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세워 반찬가게 오픈, 어렵지 않아요∼
[국민일보 2013.10.16]
성북구 1호 협동조합 '웰빙수라간' 아줌마 대장금들
서울 종암동 먹자골목에 자리 잡은 반찬가게 ‘웰빙수라간’은 여느 반찬가게와는 다른 간판을 갖고 있다. ‘푸드카페 성북협동조합’이 가게 이름 위에 떡 버티고 있다. 손님들 중에는 문을 열고 얼굴만 쑥 들이민 채 ‘조합원이 되어야 반찬을 살 수 있느냐’고 묻는 이도 있다.
지난 11일 오후 만난 웰빙수라간 백유미(41·서울 석관동) 이사장은 “가입을 해야 이용할 수 있는 소비자협동조합인 ‘생활협동조합(생협)’과 헷갈려서인지 그렇게 묻는 분들이 간혹 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필요한 문서수발을 도맡아 한 김효숙(41·서울 정릉동)씨가 “웰빙수라간은 솜씨 좋고 맘씨 좋은 아줌마 5명이 모여 만든 직원협동조합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조리사 자격증이 있는 유미씨와 효숙씨는 웰빙수라간의 ‘대장금’ 노릇을 하고 있다. 손이 재발라 포장 등을 도맡고 있는 이수정(53·서울 돈암동)씨는 갈비집 오리고기집 등 대형 음식점을 했던 경험을 톡톡히 살려 운영에 한몫하고 있다. 다른 일을 하고 있어 오전 근무만 하는 전인숙(54·서울 정릉동)씨와 김영옥(53·서울 정릉동)씨는 청소 정리 등을 맡아 한다.
구청에서 강의도 듣고, 봉사도 하면서 마음이 맞아 차도 마시고 밥도 먹으면서 친해진 이들은 마침 5명이면 협동조합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일을 벌였다고. 올해 초 협동조합을 결성해 반찬가게를 열기로 결정한 이들은 서울시와 구청에서 하는 협동조합 강의를 들으면서 조합인으로서의 소양(?)을 쌓았다.
효숙씨는 “협동조합의 기본 정신이 ‘함께 만드는 행복, 함께 나누는 즐거움’으로, 솔선수범하고 개인 이익을 따지지 않고 서로 도와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소개했다. 단순한 동업이라면 오전 근무만 하는 전씨와 영옥씨에 대해 불만이 터져 나오련만 외려 배려하는 분위기다. 또, 당장 이익금을 받아가지 못해도 조바심치지 않고 느긋하다. 수정씨는 “혼자 가게를 하려면 버거운데 5명이 나누니 부담이 적었고, 동업과는 달리 법인체여서 안심이 된다”며 협동조합의 실질적인 장점을 설명했다. 이들은 500만∼600만원씩 형편에 맞게 내서 자본금을 마련, 지난 7월 가게를 열었다. 그리고, 8월 28일 협동조합 설립 신고필증도 받았다. 성북구 1호 협동조합이다.
효숙씨는 “손발이 척척 맞아 3명이 들어서면 엉덩이가 부딪칠 만큼 좁은 주방에서 350인분 뷔페 반찬도 뚝딱, 도시락 250개도 거뜬히 조리해낸다”고 말했다. 수정씨는 “집에서 속상했던 일도 이곳에서 속내를 털어놓고 위로 받다보면 싸악 풀린다”면서 아줌마 조합원들이 주는 특별 보너스를 자랑했다.
유미씨는 “웰빙수라간의 반찬은 설탕을 줄이는 대신 양파 파인애플 딸기 등으로 만든 효소를 넣어 맛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식자재도 신선한 국산을 고집한다. 효숙씨는 “장아찌 같은 저장 식품 외에 나물 등은 그날 만든 것만 판매한다”고 강조했다. 남은 반찬은 집으로 각자 가져간다고. 그러다보니 식구들이 ‘이제 나물 비빔밥은 싫다’고 항의할 정도.
이들에게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의 도시락 주문이 유난히 많다. 유미씨는 “3500∼4000원에 도시락을 싸달라고 하면 그대로 맞춰주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짠순이 아줌마’ 경력 20년이 넘는 이들은 싱싱하면서도 값싼 재료로 장을 봐서 반찬 수준은 유지하면서 원가는 낮추고 있다. 수정씨는 “아무리 알뜰히 장을 봐도 거의 남지 않아 봉사활동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도 얼굴 한가득 웃음이다. 이들이 거절하면 모양만 그럴 듯한 도시락을 아이들이 먹게 될 테니 남는 게 없어도 기꺼이 주문을 받는 것이리라. 이들은 나누는 즐거움을 실천하기 위해 기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동네 결식아동 2명에게 반찬을, 독거노인 2명에게 도시락을 보내고 있다. 또, 수시로 구내 체육대회 등 행사가 열리면 맛난 도시락도 기부하고 있다.
유미씨가 “수익금이 많아지면 어려운 아이들을 더 많이 돕고 싶다”고 하자 효숙씨는 “2호점을 내서 재취업이 힘든 주부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싶다”고 욕심을 냈다. 수정씨는 “매출이 계속 늘고 있으니 실현가능한 꿈”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아줌마들의 수다가 회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해나가야 하는 협동조합의 특성에 딱 맞으니 도전해보라면서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덤벼들었다가는 큰코다친다고 경고했다. 유미씨는 “다들 서울시에서 자금을 지원해주지 않았느냐고 묻는데 물질적 지원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효숙씨는 “서울시와 구청에서 서류 작성 등을 도와주기는 하지만 결국 조합원들이 발로 뛰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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