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전주 주택단지, 갈색 지붕들이 흐릿한 어둠 속에서 부드럽게 깨어난다. 노란 가로등 빛이 길게 늘어지고 안개처럼 스며든 조용한 냉기가 피부를 감싼다.
나는 한 손에 카메라를 쥐고 느리게, 더 느리게 걸음을 옮긴다. 발끝에 밟히는 부스러기가 아침 공기에 섞여 사라진다.
어머니는 무릎을 감싸 쥐고, 장모님은 창가에 서서 텅 빈 의자를 바라본다. 아내는 묵묵히 한 걸음씩 나아가고, 영록이는 이를 악문다. 영탁은 휘청거리는 다리로 다시 선다. 치형은 작은 치아를 잡아당기며 고통 속에서 자라나려 한다.
그리고 나는, 밤이면 코에 양압기를 대고, 낮이면 치아 두 개의 빈자리를 생각한다. 의사가 말하길, 이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람은 점점 수선되어 가는 존재인가, 아니면 고쳐지지 않는 균열 속에서 서서히 닳아가는 것인가.
갈색 담장이 끝나는 골목에서 나는 마침내 카메라를 들어 올린다. 금빛 가로등 아래 스며든 이국적인 풍경, 낯설지만 익숙한 이 거리에서 가족의 고통도, 나의 아픔도 빛과 그림자가 되어 한 장의 프레임 속에 갇힌다.
찰칵.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한 장 한 장, 새벽 속으로 녹아드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김성호 w/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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