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돼지는 복돼지다. 여러 사람들에게 행복을 준다.
앞서 살펴봤듯이 돼지 경매시장의 약 50%가 2등급 이하다.
> 관련글: 돼지 경매시장의 현안(http://blog.daum.net/meatmarketing/1905)
어쩌면 경매시장의 약 50%가 2등급 이하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냐고 되물어볼 수 있다. 물론 시장이 그러하니 그러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지만 파고들다보니 이상한 구석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1. 돼지 가격결정구조
2. 돼지 원료돈 정산방식
3. 돼지 출하태도
한돈산업이 발전하면서 농가는 규모화를 꾀했다. 유통업체 또한 규모화를 추구한다. 규모화 경제는 시장의 자연스런 흐름이요 방향이라는데는 다른 의견이 없을 것이다. 규모화를 이룩한 농가와 유통업체는 안정적 거래를 위해 장기계약을 맺는다.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런데 자연스런 흐름 속에 방치된 시장이 상존하고 있으니 바로 시장의 가격을 결정짓는 경매시장이다.
<누구나 알만한 내용>
가. 해가 갈수록 경매시장 출하물량이 줄어들고 있다.
나. 경매시장에 출하하는 돼지의 품질이 나쁘다.
다. 경매시장에 출하한 돼지 가격을 기준으로 농가와 유통업체 간 거래를 한다.
라. 돼지를 출하할 때 생체중량이 무거울 수록 농가수취가격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출하전 절식에 관심이 높지 않다.
마. 돼지의 체내에 소화되지 않은 사료는 사료값 낭비 외에도 폐수처리비 증가를 가져온다.
바. 위가 무거운 돼지는 차량으로 이동중에 스트레스를 더 받아 신경질을 부린다. 육질이 저하된다.
A농가는 안정적 판로의 확보와 생산에 대한 집중을 위해 규모있는 유통업체에서 요구한 인센티브와 패널티 조항을 받아들였고 품질이 좋을수록 러브콜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품질이 떨어지는 돼지는 경매시장에 내놓으면서 이윤은 극대화하면서 경영안정을 꾀한다.
B농가는 유통업체로부터 러브콜을 받지 못했다. 품질이 들쑥날쑥하고 출하두수가 일정치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하니 누구나 자유롭게 출하가 가능한 경매시장에 내놓는다. 안 받아주니 어쩌랴 울며겨자 먹기다.
결국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돼지가 경매시장에 모여 경합을 벌인다. 중도매인은 가뜩이나 품질이 뒤쳐진 돼지고기를 팔기 위해 고심하는데 부담스런 상황에서 계속 그러한 돼지만 주로 출하되다보니 판로마저 가격 대비 양적 승부가 가능한 대량수요처(가령, 급식, 부페, 장례식당)로 집중할 수 밖에 없다. 품질이 균일하지 못하니 저가에 매도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리콜이나 클레임은 예외로 두더라도 판로마저 잃을지경에 처한다. 품질로 경쟁하려는 수요자는 점차 중도매인을 찾지 않는다. 이는 결국 유통업체의 규모화에 일조한다. 구입경로가 단순화된다.
경매시장은 농가의 자유로운 출하처로서의 기능과 거래가격의 결정이라는 역할 외에도, 수요자 즉, 대형 식육포장처리업체 외의 중소규모의 5만여 정육점이나 60만여 음식점이 원할 때 지육을 경매시장에서 직접 구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흔치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만약 경매시장이 없어진다면 시장자율적인 가격결정 외에도 대형축산기업에 대응할 중소규모 업체의 판로가 막히는 셈이다. 자생력을 갖추거나 틈새시장을 열기가 그만큼 힘들어진다. 그러면 유통시장의 변화요인이 축소되고 규모화의 가장 큰 폐해인 독과점시장의 형성을 촉발할 수 있다. 이처럼 경매시장은 유기적인 관계 속에 나름의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자유라는 이름 아래 가치 상실을 유기한 셈이다. 누군 웃고 누군 운다.
이런 질문을 받는다.
Q. 경매시장 출하가 줄어든 것이 문제입니까? 중도매인이 처리할 물량이 한정적으로 수요처에 대한 능력이 뒤떨어져서 입니까?
답은 간단하다. 출하물량이 줄어들고 출하된 돼지의 품질이 그러하니 중도매인 또한 그러하게 움직일 수 밖에 없었지 않겠느냐는.
농가와 유통상인 간에 장기계약으로 인해 경매시장 출하량이 적어지고 있으며, 적은 량의 경매시장 출하량의 품질이 뒤떨어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유추할 수 있다.
가. 경쟁력 있는 농가에서 좋은 품질의 돼지는 유통상인에게 매매하고, 품질이 떨어지는 돼지는 골라서 경매시장에 출하한다.
나. 경쟁력이 약한 농가는 유통상인과 거래할 길이 좁아짐에 따라 일체 경매시장에 출하한다.
자, 그렇다면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소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경매시장에 출하하는 돼지의 품질을 높이자는 것이 첫번째요, 경매시장에 출하하는 물량을 일정 수준만큼 높혀보자는 것이 두번째이다.
(1단계) 경매시장에 출하하는 돼지의 품질을 높히려면 경쟁력 있는 농가에게 요구할 수 있다. 골라서 내는 얌체짓을 하지 말라고. 그렇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시장논리 상 실현가능성은 매우 낮다.
(2단계) 그래서, 경매시장에 경고등을 달자. "당신 농가의 2등급 이하 출하비율이 50% 입니다" 처럼 해당 농가에게 알려주자. 독려하는 측면에서 운용하자.
(3단계) 그렇지만 해도해도 안 되는 것을 출하성적을 알려준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하니 2등급 이하 출하비율이 높은 농가를 대상으로 기회를 주자. 이렇게 이렇게 하십시오 라고 컨설팅지원을 해주자. 그런 다음에 그렇게 했는데도 못한다면 "출하자제 권고"를 하자. 경고등의 연장선상에서 운용하자.
(4단계) 그렇다고 매몰차게 해당 농가가 망하게 둘 수는 없다. 그러하니 1단계부터 3단계까지 과정을 생략하고 곧바로 4단계를 검토할 수 있다. 4단계는 바로 어차피 품질이 떨어지는 돼지고기가 유통되는 경로상 판로(가령, 급식, 부페, 장례식당)에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일이다. 2등급이하 돼지수매법인 형태를 검토할 만 하다. 거래가격은 당일 지육평균가격 대비 70~80% 정도에서 정해볼 수 있다. 또다른 방법으로는 육가공업체 출자형태의 연합법인 형태를 검토할 만 하다. 육가공품의 원료육으로 이용한다.
즉, 미국에서 돼지를 등급판정한 후 "Acceptable" 등급과 "Utility" 등급으로 2분법 하는 것처럼 "Acceptable" 등급은 일반 소비시장으로 "Utility" 등급은 육가공시장으로 향하도록 정해도 좋겠다. 이것의 기준은 1등급으로 정하면 합리적이겠지만 규격돈 출하비율 대비 소비가능 물량이 적으므로 적정 선에서 도체중량과 등지방두께 및 결함요인 등에 따라 정해도 좋겠다.
사실, 2등급 이하를 주로 출하하는 돼지 농가는 시장논리로만 본다면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이처럼 돼지 경매시장으로 유입되는 품질이 떨어지는 돼지의 출하를 다른 방향으로 유도함으로써 경매시장에 유입되는 돼지의 품질이 좋아질 것이고 좋아진 품질만큼 찾는 수요가 많아질테고 그러다보면 경매비율 20% 정도까지에 도달만 한다면 더할나위 없다 하겠다.
잘 키운 돼지는 복돼지다. 여러 사람들에게 행복을 준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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