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과 비교해 본 우리나라 축산물 가격형성에서의 시사점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은 모두 축산물의 가격 형성이 시장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이는 자율시장 경제에 기반한다. 다만, 가격 안정대를 벗어나거나 가축질병이 발생한 예외적 상황에 대해서는 특별 개입을 하고 있다.
가. 대부분의 국가는 모두 축산물의 가격안정 추구
일본의 축산물 가격안정대
일본은 1971년 돼지고기, 1991년 소고기 수입자유화가 실시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대하여 ‘축산물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기초하여 가격안정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이 법은 지정식육(소고기와 돼지고기)의 도매가격을 안정시켜 가격의 급등락을 방지함으로써, 소비자에게는 지정식육의 안정적인 공급을, 그리고 생산자에게는 농장경영의 안정을 도모할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제도의 목적은 생산자의 경영 안정과 안정적인 육류 공급을 위한 것이다. 기준이 되는 가격은 도매가격이며, 도매가격의 상한(안정상위가격)과 하한(안정기준가격)을 설정한 후, 도매가격이 하한선인 안정기준가격보다 낮아지면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수매하고, 안정상위가격을 상회할 경우에는 방출하는 방법 등을 통해 가격 안정을 도모한다.
축산물 가격은 시장 자율에 맡기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같이 축산물 경매시장을 통해 형성된 가격을 기준으로 축산농가와 유통업체에서 거래를 하고 있다.
자료 : 일본농림수산성 홈페이지
<일본의 육류 가격안정제도>
EU의 축산물가격 특별 개입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06년 12월을 기해 유럽연합의 21개 품목별 공동시장조직(Common Market Organization : CMO)을 하나의 공동시장조직으로 통합할 것을 제안하였다. 가격정책은 역내 시장개입, 공공 시장개입 등이 있으며 공공 시장개입은 개입가격을 정하여 시장가격이 개입가격을 하회하는 경우 수매하는 정책이다. 가축질병이 발생한 예외적 상황에 대해서는 특별 개입을 한다. 집행위원회는 역내외 유통과 교역의 제한을 감안하여 특별 지지수단을 발동할 수 있는데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그 대상이 된다.
유럽연합(EU)은 매년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대한 참조가격을 책정한다. 이 정책가격은 육류 시장의 과거 경험과 앞으로의 추세 그리고 시장상황을 감안해서 설정된다. 돼지고기의 참조가격은 2010년 기준으로 표준등급 지육 톤당 1,509.39유로로 정한 후, 참조가격의 103% 미만이 되면 수매한다. 수매가격은 참조가격의 78 내지 92% 수준에서 집행위원회가 결정한다. 쇠고기의 참조가격은 2010년 기준으로 소고기 R3급 황소지육 톤당 2,224유로로 회원국 또는 회원국내 지역에서 소고기 가격이 연속 2주 동안 톤당 1,560유로 미만으로 떨어지면 수매한다. 수매가격은 집행위원회가 경매 방식을 통해 수매가격과 수매물량을 결정한다. 축산농민이 받는 것은 개입가격이 아니라 매입가격이다. 매입가격은 소고기의 질에 따라서 제각기 다르다. 질이 다른 소고기에 각각 상하선의 매입가격대가 있으며, 이들 상하한 매입가격은 매입가격과 밀접한 관계 아래서 도축율과 지육 및 정육율에 따라 조정된다.
우리나라의 축산물가격 수급 조절
과거 우리나라는 2010년말 구제역으로 인한 돼지 생산기반이 낮아져 2011년 축산물 가격이 급등한 때는 수입할당관세를 낮춰 수입축산물이 국내산 돼지고기의 부족한 공급량을 보충토록 했으며, 그 이전에는 농협을 통해 수매하는 방법을 취하기도 했다. 또한, 2012년말 돼지 생산기반의 조기회복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급락한 때는 사료비 지원처럼 보조적인 방법을 강구한 바 있다. 또한, 2014년 하절기부터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한 때는 다음과 같이 사육농가 스스로 거래가격을 자율 인하토록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 돼지고기(탕박 기준) 가격안정을 위한 자율조정 지급율(2014년) >
가격 | 지급률 |
5,700원 이상 | -2% |
5,200원∼5,700원 | -1% |
3,700원∼5,200원 | 0% |
3,200원∼3,700원 | +1% |
3,200원 미만 | +2% |
나. 수출선진국은 ‘불측’ 경매방식 보다는 ‘예측’ 직거래 가격형성 선호
미국, EU 등 축산물의 수출선진국은 과거 축산물시장에서 몇몇 중도매인을 통해 시장에 맡겨 가격을 결정하는 경매방식 보다는 축산농가와 축산기업 간의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내수·수출 등 시장상황을 감안하여 직접 가격을 결정하는 직거래 방식으로 전환되는 추세에 있다. 이는 축산농가와 유통업체들의 규모화와 관련이 깊다. 특히, EU의 경우에는 자국에서 생산한 축산물을 외국으로 수출하는 수출주도형으로 산업을 육성해오면서, 자국내 축산업의 보호 및 수출을 모두 달성하기 위해 생산자, 도축장 및 정부기관 대표자들이 모여 일정 기간 동안의 축산물가격을 사전에 결정하여 축산농가의 소득안정을 기본으로 도축장 및 육가공업체의 상황 뿐만 아니라 수출대상국의 시장상황도 함께 고려하면서 축산물가격을 결정하는 체계가 이미 정착되어 있다. 미국은 대형축산기업 중심으로 수출을 주도하면서 기존의 경매방식 보다는 장기거래로 안정적인 공급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축산농가와 직거래 하는 거래형태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런 반면, 일본과 우리나라는 축산물 수입국으로서 화우와 한우 등 국내산 축산물을 브랜딩하면서 내수 중심으로 고급화전략을 꾀하면서 수출입과 무관한 중도매인을 통해 축산물 시장에서 경매제를 통한 가격형성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도축가공업자는 오랫동안 현물시장에서 도축용 비육돈을 구매해 왔으나, 1990년대 이후 이러한 현물시장의 기능은 크게 감소하고(정민국 외 2011), 현물시장 구매를 대신하여 도축가공업자들은 자가 사육이나 농가와의 조달계약을 통해 도축용 비육돈을 조달하고 있다. 생산자가 현물시장보다 계약을 선호하는 이유는 먼저, 판매가 간단하기 때문이며, 대규모 돼지 생산자의 경우 비육돈 출하 때마다 현물시장에서 매번 중계인 등을 통해 구매자와 협상하는 것보다 도축가공업자와 다년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또한, 계약판매의 경우 출하되는 모든 돼지가 같은 공장으로 운송되기 때문에 운송 준비가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비용이 절감되며, 마지막으로 지육률이 높고 도체 품질이 좋은 비육돈을 생산하는 농가의 경우 계약판매 시 얻는 순 가격(기준가격에 할증 또는 할인을 적용한 최종가격)이 현물시장 가격보다 높으므로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도축가공업자도 품질관리 및 비용절감 측면에서 현물시장보다 계약거래를 선호하는데, 도축가공업자는 계약에 의해 도체 품질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할인된 가격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육돈 구매를 위해 운영하는 구매장 수를 줄임으로써 비육돈 확보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따라서 도축가공업자는 일반적으로 농가와의 계약거래 시 현물시장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지급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는 현재 도축장 구조조정, 협동조합형 패커 육성, 축산물 유통실태 모니터링 등 다각도의 방법으로 대형축산기업을 통한 유통구조의 단순화 및 규모화를 실현코자 지속적으로 추진 중에 있다. 거점도축장을 중심으로 대형패커의 밑그림이 2018년 목표로 추진되는 지금, 축산선진국의 가격형성 변화과정을 거울삼아 축산물 도매시장의 경매제에 안주하지 말고 국내산 축산물의 가격이 보다 공정하고 예측가능한 방법으로 결정될 수 있는 제도의 개선을 모색할 때라고 본다.
미국에서 현물시장에서의 비육돈 거래감소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다시말해, 비육돈 가격발견과정에서 현물시장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는 점인데, 현물시장 가격은 현재까지 비육돈 거래의 기준가격으로 인식되어 현물시장뿐만 아니라 가격 식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계약에서도 기준가격으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현물시장에서의 비육돈 거래의 감소는 생산자와 구매자에게 현물시장 가격이 비육돈의 시장 가치를 적절히 반영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공한다. 또한, 거래규모가 작으므로 인위적인 수급조절로 인한 가격조작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또한 축산물 도매시장(현물시장)의 물량 감소에 따른 가격형성의 적정성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같이 축산물 의무보고법과 같이 축산농가와 대형축산기업(유통업체) 간 거래가격을 시장에 공개하게 하거나 공공기관을 통해 축산농가와 유통업체 간 거래가격을 조사토록 하여 시장에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다. 대형축산기업은 생축 매입가격 보다는 부분육 판매가격에 초점
축산업의 규모화 실현은 결국 시장 자율적인 가격결정이라기 보다는 관계자 상호간에 직접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된다. 조합 중심의 대형패커는 생축 매입가격 보다는 향후 유통시장에 판매할 가격 대비 조합원(축산농가)에게 환원할 이윤에 대한 관심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다시 말해, 조합 중심의 대형패커는 공동체 성격이 강해짐에 따라 매출액 대비 농가수취가격이 책정될 여지가 크다.
그 실례로 미국의 양계산업은 전통적으로 기초가격 인용제(Base Price Quotation System)에 의해 가격결정이 이루어져 왔는데, 이는 수요와 공급이 비교적 잘 반영된다고 본 뉴욕, 로스엔젤레스, 보스턴, 시카고 등의 시장가격을 기준해 여기에 적절한 프리미엄이나 할인을 고려하여 다른 유통단계의 가격을 결정하는 제도이다.
미국의 닭고기 시장은 1960년대 이전만 해도 군소 업체들이 많았고 생닭 시장이 90%를 점하였다. 이때는 보관기간, 날씨, 운송문제로 닭고기 가격 변동이 심했으므로 생닭을 기준한 가격이 주를 이루었다.
그 후 1960년대에는 12개 도시 평균 생닭가격을 USDA가 취합하여 고시하면 이 가격을 기준으로 유통당사자들이 운송비, 닭 사이즈, 품질 등을 고려한 흥정에 의해 닭고기 가격이 결정되었다. 그 후 A&P와 같은 대형 슈퍼마켓 체인이 등장하면서 이것이 가격 결정의 해결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즉, 대형 슈퍼마켓의 닭고기 가격이 미국의 닭고기 가격 기준이 되었던 것이다.
1970년대에는 미국의 육계산업이 계열화체계에 의해 대형화되면서 Tyson이나 Holly Farms와 같은 닭고기 전문회사가 등장했다. 이때는 대형 슈퍼마켓 가격 보다는 Urner Barry사가 고시하는 고시가격에 대한 공신력이 높아지면서 Urner Barry 고시가격이 미국의 닭고기 가격 기준이 되었다.
1980년대에는 미국의 육계산업은 가공산업으로 발전했고, 1990년에 들면서 Tyson을 포함한 몇몇 회사가 시장가격이 아닌 자사의 닭고기 생산원가를 기준하여 가격을 책정하기 시작했다. 미국 Tyson사의 닭고기 가격결정 구조를 보면 생닭가격은 아예 존재하지 않으며 부분육에 의한 시장 상황(수요와 공급)을 고려하여 플랜트 매니저(공장장)가 가격을 결정·발표하여 이 가격을 기준으로 대리점 가격이 결정된다.
앞에서 살핀 미국 닭고기 가격결정구조의 변화는 현재 축산계열화 달성률이 93%에 이른 우리나라 육계 시장에서 이미 나타난 가격결정 구조라는 점이며, 이는 향후 산지 및 유통 중심으로 거대 묶음조직이 일어날 여지가 큰 한우 및 양돈산업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성호.
참고문헌 : 김성호, 축산물 경매시장 가격발견 기능에 대한 시장참여자 의식조사, 2016.8., 양계연구, 닭고기 가격결정구조 살펴보기, 20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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