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금요일 그러니까 12월 13일 모교 축산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축산물 유통과 관련한 특강을 실시했다.
모교 교수님의 부탁으로 준비한 유통특강은 일반적으로 유통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오해하기 쉬운, 유통이슈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먼저 재학생들이 팀별로 준비한 유통분야에 대한 발표가 있었고, 학생들의 질의응답 그리고 특강을 실시키로 한 필자의 코멘트 및 특강 순서로 준비가 되었는데, 학생들이 한 달여 동안 준비한 유통분야 조사발표는 잘 수집된 자료에도 불구하고 분석에서는 일반인들이 쉽게 범할 수 있는 결론으로 흐르고 말았다.
이번 주간동향은 최근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발표한 축산물유통조사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유통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는 내용으로 꾸며 봤다. 여러 언론에서 보도한 기사가 필자가 만난 학생들이 범한 오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유통분야 주간동향 이슈 제목은 ‘축산물 유통의 오해와 진실’이다. ❞
⑇ 중간유통 없앨 수 있을까?
모교에서 유통분야 특강 때 학생들의 발표 중 한 학생은 생산자의 이윤을 증가시키기 위해 유통단계는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런데 이러한 발언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늘 듣던 이야기다. 보통 정부의 관계자나 정치권 그리고 생산자나 소비자 등 유통업에 종사하지는 않지만, 유통업의 영향권에 있는 사람들이 흔히들 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유통단계의 축소이다.
이 같은 논리가 일반인들에게까지 전파되면서 유통은 사라져야 하는 것, 유통인은 중간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켜 농민에게 돌아갈 몫을 가로채고 소비자는 필요 이상으로 비싼 값에 농축산물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장본인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축산물의 경우 유통단계가 7단계, 8단계가 되고, 복잡하다는 이야기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유통비용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축산물이 유통되기 위해 꼭 필요한 비용으로 주로 소의 경우 농장에서 도축장까지 운송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도축장에서 소를 도살하고, 이를 분할해 상품화하는 비용, 이렇게 생산된 축산물을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하는 비용, 이 축산물을 소매상까지 운반하는 비용, 소매상인 정육점의 임대료, 각종 도구의 감가상각비, 그리고 인건비 등 직접비와 간접비용으로 구성되고 여기에 유통상인의 일부 이윤이 들어가는 것이다.
⑇ 유통의 기능에 주목하라
소 한 마리를 도축해 냉장육으로 판매를 할 경우 보름정도 냉장고에 보관하며 소비자에게 판매를 한다. 그러나 축산물의 가격은 매일 같이 변동하기 때문에 만약 보름 전에 비싸게 구매한 소값이 판매 중 하락을 한다면, 유통상인은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소 값이 상승기에 있다면 오늘 구매한 소를 다음날 비싸게 판매할 수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소고기 유통에 있어 기회와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입고되는되로 판매가 착착 이뤄지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판매가 되지 않을 경우 유통기한이 지난 육류의 폐기나 할인판매, 오랜시간 보관에 따른 물류비 증가 등 여러 리스크가 도사리게 된다. 결국 농가들은 소를 상인들에게 판매하는 순간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위험(가격 등락, 재고 관리 등)을 회피할 수 있다.
유통인에게 주는 비용을 줄인다고 생산자가 소를 도축해서 판매까지 다 한다면, 시시각각 변하는 리스크를 모두 감당해야 하고, 소비자도 만찬가지다. 유통인들은 생산자나 소비자가 하기 힘든 상품의 탐색, 수송, 가공, 보관, 분산이라는 기능을 담당함으로써 일정한 비용을 상품에 붙여 판매하게 되는 것이고,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생산자나 소비자가 직접 하는 것보다는 적은비용으로 일련의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생산자 입장에서 유통인 자신들이 생산한 축산물을 위한 영업사원이 되는 것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담당자가 되어 주는 것이다.
⑇ 유통비용 착시효과
주요 언론의 보도를 보면 올해 소와 돼지는 유통비용이 소폭 상승하고, 닭고기와 계란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단순하게 생각하면, 소돼지를 유통하는 사람은 폭리를 취하고, 닭과 계란을 유통하는 사람은 착해서 자신들의 마진을 줄인 것이 된다. 하지만, 여기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대부분의 유통비용은 고정비용이라는 것이다. 소를 운송하는 운송비도, 도축장에서 가축을 도살할 때 드는 비용도 고정되어 있다. 냉장보관비며, 인건비도 아주 낮은 수준을 유지할뿐만 아니라 한번 세팅되면 보통 1년 정도는 변화가 없다.
그러면 왜 유통비용은 오르게 되었을까. 바로 소와 돼지가격이 하락한 것과, 닭고기와 계란 값이 올랐다는 것을 상기하면 될 것이다. 소와 돼지 값이 하락하면, 고정비인 유통비용은 상대적으로 그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계란과 닭고기 값은 지난해와 올해 실시한 수급조절 사업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지난해 대비 상승했고 고정되어 있는 유통비용의 비중이 작아 보이게 된 것이다. 1998년부터 2012년까지의 유통비용도 살펴보면 2012년 유통비용이 소폭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지난해 소 값이 공급과잉으로 폭락하면서 유통비용이 더 많아 보이는 효과를 준 것이다.
결국 고정비인 유통비의 변화로 인해 유통비용이 등락 한다기보다 수급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축산물의 가격이 유통비용이 높아보이게도 낮아 보이게도 하는 것이다. 참고로 한국농수산유통공사가 조사한 2012년 가을배추의 유통비용은 약 77.1%로 배추한포기가 1000원이면 771원이 유통비용인데 이는 배추의 원가가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유통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는 것이다.
⑇ 유통비용 전반적으로 상승기조
쇠고기 유통비용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2000년대 들어서 쇠고기 유통이 저비용의 냉동유통에서 고비용의 냉장유통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쇠고기 유통트랜드가 냉장으로 바뀌고, 소매창구도 저비용의 정육점에서 화려하고 안락한 매장환경을 갖춘 슈퍼마켓, 대형마트 등으로 전환되면서 소매부분에서 차지하는 유통비용의 증가폭이 두드러진다.
여기에 인건비는 물가상승과 최저임금상승 등의 이유로 매년 조금씩 상승할 수밖에 없는데 인건비가 들어가는 간접비, 상인의 인건비라 할 수 있는 이윤부분의 비중이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유통비용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축산물의 가격 변동폭이 더 크기 때문에 이러한 비용의 상승 기조를 상쇄시키거나 더 크게 부풀려 보이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 고비용 축산물 유통
축산물은 일반 농산물과 달리 고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농장에서 생산 즉시 상품으로 가치를 갖는 일반농산물과 달리 육류의 경우 도축이라는 처리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각종 폐기물의 처리비용도 많이 나온다.
여기에 고농도의 유기물질인 축산물은 쉽게 부패하고 그로 인한 식중독 사고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냉장 또는 냉동 유통을 해야만 한다. 콜드체인 시스템은 도축단계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단계까지 구축이 되며 시스템 구축에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한다. 여기에 냉장 또는 냉동 상태를 유지시켜야하기 때문에 모든 단계에서 많은 비용을 촉발시킨다.
⑇ 가격 등락, 유통인은 억울하다
이러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축산물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생산자는 유통인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 낸다. 하지만, 유통인들은 쇠고기 가격을 일부러 낮춘 적이 없다. 보통 축산물 가격의 하락은 공급과잉에서 촉발되는데, 공급과잉을 촉발시켜 가격이 내려갔다면, 생산자 스스로 먼저 반성을 해야지 유통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는 사리에 맞지 않는다. 이는 축산물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유통인들을 적으로 만들면서 유통인들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게 만든다. 소비자들도 뉴스에서는 소고기 값이 폭락했는데 소매점에서는 별로 가격이 내리지 않았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유통구조를 단축시켜야 한다는 불만을 늘어놓기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앞에서도 육류가격에서 차지하는 축산물 원가 비중은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절반은 유통비용인데 축산물 원가가 10% 내렸다면 실제 고기값은 5%가 내린 것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체감가격은 별로 내리지 않은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생산자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했는데 가격이 하락하는 공급과잉 구조속에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지만, 유통인들에게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식의 행동은 결국 유통인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면서 축산물 판매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다른 생각, 같은 꿈, 종잡을 수 없는 논리나 혼동 속에서 허우적되지 말기를 바라면서, 웹서핑 중에 접한 글을 스크랩해 봅니다.
참고로, 본문에서 인용한 책은 2012년과 2013년에 발간한 '축산물 유통실태' 보고서 입니다. 본 블로그 내의 '유통실태' 코너에 있습니다. 글쓴이로서 의미를 더합니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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