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산발전연구/대체육

채식을 하면 지구를 살린다?

by 큰바위얼굴. 2017. 11. 17.

찬반 양론이 지배적인 사회를 살고 있다. 나를 위해 너를 죽이려는 듯이 대한다. 그렇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회에서 '나'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그럼, 축산인은?  그런 방향에서 참고바란다. 김성호.

 

본 내용은 다음의 글들을 기초로 작성한 글이다.

 

 

육식 vs 채식 = 육식 + 채식 = ?

발전연구 2017.11.16 16:53

 

"채식을 하면 지구를 살린다" 찬반 | 시장상황 2017.11.15 09:12:14 "채식을 하면 지구를 살린다" 찬반 상황. 1. 채식을 하면 지구를 살린다는 쪽의 주장들 채식을 하면 지구를 살릴 수 있어요 / 2009.2.16, KISTI의 과학향기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매일 먹는 점심이건만 답

 

 

 

“채식을 하면 지구를 살린다?”
이분법적 사고의 함정, 그 이면을 들여다 본다.

 

채식을 하면 지구를 살린다? 마치 당연하다고 여긴다. 육식은 No, 채식은 Yes. 마치 식물을 섭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위이며 동물을 섭취하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행위라고 본다. 식물은 자연을 이롭게 하지만 동물은 자연을 헤친다고 본다. 이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두고 뚜렷하게 나타난다. 환경을 살리려면 식물을 살려야 하고 동물은 줄여야 한다고 한다. 심지어 동물을 가축으로 기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금부터 ‘채식 vs 육식’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의 함정을 들여다 보면서 해당 주장들이 얼마나 치열한지 그리고 육식을 부정한 틈새시장을 놓고 채식과 배양肉, 肉대체품의 개발이 얼마만큼 진전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현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채식주의를 실현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채식과 육식의 이분법적 사고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지금, 축산인들에게 묻고자 한다.

 

“안녕하십니까?”

 

정작 축산인으로서 고민해야 할 꺼리는 바로 ‘이것’이라고 보는데 계란 산란일자 표시 등을 두고 갖은 자충우돌 상황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제1장. “채식을 하면 지구를 살린다” 는 쪽의 주장

(채식을 하면 지구를 살릴 수 있어요. 2009.2., KISTI의 과학향기 칼럼, KISTI. 내용 편집)

 

밥맛이 없다며 즐겨찾는 자장면, 햄버거, 스파게티. 예전에는 우리 음식문화에 없던 음식이었는데 하루에 쌀밥을 먹는 일은 평균 잡아서 1끼를 넘지 않는 사람도 많아졌다. ‘혼밥족’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만큼 1인 가족이 증가했으며 편의점이 슈퍼마켓인지 음식점인지 헛갈리기 일쑤다. 라면, 빵, 국수 등의 인스턴트 식품이나 육류 소비가 쌀 감소량만큼 증가했다.

 

또한 바쁜 일상생활로 인해 운동은 덜하고 고지방의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의 변화 때문에 성인병이나 이에 따른 각종 질병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웰빙과 채식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육류 소비의 증가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쌀을 위주로 음식을 섭취했던 아시아까지도 육류 소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가축 수가 늘어나게 되면 물 소비량도 증가하고, 그에 따른 에너지 소비도 늘어나게 된다. 쌀 1kg 생산을 위해 물 3,000리터가 필요한 데 비해 쇠고기는 1kg 생산을 위해 1만 5,500리터가 필요하다고 하니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주 사료인 곡물의 사용량도 증가했으며 지구에서 재배되는 곡물의 1/3이 축산용으로 쓰이는데 쇠고기 1kg을 얻기 위해서는 사료가 10kg 필요하므로 쇠고기 소비량 증가에 비해 사료의 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이런 축산에 막대한 사료가 쓰인다는 점뿐만 아니라 다량의 이산화탄소도 배출된다는 점이다. 축산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를 차지하는데 특히, 메탄가스 발생량의 37%가 축산에서 나온단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23배나 크다고 하니 더욱 치명적이다. 가축 분뇨 문제도 심각해진다. 가축들이 내놓는 엄청난 양의 분뇨는 고체와 액체가 섞여 있기 때문에 저장이 어렵고, 유기물이 발효되면서 악취를 풍긴다. 가축의 분뇨를 퇴비로 처리하기도 하지만 하수처리하거나 바다에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라젠드라 파차우리에 따르면 쇠고기 1kg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36.4kg 발생하는데, 이는 승용차로 250km를 주행할 때와 100w 전구를 20일 동안 켜놓는 것과 같은 양이라고 한다. 이러한 계산에 따라 라젠드라 파차우리 박사는 자동차 사용량을 줄이는 것보다 고기 소비량을 줄이는 게 지구 온난화 방지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쇠고기를 1kg 안 먹으면 그만큼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기에 말 그대로 채식을 하면 지구를 지킬 수 있다는 말은 빈말이 아닌 셈이다.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육류 소비가 줄면 산림파괴도 줄고, 물이나 에너지 소비도 줄고, 동물이 가져다주는 2차적 질병(광우병, 조류독감 등)의 피해도 줄기에 일석삼조가 아닐까 한다.

 

우리는 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도 지나친 육류 섭취는 줄여야 한다. 무조건 고기를 먹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지구를 생각하며 육류 섭취를 자제해보자.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우리도 지키고 지구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제2장. “채식이 지구를 구한다? 글쎄요” 라는 쪽의 주장

(“채식이 지구를 구한다? 글쎄요”. 2017.11.14., 서울신문. 내용 편집)

 

가을에서 겨울로 옮겨 가는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쉽게 피곤하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옆에서 “고기를 안 먹어서 그래. 내가 살 테니 고기 먹으러 가자”고 하면 갑자기 기운이 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저런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가 생기더라도 채식하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환경단체 등에서 육식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육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미국인들 전체가 완벽한 채식주의자가 되더라도 지구온난화를 줄이는 효과는 높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인류사에서 가장 큰 변화로 꼽히는 산업혁명 이후부터 소득이 증가하면서 육류를 먹을 수 있는 인구도 점점 늘어났다는 것인데, 실제로 경제학자들은 한 국가가 빈곤에서 벗어나는 가장 첫 번째 신호가 육류 소비량의 증가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생태학자들이나 기후학자들은 세계적인 육류 소비 증가에 대해 마뜩잖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육류 소비의 증가가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는 생각 때문이다.

 

현대 문명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가 인간의 식생활 변화이고 그 핵심에 육류 소비가 있다고 비판하면서, 미국의 경우 곡물의 70% 이상이 소를 비롯한 가축들에 의해 소비되고 있다는 사례까지 든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제러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그런데 미국 버지니아공대 동물 축산과학과와 미국 농림부 낙농사료연구센터 공동연구팀이 ‘모든 미국인이 비건(Vegan)이 된다면 과연 지구온난화를 줄일 수 있을까’라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이산화탄소의 감소 정도와 그 밖의 장단점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13일자에 실렸다. 비건은 고기는 물론 우유나 달걀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일컫는 단어다.

 

연구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면서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메뉴 중 하나인 햄버거를 기준으로 분석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햄버거에 들어가는 패티 4개를 생산하는 데는 동물사료 25㎏, 목초지 25㎡, 물 220ℓ가 필요하다고 한다. 3억 2000만명의 미국인이 모두 비건이 된다면 농업에서 만들어 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현재 축산업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보다 28%나 줄어든다고 한다. 현재 미국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축산업이 미치는 영향은 절반에 가까운 49% 정도이다. 연구팀은 일부 과학자나 환경운동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고기를 덜 먹는다고 해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방출량이 획기적으로 그리고 엄청나게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고기 생산을 위해 축산업에서 사용하는 모든 토지를 식량 개발을 위한 경작지로 전환한다고 할 때 농업 폐기물을 태우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한편 동물 배설물을 원료로 해 만드는 퇴비를 대체하는 합성비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또 온실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생각만큼 많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완전한 채식으로 전환할 경우 현재 사람들에게 필요한 칼슘이나 비타민A, 비타민B12를 비롯한 영양소와 신체활동에 필요한 핵심지방산을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연구진은 보고 있다.

 

 

제3장. 채식주의자

(“육식주의자”, 2017.7.18., MK뉴스. 내용 편집)


채식주의라는 말이 나온 것은 금기음식 때문이다. 개인의 선호에서 비롯했을 수도 있고, 알레르기처럼 몸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도 있다. 이슬람의 할랄이나 불교의 채식처럼 종교적인 배경도 크다.

 

채식주의자도 여러 등급으로 나뉜다. 극단적 채식주의자는 프루테리언(fruitarian)으로 불린다. 식물의 생명도 존중해야 한다며 땅에 떨어지는 과일 열매만 먹는다. 야채와 과일 등 식물성 식품만 먹는 채식주의자는 비건(vegan) 베지테리언이라고 부른다. 육류, 생선, 알, 유제품, 꿀 등 동물에게서 나온 식품은 일체 거부한다. 육류, 생선, 알은 먹지 않지만 유제품과 꿀은 먹는 경우 락토(lacto) 베지테리언으로 분류한다. 육류, 생선, 유제품은 거부하나 계란은 먹는 경우 오보(ovo) 베지테리언이다. 라틴어로 락토는 `젖`, 오보는 `알`을 의미한다. 직접적인 사냥이나 도축으로 얻어진 고기는 먹지 않겠다는 것이지만 단백질은 섭취해야 하니 유제품이나 계란을 택한다. 미국과 유럽의 일반적인 채식주의자들 가운데는 락토-오보 베지테리언이 주로 많다.

 

폴로(pollo)테리언도 있다. 붉은 육고기를 안 먹는 것은 같은데 해산물, 계란, 유제품에다가 닭이나 오리 등 조류는 먹는 경우다. 폴로는 스페인어로 조류라는 뜻으로, 그들의 발음으로 하자면 `포요`로 읽어야 맞는다. 페스커(pesce)테리언도 있다. 육고기를 먹지는 않지만 생선이나 해산물과 계란, 유제품은 먹는 이들이다. 페스커는 이탈리아어로 `어류`라는 뜻이다.

 

 

제4장. 배양肉

(“인공 고기는 도축장의 송아지를 구출할 수 있을까?”, 2017.6.18., 한겨레. 식물성 고기 '베지 푸드', 2017.11.13., 한국경제. 육식하는 사람들도 먹고 싶다는 '가짜 고기', 2017.4.25., 조선일보. 고기가 사라졌다. 2017.4.6., 아주경제. 내용 편집)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신생기업 멤피스 미츠의 최고경영자(CEO)인 우마 발레티 박사(가운데)가 지난 3월 맛 감별사들을 초청해 배양육 치킨 요리 시식회를 하고 있다. 시식에 참가한 이들이 실제 치킨과 같은 맛을 느꼈다는 소감을 전했다고 회사 쪽은 밝혔다.

 

농장에서 가축을 길러서 얻은 ‘전통 육류’를 대신할 ‘육류 대체식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종교적 이유나 사회운동 성격을 넘어 상업적 판매를 목표로 하는 업체들이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미래의 육식’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육류 대체품 가운데 연구가 활발한 분야는 배양육과 식물성 고기다. 배양육은 세포공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등장한 제품이다. 동물 조직에서 분리한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얻은 고기를 말한다. 실험실에서 기른 근육세포에 고기의 색을 입히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6주 후 고기를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기름이나 뼈, 피 등 고기 맛을 낼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기술에 대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배양육의 가장 큰 장점은 공장식 축산업이 비판받아온 과도한 메탄가스 배출 같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한나 투오미스토 교수팀은 2011년 발표한 논문 ‘배양육 생산의 환경 영향’에서 스페인과 미국, 타이의 축산업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배양육을 만드는 데 들어간 에너지는 기존 축산업보다 평균 55% 적었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토지 사용량은 기존 축산업에 견줘 각각 4%, 1%에 불과했다. 배양육 연구가 환영받는 이유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멤피스 미츠’(Memphis Meats)는 지난 3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배양육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내놓았다. 이들은 ‘청정 고기’라는 구호를 앞세운다. 이들은 앞서 1월에는 배양육으로 만든 소고기 미트볼 시식회를 열어 주목을 받았다. 배양육의 미래에 대해 “경제적 기회가 엄청나다”고 내다보고 있다. 그는 “현재 세계 육류시장 규모는 연간 1조달러에 이르는데, 앞으로 수십년 안에 두 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걸음마 수준인 배양육에 비해 식물성 고기는 식탁에 좀더 바싹 다가와 있다. 과거 불교신자나 채식주의자를 위해 나왔던 콩고기 수준을 넘어 실제 고기를 무색하게 할 만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들은 첨단 기술을 앞세워 곡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진짜 고기에 가까운 맛을 내는 식물성 고기를 생산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지속가능한 육류 소비’나 ‘동물 복지’ 등이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육류 소비국이다. 그럼에도 아직 육류 대체식품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상태다. 정부가 나서서 배양육 연구 지원을 한 적도 없다. 하지만 국내 과학계나 축산업계가 육류 대체식품 개발 흐름에 뛰어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한국지부 대표는 “땅은 좁고 육류 소비가 많은 우리나라 여건을 따져보면, 안정적인 육류 공급을 위해 배양육 등 육류 대체식품 연구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며 “(육류 대체식품 시장은) 늦어도 2025년에는 세계적으로 보편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등 외국의 선도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하면 정부와 국내 기업이 이를 뒤쫓아가는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축산업자들이 배양육 생산 협동조합을 꾸리도록 유도하고 있는 네덜란드 정부의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나라도 축산업 변화 가능성에 따른 법규 정비 등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물성 고기의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인 임파서블 푸드가 지난해 내놓은 ‘임파서블 버거’다. 고기 맛의 핵심은 헤모글로빈의 구성 물질인 헴(heme) 성분이다. 콩과 식물 뿌리에서 헴의 복제 물질을 추출해 사용한다. 또 다른 회사 비욘드 미트는 식물 단백질로 유사 닭고기를 만들어 팔고 있다.

 

식물성 고기의 이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콜레스테롤이나 포화지방산이 없어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섬유질과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영양도 뛰어나다. 소화 시간이 고기보다 짧아 위와 장에 부담이 적은 것 또한 장점이다. 인류의 식량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동물을 직접 기르는 것보다 생산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그만큼 경제성과 효율성이 높다. 분뇨와 가스 배출 등 환경 오염을 줄이고, 가축의 생명 윤리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

 

전 세계 채식 인구는 현재 2억 명에 이른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에도 150만 명이나 된다. 채식을 좋아하는 이유로는 건강, 종교, 환경, 생명사랑 등 여러 가지가 꼽힌다. 최근에는 채소(vegetable)와 경제(economics)를 합친 신조어 ‘베지노믹스(vegenomics·채식 경제)’까지 등장했다.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미국 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는 고기 대체식품 시장이 2020년 52억달러(약 5조8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14년 홍콩 갑부 리카싱이 투자해 인공계란을 선보일 때만 해도 시장은 반신반의했다. 그가 자회사와 구글, 빌 게이츠 투자회사와 함께 임파서블 푸드에 7500만달러(약 859억원)를 투자한 뒤로 속도가 붙었다.
 
핀란드 식품 벤처 ‘골드 앤드 그린’이 출시한 가짜 고기(Fake meat) 제품인 '풀드오츠(Pulled Oats)’는 귀리와 누에콩으로 만들어져 돼지고기의 맛과 식감을 재현해낸 것이 특징이다. 건강과 맛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제일 먼저 헬싱키 중심가 스톡만 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고 100개를 시범적으로 팔았는데, 불과 11분 만에 매진됐다. 탐페레, 요엔수 등 다른 대도시에서도 풀드오츠를 판매하는 수퍼마켓에 주부들이 오전 8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육식하는 사람들도 고기 대신 먹고 만족할 수 있다”는 평이 이어지면서 풀드오츠는 육류 대체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도 가짜 고기를 먹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핀란드 대기업인 파울리그 그룹이 작년 8월 골드 앤드 그린의 지분을 51% 인수하면서 안정적인 생산 라인을 갖추게 됐고, 전국의 대형 마트에 풀드오츠가 납품된 데 이어 최근엔 스웨덴과 호주 등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 핀란드에서 ‘올해의 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풀드오츠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은 맛에 있다. 지금까지 출시된 가짜 고기 대부분은 대두(大豆·soybean)나 밀을 기본으로 삼았는데, 풀드오츠는 귀리와 누에콩을 사용해 식감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또 토마토와 후추, 참깨, 생강, 고수 등을 첨가해 맛과 향을 냈다. 레타 키벨라 골드 앤드 그린 CEO는 “육식을 많이 하면 몸에 해로운 걸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짜 고기는 맛이 없어서 못 먹겠다’고 불평하는 것을 듣고 맛있게 만드는 데 가장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글루텐 프리, GMO(유전자조작) 프리 등으로 건강과 몸매 관리에 신경 쓰는 젊은이들도 사로잡았다. 가격 역시 1㎏당 18유로(2만1000원)로 합리적이라는 반응이다.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먹거리에 대한 핀란드인들의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다. 풀드오츠에 투자한 야나 투오미넨 파울리그 그룹 CEO는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풀드오츠의 인기는 앞으로도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발리오(Valio) 등 핀란드의 다른 식품 기업들도 앞다퉈 ‘가짜 고기’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핀란드는 배울 점이 많다. 정부 정책이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들기도 버거운데, 이 나라는 가축 사육에도 엄격한 윤리적 기준을 적용해 동물도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이 나라에서는 닭, 오리, 돼지, 소 등에 대해 ‘농장형 사육’이 전면 금지돼 있다. 모든 가축에 성장촉진제, 예방용 항생제 투여도 금지돼 있다. 그런데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률이 0%다. 통제가 어렵다는 살모넬라균 발생률도 0.11%에 불과하다.

 

핀란드는 1970년대부터 추진한 동물복지 정책으로 ‘가축질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고, 고부가가치 ‘오메가3 돼지고기’를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30여년이 흐른 지금은 ‘정부와 농부, 기업, 동물 모두 행복해졌다’고 한다. 핀란드만 ‘동물복지’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 네덜란드를 비롯한 EU(유럽연합) 회원국과 미국에서도 ‘동물복지’ 운동이 널리 퍼져 있다. 스타벅스, 쉐이크쉑 햄버거 등 미국 대형 식음료 회사들도 ‘동물복지’ 육류 사용을 의무화했다.

 

 

제5장. 동물은 ‘고기’가 아니다

(“동물은 고기가 아니다”, 2014.2.12., 경향신문. 내용 편집)


치맥과 돈가스 마니아였던 사람들이 육식을 끊고 있다. 구제역, AI 등 질병의 발생과 영화 ‘옥자’를 본 영향이 크다.

 

우리가 고기를 값싸게 많이 먹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대규모 밀집사육이 존재해야 하고, 그런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변이와 전염병의 대규모 발생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먹는 동물의 99.9%는 ‘공장’에서 ‘제조’된다. 알 낳는 닭들은 이른바 ‘배터리 케이지’라 불리는 곳에서, A4용지 3분의 2만한 넓이의 공간에 갇혀 평생 날개 한번 못 펴고, 햇빛도 못 보고 살아간다.

 

“지금의 공장식 축산이 정말 바람직하고 우리 양심에 거리낌 없는 사육 형태라면, 왜 축산현장은 일반인에게 결코 공개되지 않는지. 배추밭도 볼 수 있고, 당근밭도 볼 수 있는데, 고기와 달걀이 생산되는 곳은 왜 볼 수 없는지. ‘자식 같은 가축을 묻는 농민의 심정’이라 말하는 축산기업들에 묻고 싶다. 자식을 진정 그렇게 키우시는지.”라고 경향신문 필자는 말한다.

 

콜린 캠벨을 비롯한 세계적인 영양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야채, 과일, 견과류, 통 곡물이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한다는 것이 명백히 밝혀졌다. 인간은 다른 동물의 살을 먹지 않아도 충분하며 오히려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그럼에도 먹어야겠다면,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자란 동물을 가끔씩 조금 먹는 것이 건강에도 이롭다.

 

“소규모·친환경·동물복지 농장은 설 곳을 잃고, 공장식 축산의 밀도는 점점 더 높아져가며, 살처분은 일상이 되고, 바이러스는 무서운 인수공통 전염병이 되어 문 앞을 서성인다. 동물을 ‘고기’로만 보지 않고 희로애락을 느끼는 ‘생명’으로 보는 시선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라고 강조했다.

 

 

제6장. 끝날 것 같지 않은 논쟁, 이 후

 

고기를 먹으면 수명을 갉아먹는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은 제외하더라도, ‘먹방’이나 ‘쿡방’의 유행 속에 SNS를 봐도 TV를 봐도 ‘고기 맛은 내가 좀 알지’ 하는 전문가들이 넘쳐난다. 문제는 이런 정보들이 정말 ‘정확한 사실’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아니 다시말해 ‘정확한 사실’ 조차 때론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형국이니 ‘정답’은 없는 ‘선택’만이 필요해진 상황이라는 것이 보다 가깝다.

 

잘못된 축산정보의 확산 속에 축산인들은 탄식을 한다. 요즘 같아서는 고기를 먹으면 자기 수명을 갉아먹는 것마냥 느껴지기도 한다. ‘마블링의 음모’로부터 ‘육식의 종말’에 이르기까지 축산의 허점을 파고든다. 이러다보니 진실은 이해관계로 포장한 거짓인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질문에 답하기가 겁난다. 육식을 권하기가 무섭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람에게 육식주의자라는 개념은 없다. 육식이냐 채식이냐 구분은 동물에게만 해당된다. 상대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각자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것은 좋지만 남에게 강요할 일은 아니다. 무더위 속에 돌아오는 세 번의 복날마다 개고기 요리를 비난하는 목소리에 눈치 보는 이들이 많다. 생명 존중과 음식을 선호할 권리는 엄연히 별개인데 어떻게 조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

 

요즘 육식주의자는 강조하지 않아도 채식주의자는 두드러진다. 이는 비주류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를 무시할 일은 아니지만 거꾸로 대세를 형성하기 위해 일방적인 주장과 거짓을 앞세우면 안 될 일이다. 채식? 좋다. 육식? 좋다. 만약, 육식이 무너진 시장에서 채식만 홀로 살아남는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승승장구할까?

 

필자는 본 글을 정리하면서, 다이너트네 웰빙이네 친환경 같은 용어를 자연스레 떠올리면서 비쩍 마른 날씬한 체형을 바라지 않은 ‘비너스’를 그리워하는 시대는 다시 재연될 것이라는데 한 표를 던진다. 싸우지 말고 서로를 존중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스레 느끼면서, 감사하다.

 

 

채식을 하면 지구를 살린다(김성호).pdf

 

 
채식을 하면 지구를 살린다(김성호).pdf
3.14MB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