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이후 돼지 지육가격 상승 4가지 이유
강한 태풍에 부서지지 아니한 배가 어디 있겠냐마는 우리나라 조선업이 한진해운의 침몰에 비견되는 역경 속에서 2018년 1월부터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발주된 선박 물량의 절반 이상을 수주하여 중국을 제치고 전세계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처럼 ‘돼지’는 2000년 이후 강타한 거센 바람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가 한껏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 www.ekapepia.com
< 2000년이후 돼지 지육가격 추세 >
2000년대 초반, 돼지 지육가격은 kg당 2300원을 평균으로 하여 하절기 상승하다가 동절기 하락하는 형세를 나타냈다. 이는 매해 오르고 내림이 반복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1번째 이유 : 2003년 광우병
2003년 5월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자 우리나라는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였고, 같은 해 12월 미국에서도 광우병이 발생하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금지하였다.
그로인하여 2004년에 들어서자마자 쇠고기 수입 금지조치로 인한 육류공급의 저하와 소에서 발생하는 광우병에 대한 불안감이 반사적으로 돼지고기로의 소비로 이어진 것처럼 보일만큼 돼지 지육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여 kg당 3000원대를 열었다. 2004년 들어 돼지 지육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이면에는 2003년 겨울 발생한 유행성설사병(PED)과 이유후전신성소모성증후군(PMWS)에 따른 피해가 예년보다 심각하여 사육두수와 모돈두수가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돼지 지육가격은 kg당 3300원을 평균으로 하여 동·하절기 등락을 거듭하였다.
2번째 이유 : 2008년 광우병 + 사료값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과 관련하여 큰 논란이 있었다. 이 당시에는 '광우병'이라는 단어를 언급 하는 것 조차 정치적인 의도로 해석되기도 했을 정도로 논란의 크기가 컸고 이후 촛불집회와 이명박 퇴진운동이 벌어지는 직·간접적 원인이 되기도 했다(위키백과).
광우병에 대한 불안감이 반사적으로 돼지고기로의 소비로 이어진 것처럼 보일만큼 돼지 지육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여 kg당 평균 4000원대 시장을 열었다. 그 이면에는 당시의 기사 헤드라인만 보더라도 알 수 있을 만큼 급진적으로 발생했으며 시장가격을 뒤흔들어 놓았다.
“돼지 한 마리 키워봤자 1만원도 안 남아요”(노컷뉴스, 2007.12.18.)
“치솟는 사료값에 축산 농가 깊은 시름”(한겨레, 2008.3.23.)
자료 : http://www.mafra.go.kr(배합사료 공장도가격)
< 2000년이후 돼지 사료가격 추세 >
사료값이 폭등하였다. 바이오 에너지 수요 증가, 곡물 재고량 감소, 곡물 수출국들의 곡물 확보 정책 등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하였기 때문이다. 원유가 상승과 운하 통행료 상승 등 해상 운임 또한 상승하여 이를 더하였다. 2007년 6월 kg당 400원 하던 돼지 배합사료 공장도 가격이 체 1년도 안된 2008년 5월 kg당 500원을 돌파하고 2009년 1월 고점인 kg당 630원을 찍을 만큼 급격하게 상승을 거듭하였다. 이때, 2008년부터 2010년 돼지 지육가격은 kg당 4000원을 평균으로 하여 등락을 거듭하였다.
3번째 이유 : 2010년 구제역
“구제역에 사료값마저 올라... 축산업계 죽을맛”(한국경제, 2011.2.26.)
2010년 11월 구제역이 발발하여 다음해 4월까지 사육돼지의 1/3을 살처분함으로써 생산량(공급량)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2011년 6월 국제 소맥·옥수수값 급등 여파로 돼지 배합사료 공장도가격은 kg당 600원을 넘어서고야 말았다.
2010년 12월 돼지 지육가격은 kg당 평균 3872원이었고, 2011년 1월 돼지 지육가격은 kg당 평균 5,863원이었음을 볼 때 당시의 급변상황을 한 눈에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일장춘몽이라! 이는 2012년 10월 돼지 사육두수가 회복되는 시점에 이르러 불과 몇 개월만에 kg당 3,045원을, 2013년 3월 kg당 2,812원을 나타낼 만큼 돼지 지육가격이 폭락하였다. 이때, 당시의 돼지 배합사료 공장도가격은 역대 최대치인 kg당 658원을 나타낼 만큼 축산농가의 부담이 가중되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2011년 돼지 지육가격은 kg당 평균 5800원을 나타냈다.
4번째 이유 : 2014년 세월호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경 대한민국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전복되어 침몰하였다. 안산 단원고 여고생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 부모는 한결같이 아이들에게 보다 더 좋은 것을, 보다 더 자주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이는 쇠고기를 비롯한 육류의 소비로 이어졌다고 본다. 물론 그 이면에는 2013년 초 전 세계적으로 돼지 유행성 설사병이 번지면서 새끼 돼지의 폐사가 이어졌고 그에 따라 돼지 도축 수도 감소하여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는 유통업계의 선행적 물량확보 행태를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도 있겠고, 2014년 10월 기준 도축 수는 전년 대비 9.3% 감소했고, 11월 역시 약 120만 마리 초반에 그쳐 지난해 146만 마리보다 10% 이상 감소한 상황에서 충북 진천 돼지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다시 한번 구제역 파동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축산업계 전체가 긴장한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소비자들의 선호 부위가 늘어난 것도 돼지고기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었다. 과거 삼겹살보다 절반 이하의 가격에도 잘 팔리지 않았던 앞다리살, 뒷다리살 등의 부위가 웰빙 열풍과 함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소비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더구나, “삼겹살에 소주 한잔 힘들어졌네… 돼지고기 공급 늘어도 가격 급등”(동아일보, 2014.5.21.)에서 지적했듯이 도매시장서 거래되는 물량이 적어 가격이 조금만 변하면 큰폭으로 출렁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조금 더 당시의 상황을 기사 본문 내용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돼지고기 공급이 늘어나는데도 삼겹살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행 돼지고기 도매가격 산정 기준이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데다 돼지유행성설사병(PED)에 대한 우려로 물량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돼지고기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이 전체의 10% 정도밖에 안되는데도 이를 바탕으로 기준가격이 결정되다 보니 가격 왜곡 현상이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거래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도매시장에서는 물량 수급이 조금만 변해도 가격이 큰 폭으로 출렁인다. 도매시장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90%는 육가공업체에서 처리한다. 이들 육가공업체는 양돈농가와 돼지고기 값을 정산할 때 도매시장 가격을 적용한다.
여기에 PED 피해로 공급물량이 줄 것을 우려한 육가공업체들이 농가로부터 돼지고기를 계속 사들이는 점도 한몫을 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PED 피해가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점이다.”
2014년부터 2018년 3월 현재까지 돼지 지육가격은 kg당 평균 48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돼지 지육가격은 돼지 경매시장 시장참여자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시장참여자의 심리는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사료값과 소비절벽이라는 2가지 면에서 돼지 지육가격이 변할 것임을 추산해본다.
2015년 7월이후 돼지 배합사료 공장도가격은 kg당 600원 시대를 마감하고 500원대로 현재까지 계속 하강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4년, 2008년, 2011년, 2014년 돼지 지육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던 4개년과 2017년을 비교하면 총 비용 중 사료비의 비율이 대략 51%대로 회복했다. 이는 머지않아 사료값이 올라 농가부담이 가중되어 돼지 지육가격 상승을 견인했듯이 사료값이 하락했다면 돼지 지육가격 또한 하향세로 돌아설 것임을 말해준다.
2018/19년도 세계 잡곡 생산량 증가
USDA-ERS, Feed Outlook, May 14, 2018(세계 식품과 농수산 2018.6월호)에 따르면 육류 생산량 증가는 대부분의 옥수수 수입국에서 옥수수 수입량 증가를 주도하는 요인이다. 주요 수출국의 풍부한 2018/19년도 공급량에 힘입어 수출 경쟁은 심화되고 가격 상승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8/19년도 세계 잡곡 생산량은 13억 4,110만톤으로 2017/18년 수준에서 약 2%(2,440만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중국의 옥수수 및 보리 소비량 증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사료용 및 기타 소비량 증가, 미국의 소비량 증가에 기인한다. 브라질,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의 2018/19년도 옥수수 식부면적은 2017/18년도 수준에서 확대되면서 미국, 인도 등에서의 감소를 상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옥수수 식부면적과 단수는 지역별로 상이한 변동추세를 기록해 왔다. 예전에는 옥수수를 거의 생산하지 않았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옥수수 생산면적은 가장 빠르게 늘어났다. 이들 국가는 옥수수 주요 수출국으로 거듭났으며, 이들의 옥수수 수출량은 10년 만에 약 5배 늘어났다. 우크라이나는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뒤잇는 옥수수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옥수수는 남아메리카의 세계 옥수수의 80% 이상이 8개 국가에서 생산된다. 최대 생산국인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4%, 중국은 21%, 브라질은 9%이다.
더구나, USDA FAS(미농무성 해외농업국) 자료를 기초로 분석했던 돼지고기 소비절벽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월간피그 2017년 9/10월호). ①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증가세는 10% 이하로 곧 떨어질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10년 내 소비절벽(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점이다. 성장 없는 정체된 시장에서 파워게임이 벌어질 것은 자명하다. 1968년 대비 1978년에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증가율은 78% 였고, 1978년 대비 1988년에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증가율은 46% 였다. 이처럼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증가율은 1968년부터 매 10년마다 78%, 46%, 33%, 20%, 12%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② 우리나라 돼지고기 소비량은 2008년 대비 2017년에 돼지고기 소비량의 증가율이 27%로 마치 10% 이하로 하락하려면 아직은 여유가 있게만 느껴지겠지만 이는 커다란 착각이다. 두려운 이유는 1988년 대비 1998년에 우리나라 돼지고기 소비량의 증가율이 77%였고 1998년 대비 2008년에 돼지고기 소비량의 증가율이 62% 였지만, 2008년 대비 2017년에 돼지고기 소비량의 증가율은 27%로 무려 35%P 하락했다. 이는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증가율이 곧 한 자리수 대로 하락할 때 우리나라 또한 동반될 수 밖에 없으며 그 충격은 돈육산업의 자립기반이 어떠한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점을 느끼게 해준다.
현실성 있게 체감하기 위해 가정을 세워보자. 만약 2028년 돼지고기 소비량이 정체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그나마 돼지고기 소비량의 증가율이 가져온 기대효과로 인해 시장에서 벌어진 갖가지 온갖 시행착오가 표면화되지 않은 채 설렁설렁 넘어갔었다면 앞으로는 단 한 번의 실수는 곧 실패로 이어질 개연성이 커질 것이고 이는 곧 실험이나 시험이라는 “인정” 보다는 선택에 따른 “책임”이 커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 방향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돼지고기 소비량이 곧 한 자리 수치대로 하락을 맞이하는 이 때, 가뜩이나 투자비용이 막대한 대형축산기업을 이곳저곳에 용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상가를 지어놓으면 공실은 없어 하는 듯하다. 어찌 되었든 하나 또는 둘 정도의 큰 가게 주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다사다난해 보인다.
③ 그나마 다행스런 점은 1968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 대비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소비량이 0.26%로 “있으나 없으나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었다면 – 패권을 두고 다른 국가와 싸워볼 수도 없는 주권 상실상황을 말함 – 10년 단위로 돼지고기 소비시장이 커진 결과 2017년 현재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 대비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1.75%로 곧 2%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살펴볼 돼지고기 소비시장의 신장 이면에는 국내산의 약진이 있었을지 빗좋은 개살구인지 가르마를 타야 할 일이긴 하지만 아무튼 우리꺼든 아니든 우리나라에서 돼지고기 소비를 그 만큼 하고 있다는 건 그 만한 가치를 확보했으며, 패권의 ‘주’는 아니더라도 ‘부’의 역할은 톡톡히 할 수도 있다는 무척 의미가 큰 일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비하여 건투를 빈다. 감사하다. 김성호.
<참고>
돼지 지육가격과 사료가격(2000~2018.4).xls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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