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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어떻게살것인가

영록아, 욕 본다.

by 큰바위얼굴. 2020. 12. 17.

2013.10.18. 금요일

좁디좁은 공간, 책으로 둘러싸인, 침대를 놔두고 3형제가 서로 좋다고 난리난 이곳은 어디일까?

 

궁핍하다. 배고프다. 희망은 있다. 잘 살아보자. 

암담하지 않았어. 그저 내겐 축복이었지. 하나씩 태어난 내 아이들, 그저 잘 자라기를 바랐어.

현실을 피하지 않았고 잘 하는 걸 더 잘하려고 노력했어.

아무도 없었어. 주변엔. 도와주는 이 보다는 질투하고 시샘하는 이가 더 많았어

그래서일까 나름 승승장구 했지

 

 

 

2020.9.24. 목요일

아침을 먹는다. 이때는 준비해와서 사무실에 먹던 때. 지금은 숙소에서 먹고 나서지

평소 관심이 높은 우주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먹는 중.

난 괜찮아. 좋아. 삶은 생각차이, 마음차이 라는 걸 알아버렸지.^^

 

 

그리고, 오늘.

2020.12.17. 목요일

겨울, 부쩍 추워졌네. 어제 오늘. -16도.

어제저녁 서충주 첨단도시를 한 바퀴 돌면서 아내와 나눈 이야기 중에서 첫째아들 영록이가 마음 쓰여서일까?

키보드를 두드린다.

 

 

내게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선택한다.

 

07:17

 

"아빠, 저는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 겁니다."

"그래. 잘 할 수 있을꺼야."

 

"저는 무엇을 할 지 모르겠어요."

"지금 잘 하는 거, 관심 가는 거를 하면 되지 않을까?"

 

이때까지 영록이와 나눈 대화 중의 한 토막을 생각해봤다. 부쩍 커서 벌써 20살이 되었다. 

 

멀리 볼 수 없을 때는 가까운 곳을 보면 되고, 가까운 곳이 낮아보이면 멀리 보면 된다. 멀고 가깝거나 가깝고 먼 것처럼 돌이켜보면 길은 자신이 정할 수 있는데 요런 것이 잘 안 되는 이유는 순간 빠져드는 게임이랄까, 잠시 미뤄두고 웹툰에 빠져 즐기고나서 하려는 미룬 마음이랄까, 뭐 그것도 아니면 뭐 어쩌겠어 하는 나이가 어려서 오는데에 따른 마치 무수히 많이 남은 듯한 착각에서 오는 바람이랄까, 또는 어제밤의 나처럼 내 죽음 보다 가족의 죽음이 닥쳤을 때를 상상하곤 몸서리치도록 멀리한 마음이랄까? 참으로 많은 이유다.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훌륭한 것이 무엇인지. 단지,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내가 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해야만 할까? 하는 마음가짐부터 그러지 않아도 충분하잖아 하는 타협까지 나서지 않는 이유 또한 한켠에 같이 있다.

 

훌륭하다는 건 상대적이긴 하지만 절대적인 면 또한 있다. 욕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훌륭하다를 나눌 수 있겠고 욕을 먹지 않는다면 그 또한 훌륭한 측에 속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욕이란 남이 하는 것과 자신이 감당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후자의 경우 욕 본다 라는 말이 이와 같다.

 

영록이를 낳은 엄마는 바란다. 훌륭하지 않아도 돼. 지금 좀 보여주면 어떨까? 어제 택배 물류창고를 다녀오고 오늘은 가지 않는다네.

 

"많이 추웠고 뺀돌거리는 사람들이 싫었고 일 잘한다고 아마존 구역으로 데려갔데. 그리고 밖에서 일하다보니 춥고 퇴근 시 인증샷을 찍고 버스에 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네."

 

"하긴 힘들만 하지. 그러니까 사실 그런 경험을 통해 자신을 단단히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입장이 싫으면 자기가 잘하는 것에 더 열중할테고 아니라면 당신의 말마따나 이 또한 극복할 과제로 보고 적극적으로 해도 좋고. 모두 경험이잖아."

 

맞아. 이러쿵저러쿵 부부는 잘도 논다.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다가도 잘 되겠지 하는, 그러면서도 간섭이랄까 직접적인 개입은 하지 않으려고 둘이 잘도 쿵짝을 맞춘다.

 

"사실 지켜보는 게 가장 힘들지만 당신의 날카로운 지적은 아이를 힘들게 할 수 있으니 그런거야."

 

영록이가 엄마보고 "요즘 엄마의 말이 쎄요. 책을 많이 봐서인지 몰라도"에 대해 내게 말했을 때 동조한 말이다. 지켜보는 것이 힘든 건 엄마가 너무 똑똑해서야. 그만큼 아이도 힘들 수 있어. 그러니까 우리 아이를 잘 이끌어보자. 그러면서 스님 말씀 중에 있었던 딱 맞는 이야기를 갖고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좋을 지 궁리한다.

 

"삼수? 글쎄요. 뭘 잘 하든 뭘 하려면 가서 그곳에서 해도 좋고 나아가 대학원 때 도전해도 충분한데 지금 대학이라는 문턱에서 그렇게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봐요."

 

2013.1.22.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모음 65편 중 1:25:00붙어 스님이 상담받는 어머니에게 한 말을 요약했다. 나 또한 동의한다. 아내 또한 동의하고. 그런데 영록이만 모른다. 노래가 절로 나온다. 어~찌합니까?

 

큰 것이 아닌데 큰 것으로 인식하는 아이에게 어떤 말로 나눠야 진심을 전할 수 있을까?

사실, 답은 대학이 아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그건 그냥 과정 중의 하나일뿐. 그로인한 효과는 크지 않다. 특히, 지금처럼 탈대학 탈교육 탈시간 탈공간 처럼 탈탈탈 하는 사회가 당연하게 된 상황에서는 굳이 대학 나오지 않아도 할 일은 많고 팔 구석도 많다. 쓱~싹 하는 것처럼 변해버린 세상에서 굳이 대학이라는 틀을 가져가려는 건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생각해보는 것과 집중해보는 것 외에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누리는 경험이라고 보는데, 이또한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이 대학에 가지 않고 모이지 못하니 글쎄 과연 대학을 대학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그랬다 라는 과정의 인식표라고나 할까!

 

핵심은 대학이 아니라 하고싶은 걸 하는 거다. 하고싶은 걸 모르겠어요 하는 영록아, 그럼 돈을 벌 생각으로 택배 물건을 나르지 말고 현시대의 중추인 택배물류에 대해 밑바닥부터 배운다고 생각하고 돈을 주고서라도 배운다고 생각해봐. 아마, 네가 생각하는 이상의 첨단기술과 시스템이 녹아있을껄?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빠르게 나를 수 있을까는 인류가 고민한 근본적인 과제 중 하나니까. 돈을 벌려고 나가려니 몸이 따르질 않지? 사실, 돈을 주고서라도 배우겠다 마음 먹으면 아마 몸 탓하지는 않을껄? 이처럼 앞으로 하고싶은 걸 모를때는 당장 눈 앞에 있는 사회현상에 진지하게 접근해봐도 좋겠어. 어차피 시간은 흘러간다 라는 군대적 사고는 경계하고 춥고 추워도 하나라도 더 보겠다 라는 마음으로 "제가 아마존 구역을 하겠습니다"라고 손을 들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핵심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노하우를 배우려는 자세다. 

핵심은 밤에 일해서 시간을 떼우는 것이 아니라 밤에 일해서 경험을 사는 것이다.

 

배울 게 뭐가 있을까요? 

설마 이런 말도 안되는 질문을 할 건 아니겠지? 세상은 배울 거 천지고 할 거 천지인데 사람들이 고르는 거잖아. 당장 너만 해도 난 그 수준은 싫어요 하면서 반항(?) 하는 거잖아. 난 달라요 하는 것처럼 행동하잖아. 사실 그런 마음도 필요해. 그래야 힘이 나지. 내가 남들과 똑같다면 사실 힘이 빠지지. 아마 삶의 의욕도 상당부분 잃어버리고 말꺼야. 그러니까 로봇을 경계하는 거지 라고 난 생각해. 아무튼, 니가 바라고 내가 바라고 엄마가 바라는 그 훌륭하다는 건 멀리 앞으로 있을 기대가 아니라고 봐. 그 훌륭하다는 건 단지 지금의 내 마음이나 자세를 투영한 결과에 불과하다는 거지. 아, 피곤해. 새끼들 지들은 일하지 않고 나만 일하고, 뺀돌거리는 놈들 어휴 하면서 남탓하는 건 바로 위에서 봤던 남을 '욕'하는 거지. 사실 이처럼 자기를 깍아내리는 것도 드물껄. 이런 말을 할 수록 작아진다. 자신이.

 

참으로 '욕' 본다 라는 말을 들어봤어?

이 욕이 좋은 거야. 일명 보약이지. 미래를 담보한 바로 그 훌륭함의 정체지. 아마, 너도 알껄? 인정만 하지 않았을 뿐.

 

내 아들, 영록아.

넌 이미 훌륭해. 너의 사상과 너의 말솜씨, 그리고 거침없는 행동까지 모두 사랑스러워.

넌 이미 다컸어. 키는 동생 보다 분발해야 하지만 사실 우리집이 좀 많이 크잖아^^

 

몸과 마음이 다 컸으니 이제 좀 그 잘한다는 공부는 좀 내려놓고 욕 본다 라는 걸 실천해보면 어떨까? 택배물류 시스템을 배워 볼께요. 물류는 앞으로 100년도 더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니까. 하이퍼루프로 돔형태의 도시에서 이동을 하더라도 결국 물건은 배달을 할 수 밖에 없잖아요?

맞아. 물류는 자체생산하는 세상이 열리기 전까지는 흥행할 꺼로 봐. 내 생각에 앞으로 30년 정도 써먹을 수는 있을꺼야. 그정도면 3D프린팅 세상이 어떤 지 체험할 수 있을테니. 그렇다고, 곧바로 3D프린팅 세상으로 넘어가려고 하지는 말고 물류, 그리고 직접생산방식 순으로 접근해보면 어떨까?

 

왜냐하면 3D프린팅을 경험하려면 세상 구석구석을 뒤져서 바로 그곳으로 가야하거든. 아니면 연구를 해야하는데 글쎄. 어떤 방식의 접근이 자신에게 맞을 지는 골라봐도 좋겠네. 좋아. 일단, 물류의 이동 측면에서 세상을 돌아봐봐. 초신선이라는 가치를 내걸고 주문한 후 바로 제품을 포장하여 당일 배송한다는 아이템은 신선하게 고객이 원하는 걸 바로 배달해주겠다는 것이 핵심! 갓신선이라는 말이 최근 나왔는데 이 또한 같은 개념. 여기에서 차이점은 초신선은 정육을 파는 청년들이 5년전 쯤에 시작해서 지금은 대박을 터뜨린 아이템이고 갓신선은 규모있는 기업이 신선식품에 접근해서 최근 마케팅한 걸 내가 본 거지. 없을 때는 유통을 해야지 뭐.

 

생산이 적성에 맞는 사람

유통이 적성에 맞는 사람

소비가 적성에 맞는 사람

 

넌 어느 쪽?

 

생산은 원천기술이 있어야 오래간다는 건 잘 알테고, 원천기술은 바로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만큼 버는 기쁨은 생산이 으뜸. 보람찬 영역이지.

 

유통은 원천기술 보다는 인맥, 다만 최근에는 시간을 앞당겨 집앞에 바로 갔다주는 그걸로 승부를 걸고 있지. 즉, 물류시스템. 플랫폼이 가장 어울리는 곳. 이제는 투자한 만큼 돈 버는 곳. 쉽지 않아. 후발주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통의 변동성은 무한한 틈을 만들고 그 틈을 꽤차면 꽤나 좋은 결과를 얻는 곳. 재미난 영역이지.

 

소비는 불만불평을 잘 하는 사람이 유리해. 써보고 안 좋은 점을 제조사에 말해주고 돈을 버는. 또는 읽어보고 또는 시청하고 나서 안 좋은 점이나 더 좋은 점을 말해주고 돈버는. 사실, 난 이쪽에 관심이 간다. 다 만들어진 것에 대해 코멘트 하려면 그들이 도대체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무엇을 강조하고 그것이 소비자에게 다가왔는지 뭐 그런 걸 비평할 수 있는 거잖아. 그리고 그것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경쟁력이 되는, 사실 만들어 내는 곳이나 유통하는 곳으로 접근하려면 투자금이 많이 들고 그래서 겸사겸사. 다만, 수준이 높아야 해. 만들고 유통한 사람들 보다 인식이든 비판이든 수용하고 남들이 보지 못한 걸 볼 수 있어야 하지. 즉, 자격이 까다로워. 또는 타고나야해서 접근이 쉽지 않아. 단순히 소비자패널은 쉽지만 그건 주업이라기 보다는 부업에 가깝고. 이곳은 현실 영역이지.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아주대? 충남대? 한밭대?

 

일단, 지금 닥친 걸 진지하게 해봐.

그리고 그 경험을 함께 나누고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해보자. 나두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우리가족은 지금 이 주제로 삶의 방향을 정하고 있는 때로 보는데, 함께 가자~ 우리, 응?

 

 

발발 떨리는 손가락으로 썼다지웠다 반복하면서,

아빠가 보냄.

 

 

현재시각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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