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든 ‘로컬푸드 직매장’
한겨레 2015.3.9
지난 6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 둔산리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고객들이 저녁 밥상에 올릴 신선한 먹을거리를 고르고 있다. 박임근 기자 |
전주서 둔산주민들 출자 운영
생산농가 직접 방문·가격 결정
“저렴·다양”…매출 예상치 두배
제주선 지질공원 소재 ‘지오푸드’
베이커리 5종 개발…인기 높아
운송거리를 단축해 신선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지역 중심 농산물 유통체계인 로컬푸드가 소비자 쪽에서 판매 가격을 결정하거나 지역만의 고유한 특성을 살린 식품을 개발하는 등 여러 갈래로 진화하고 있다.
전북 완주군 봉동읍 둔산 로컬푸드 직매장은 9일로 개장 한 달을 맞았다. 둔산주민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이곳은 생산자 조합이 아니라 소비자 조합이다. 이미 문을 연 완주군 용진농협과 전주시 효자동 등 4곳이 생산자 조합인 것과 사뭇 다르다. 이 조합은 소비자들이 생산 농가와 직접 접촉해 구매 여부를 결정하고 가격까지 책정하는 등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둔산협동조합은 주민인 조합원 750여명이 1억1000만원을 출자해 만들었다. 조합원들은 1만원인 계좌를 10계좌 이상 들었다. 예비조합원 성격의 회원도 2700여명에 이른다.
둔산협동조합은 웬만한 물품의 안전성 검사를 직접 하고, 물품 심의위원 5명을 선정해 생산 농가를 찾아가 실정에 맞게 가격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개선대책까지도 제시한다.
이곳에선 생산 농가 680명이 출하한 1차 농산품과 마을기업에서 만든 가공상품 등 300여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신선한 식품을 값싸게 판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이곳의 매출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이곳의 매출액은 평일 850여만원, 주말 1200여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예상보다 2배나 높은 성과다.
이달 안에 채식뷔페도 문을 연다. 주민 박선미(31)씨는 “집에서 가깝고, 중간상이 없으니 물건이 저렴하다. 다른 로컬푸드 매장보다 종류가 다양하고 필요한 만큼만 소량으로 팔기 때문에 신선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재(44) 이사장은 “공단이 있는 이곳은 주민 85%가 외지에서 왔다. 경제적 이익을 취하면서 주민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비전문가들이 많다 보니 소통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지금은 극복해 모범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에서는 세계지질공원(Geo-Park)을 소재로 한 지오푸드를 만들어 로컬푸드의 개념을 확장했다. 제주관광공사가 고안한 지오푸드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핵심 지질명소인 산방산, 주상절리, 용머리해안 등의 지질·문화 특성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핵심 지질명소가 있는 지질마을에서 주로 생산되는 식재료를 활용해 그 지역의 특성에 맞는 로컬푸드를 만든 것이다.
용머리해안 지층카스텔라, 하모리층 화산탄 쿠키, 수월봉 감자소보로빵, 성산일출봉 머핀, 서귀포층 패류화석 마들렌 등 핵심 지질명소의 이름을 딴 지오푸드 요리류 12종과 베이커리류 5종 등은 인기가 높다. 베이커리류는 최근 사계리와 성산리에 있는 카페에서 절찬을 받으며 팔리고 있다.
오창현 제주관광공사 융복합사업처장은 “로컬푸드를 지역 브랜드화하려고 지오푸드를 만들어냈다. 관광과 주민들이 생산한 식재료를 결합함으로써 지역경제에 활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관광공사는 다음달부터 마을회나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을 대상으로 요리법을 보급하고, 지오푸드 판매 희망업체를 모집해 인증을 주는 등 상품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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