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 순임씨는 재미가 없단다. 그래서인지 딸의 친구들을 초청해 거하게 한턱내셨다. 1차는 '오늘'이라는 이자카야 식당에서.

종원씨가 사온 꽃을 받으며 활짝 웃으시던 장모님. 다음날까지도 기분이 좋으셨다. 꽃을 받는 일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좋아하시니까. 홍미는 검은색 계열의 스카프를 선물했다. 법복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흐릿하게 찍혀 초점이 흔들렸지만, 내가 나온 사진이 없기에 간직하기로 했다.
"이 식당 너무 좋다." 장모님의 한마디. 분위기 좋은 곳을 자주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세종 나들이가 벌써 한 달이 되어가는데, 그동안 처음으로 외식했다는 말에 놀랐다. "정말?"

길이 길이 남으리니, 참으로 도토리 키재기라. 닮고 닮은 사람들, 여느 만남이 그러하겠지만, 이날은 엄마의 딸에 대한 사랑, 딸네 친구들의 엄마에 대한 사랑이 절절히 흐른 시간이요, 공간이었다.

그리고 다시 만날 그날을 위해 축복을 내려주었다.
'오늘'에서 오늘을 남긴다.



2차는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뚱이네 포차에서. 치즈감자전과 짜글이에 반했다. "맛있다!" 감탄이 끊이지 않는다.

3차를 기대했지만, 나의 피곤한 얼굴을 보고 장모님이 멈칫하신다. 아쉬움이 남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길을 걸으며 땅콩 과자를 받아들고서는 작은 간식 하나에도 기쁨을 숨기지 않으신다. "이렇게까지 좋아하실 일이야?" 웃음이 절로 난다. 종종, 그래 종종 하자고 생각했다.


잠시 도피하듯 바람을 쐬며 야경에 취하고, 식당 내 전경에서 화목함을 느끼며, 고즈넉한 마음에 푸근해진다.
오늘도 좋은 하루였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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