠고기 27.2%, 닭고기 20.1%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0.35%p나 끌어올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할당관세’가 ‘물가인하’라는 결론을 낼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원칙적으로 세금은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국법에서 엄격하게 정한 바에 따라 거둬들여야 한다. 따라서 법에 정확히 명시되지 않고 세금을 더 걷거나 덜 걷을 수 없다. 위법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급박한 상황이 전개될 때는 국회가 열릴 때까지 기다릴 틈이 없다. 자칫 골든타임을 잃을 수 있다.

이에 대비한 것이 ‘탄력관세제도’(flexible tariff system)다. 즉, 관세율의 폭에 탄력성(유연성)을 두어 그 변경의 권한을 정부에 위임한 제도이다. 급한 위기상황에는 법을 고치지 않고도 정부는 위임의 범위 안에서 임의로 세율을 변경할 수 있다. 할당관세(quota tariff)는 탄력관세의 하나로서, 특정 품목에 대해 수입쿼터(할당량)를 두고 그 기준에 따라 부과하는 관세다.

즉, 물자수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특정물품을 적극적으로 수입하고자 할 때에는 해당 수입품의 일정한 할당량(쿼터)까지는 40%p 안에서 기본관세율에서 빼 낮은 관세를 부과하고(할인 할당관세), 반대로 수입을 억제하고자 하고자 할 경우에는 일정한 할당량(쿼터)을 초과하는 수량에 대해 기본관세율에 40%p 범위의 관세율을 더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할증 할당관세) 방식이다. 수입할당제와 관세제도의 기술적인 특성을 혼합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관세법에서는 할인 할당관세를 발동할 수 있는 경우를 원활한 물자수급, 산업의 경쟁력 강화, 국내가격의 안정화, 세율의 현저한 불균형 시정을 위한 경우라고 못 박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세율의 현저한 불균형 시정에 해당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국 할당관세의 궁극적 목표는 ‘수급 원활화’와 ‘국내 가격 안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법의 취지에 따라 할당관세제도(관세 0%)를 식탁 물가의 안정이라는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카드로 내놓았다. 수입품에 관세가 없어지면 그만큼 수입 물가는 낮아지고 서민경제는 나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렇지만 현실 경제는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제 2011년 1월 우리 정부는 돼지고기의 할인 할당관세를 발표했다. 발표와 동시에 해외 수출자들은 기존의 수출오퍼를 취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내 최초 오퍼 가격을 인상하여 실질적으로 기대했던 시장가격 인하효과는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정보가 실시간으로 세계 모든 이에게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할당관세 인하조치가 물가를 잡을 수 있는가?

이론적으로는 당장 할당관세의 인하는 해당 제품에 대한 수입판매 가격을 관세만큼 인하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물품의 공급이 충분치 않고 수입가격이 계속 오르는 때에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일부 업자들이 할당관세 인하 분만큼 그들의 수익률(마진율)을 높여 버린다면 정책효과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할당관세 인하조치는 그만큼 세금이 덜 걷히게 되니 당연히 세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나라의 관세수입은 적어지게 되고 결론적으로 물가인상을 정부가 재정지출로 억제하는 것과 같아지게 된다. 게다가 인하된 할당관세가 원하는 대로 시장에 그대로 전달되면 그나마 나은데, 그렇지 못하다면 혈세로 수출자나 수입자 등 유통업자들만 배불릴 수 있다.

할당관세 인하로 원유, 석유제품, 천연가스, 밀, 원당, 설탕, 펄프의 수입 가격이 10%씩 하락하게 될 시 소비자물가가 어느 정도 하락하게 될 것인지를 분석한 실증 연구결과1)에 따르면, 원유 수입가격의 10% 인하는 소비자 가격을 0.84292%, 석유제품 수입가격의 인하는 0.17871%, 천연가스 수입가격의 인하는 1.78082%, 밀수입 가격의 인하는 0.02936%, 원당 수입가격의 인하는 0.01008%, 설탕 수입가격의 인하는 0.00370%, 펄프 수입가격의 인하는 0.03407%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1) 「할당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 분석」(이영환, 관세학회지, 2011. 12)

우리가 기대했던 바와는 터무니없는 결과가 아닌가. 관세 10%가 하락하면 소비자 물가도 10%가 하락해야 하는데 아무리 잘 줘봐야 1%도 안되는 미미한 가격 인하 효과밖에 못 본 것이다. 즉, 물가인하는 관세의 인하보다는 오히려 환율 등과 같은 다른 요인에 의해 일어나고 있음을 연구결과는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할당관세는 물가를 잡는 수단이기보다는 원활한 원자재공급 및 수출경쟁력제고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안타깝게도 여러 경제지표가 불황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말하고 있다. 작금의 경제위기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관계로 그 해결책 찾기가 더 힘들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그 해법을 찾기가 도통 쉽지가 않은 게 사실이다.

정부는 이 위기를 어떻게든 연착륙, 극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정책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국민에게 보이기 위한 쇼로 그치는 정책은 자기 발등을 찧는 것일 뿐이다. 길게 보고 근원을 찾아 해결하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참조>

「할당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 분석」(이영환, 관세학회지, 2011. 12)

「할당관세의 후생효과에 대한 연구(설탕 할당관세를 중심으로)」(박건영, 관세학회지, 2015. 08)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현)경인여자대학교 무역학과 겸임교수
• (현)관세청 공익관세사
• (현)「원산지관리사」및「원산지실무사」 자격시험 출제위원
• (현)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등 기관 전문위원
• (전)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전)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 • 고려대학교 졸업




무역으로 물가를 잡는다고?
2023.01.07 13:31:25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무역으로 물가를 잡는다고?1)

1) KTV국민방송 “PD리포트 이슈 본(本)” (407회) ‘장바구니 부담안정! 할당관세’편 고태진 관세사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한껏 들뜬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했던 이전과는 다르게 올해 여러 경제지표가 들뜨게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상용근로자인 가구의 실질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했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수치인 월급이 올랐다 해도 시장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이 적어졌다면 인상된 월급은 숫자에 불과하다. 물가의 상승을 잡아야 하는 이유이다.

안타깝게도 지난 7월 6.3%, 8월(5.7%), 9월(5.6%), 10월(5.7%), 11월(5.0%) 등으로 올라갔던 물가상승률이 좀처럼 내려올 기미가 없다. 과거 3년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9년 0.4%, 2020년 0.5%, 2021년 2.5%였다.

오르는 물가 내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물가가 오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간단히 수요와 공급 관계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수요가 증가하거나 공급이 부족하다면 가격이 상승하고 그 반대의 경우는 가격이 하락한다. 즉 수요는 그대로이거나 늘고 있는데 국내 공급이 부족하면 그 부족 부분을 어떻게든 채워 넘치게 하면 물가는 잡힌다. 정부는 국내의 부족한 공급을 해외에서 찾는 전략을 택했다.

예를 들어 요새 조류독감이 급속으로 확산되어 닭, 오리의 살처분 범위를 확대한다는 유쾌하지 않은 소식이 들리고 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국내 사육된 닭만으로는 공급이 부족하여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가뜩이나 치킨 값으로 말이 많은데 치킨의 기본 식재료인 닭의 값이 오르니 연쇄적으로 치킨 값도 덩달아 오르고 물가는 상승하게 될 것이다. 물론 달걀도 부족하게 된다.

그럼 어떻게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외국에서 닭을 수입하면 된다. 여기에 더해 수입 닭에 대한 관세까지 제거된다면, 싸게 수월히 수입 및 공급되어 닭고기의 물가는 빠르게 잡혀갈 것이다.

물가 가격 잡아주는 ‘할당관세’제도

이때 관세를 제거하는 데 쓰이는 수단이 ‘할당관세’제도이다. 물가 안정 등을 위해 수입품의 일정한 수량에 대해 일시적으로 관세율을 낮추거나 높이는 관세제도로, 수입할당제와 관세제도의 기술적인 특성을 혼합한 개념이다. 실제 닭고기에는 그 형태별로 20~30% 정도의 꽤 높은 관세율이 적용돼야 하지만, 현재 0%의 할당관세가 적용되어 관세가 없다. 지금의 추세로 라면 상당기간 할당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할당관세는 물가가 높기 때문에 해당 품목에 대한 세율을 없애거나 낮추어 관련 품목의 가격을 안정시키고 물자를 원활히 수급케 한다.

그런데 축산물 할당관세 적용과 관련하여 농가에서는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위축이 우려되는 상황 속에 추가 할당관세 조치로 공급까지 과도하게 늘면 가격이 폭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한다. 걱정과 달리 할당관세는 국내 생산자의 수입억제 요구와 수요자의 수입촉진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특징이 있다. 뿐만 아니라 특정상품에 대한 국내총생산량과 총수요량을 조절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국내 물가가 너무 높아 수입을 했는데, 만약 물량이 넘친다?

그럼 다시 가격을 원상으로 회복하게 되는 구조로, 농가는 과도히 근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정부는 관련 물품의 공급현황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하겠다. 농가 입장에서는 오히려 농기계나 농자재, 사료용 원료 등에도 할당관세를 추가하거나 지속해 달라는 적극적 행보를 보이며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할당관세제도…정부의 생색내기용?

문제는 정부가 할당관세제도를 정치적으로 과도히 이용하는 측면이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 데 있다. 추운 겨울이 되면서 선제적으로 정부는 서민 난방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LNG, LPG를 할당관세 대상 품목으로 선정했다. 서민층의 동절기 난방비용 부담을 상당 폭 완화시키기 위해 취한 조치로 보인다.

그런데 LPG나 LNG가 과거에는 중동 지역에서 주로 수입했던 게 사실이나, 지금은 호주, 미국 등 FTA 체결국으로 옮겨가 버렸다. 물건의 가격 자체도 상대적으로 싸진 데다 이들 나라산(産) LPG 등은 FTA로 관세가 없다. 따라서 국민이 체감하는 인하금액은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LPG의 경우 kg당 2~3원의 가격 인하효과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FTA 체결국과의 교역이라 할지라도 원산지결정기준 미충족, FTA원산지증명서 미발급 등의 경우에는 FTA를 적용받지 못하지만, LPG나 LNG를 공급하는 회사가 FTA원산지관리를 못할 정도로 영세하지 않다.

삼겹살도 마찬가지다. 이미 할당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돼지고기 중 삼겹살은 국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외식 먹거리다. 그래서인지 이미 1만 톤이던 할당물량이 소진되어 3만 톤(냉동 1.2만 냉장 1.8만)으로 할당물량을 확대시켰다. 기타 부위는 변경 없이 그대로 4만 톤(냉동 3.6만, 냉장 0.4만)을 유지하여, 삼겹살에 대한 할당관세를 연장시키는 효과를 만들었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할당관세의 효과가 과연 정부에서 의도하는 만큼 나올지는 의문이다. 냉동 삼겹살 수입 상위 3개국을 보면 스페인, 네덜란드, 칠레이고 이 세 나라는 모두 FTA가 체결되어 있어 이미 관세가 없다. 게다가 할당관세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추천기관의 추천을 받는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한데, FTA는 삼겹살의 경우 수출자가 보내준 FTA 원산지증명서만 있으면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냉장 삼겹살의 경우는 할당관세의 실익이 있긴 하다. 주요 수입국을 보면 캐나다, 미국, 멕시코인데 미국 0%를 제외하곤 FTA 체결국인 캐나다를 포함해 멕시코의 관세율은 꽤 높다2). 그런데 이것도 조금 더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 한-캐나다 FTA (8,972메트릭톤 기준) 기준량 이하 8.6%, 기준량 초과 13.5% / 멕시코 22.5%

스페인 한 나라에서 수입된 냉동 삼겹살(29,213톤)이 캐나다 등 냉장 삼겹살 수입 3개국을 합친 수입량(13,705톤)을 압도한다. 주로 수입되는 냉동 삼겹살에 대한 할당관세의 유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최근 삼겹살의 외식물가지수가 10.1%로, 두 자릿수 상승한 것이 이를 방증해준다.

그래서 정부가 서민을 위한다는 것을 과장해 포장하는데 이 할당관세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닌지, 정부의 생색내기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아쉬운 대목이다.

할당품목 지정시 공급사슬 분석 선행돼야

정부는 국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실효적 조치를 최우선 고려하여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주먹구구가 아닌 좀 더 정교한 할당관세 효과 분석 선행 후 대상 품목과 할당관세율을 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최종 소비재는 밸류체인상 최후방 산업의 결과물이다.

최종재의 가격은 여러 가지의 원료, 환율, 인건비, 에너지 비용 등으로 결정된다. 이때 최종재에 소요되는 주요 원료 물량을 살펴 가장 효과적인 곳에 할당관세 등을 과감히 적용해야 한다. 이후 이를 원료로 연쇄적으로 만들어지는 많은 제품군에 모두 영향이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선 산업부, 기업 및 유관기관과의 면밀한 공급사슬 분석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인터넷 환경이 급속도로 발달한 현재는 정보가 실시간으로 세계 곳곳에 그대로 공유된다. 정보가 대칭인 상황이기 때문에 애초 수출자가 이런 사실을 알고 계약을 취소하고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2011년 1월 정부가 돼지고기의 할당관세 인하를 발표하자마자 해외 수출업자들은 수출오퍼를 취소하고, 수입가격을 인상하여 실질적으로 시장가격 인하효과가 사라져버린 경우가 있었다3). 정부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국내 기업들과 충분히 소통하며 관리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3) 참조 : [전문가칼럼] 관세면제가 물가안정의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월간조세금융, '22. 08)

마지막으로 앞선 사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할당품목을 정할 때 할당 예정 물품의 FTA와 같은 특혜무역협정 세율 현황과 할당관세의 중복 부분을 확인하여야 한다.

2023년은 검은 토끼의 해로, 풍요를 상징하는 토끼와 인간의 지혜를 상징하는 검은 색이 만난 해라고 한다. 아무쪼록 지혜롭게 대내외 어려움을 이겨내고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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