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나의 이야기

울고 싶지 않아서

by 큰바위얼굴. 2024. 12. 9.


울고 싶지 않아서


20241208_203542.jpg
3.90MB



새벽 공기는 묘하게 차가웠다. 해나는 앞서가며 신나게 꼬리를 흔들었고, 예티는 뒤따라가며 총총히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들을 따라가며 문득 멈춰 섰다.
별이 보이지 않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뭔가를 떠올리고 싶지도, 깊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걸었다.

장남으로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날 이후 많은 것을 품었다. 책임과 의무, 그리고 홀로 남으신 어머니에 대한 걱정. 장인어른께서도 얼마 전에 떠나셨다. 홀로 남은 장모님을 생각하며 마음 한편이 먹먹해졌다. 그런데도 나는 울지 않았다. 울고 싶지 않았다.

가족은 우리에게 위안도 되지만 때론 짐이 되기도 한다.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 너무 크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문득 깨달았다. 그 짐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닐까? 내 마음이, 내 기대가 나를 무겁게 만든 게 아닐까?

어제 저녁, 영록이와 서희와 함께 한우 구이, 순대찜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빠, 우리 집은 좀 더 따뜻하면 좋겠어요. 그냥 위로하는 말, 그런 거요.” 영록이의 한마디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가 그런 말을 해줘서, 벌써 좀 더 따뜻해진 것 같아.”
서희는 낙지볶음을 내오며, 우리 가족이 얼마나 서로를 아끼는지 강조했다. 섭섭함도 있고, 때론 잔정이 부족해 보일 때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함께였다.

산책길로 돌아와 생각했다. 내가 울고 싶지 않은 이유는, 울어도 달라질 게 없어서가 아니다. 내가 울 때, 나를 보는 사람들이 또 울게 될까 봐서다. 내 강아지들이, 내 아들이, 내 아내가, 내 어머니와 장모님이, 나의 울음으로 슬픔을 더 크게 느낄까 봐서다.

나는 내게 말하고 싶었다. “괜찮아. 너도 사람이고, 너도 힘들 수 있어. 하지만 네가 멈추지 않는 한, 삶은 계속될 거야. 네가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해.”

산책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예티가 뒤를 돌아 나를 바라봤다. 그 순수한 눈빛에 모든 걱정이 내려앉는 듯했다.
“고맙다, 예티야. 그리고 너도, 해나야.”
그래, 울고 싶지 않은 날들 속에서도 나는 충분히 울고 있었다. 내 존재로, 내 사랑으로, 내 걸음으로.

이제는 조금 더 나를 사랑하며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호 w/ ChatGPT.


> 원문 음성.
https://youtu.be/ZsSS8bW-GUA?si=p6S05HDB4H8HvXJJ


'일기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사) 지금 이대로, 충분히  (2) 2024.12.11
갈대 같은 마음  (1) 2024.12.11
새벽 산책  (1) 2024.12.07
첫 눈 같은 위로, 'Love Yourself'가 전하는 자아 존중의 메시지  (2) 2024.11.28
따스한 관심  (0) 2024.11.2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