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고기는 도축장의 송아지를 구출할 수 있을까?
한겨레 2017.6.18
육식의 미래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신생기업 멤피스 미츠의 최고경영자(CEO)인 우마 발레티 박사(가운데)가 지난 3월 맛 감별사들을 초청해 배양육 치킨 요리 시식회를 하고 있다. 시식에 참가한 이들이 실제 치킨과 같은 맛을 느꼈다는 소감을 전했다고 회사 쪽은 밝혔다. 멤피스 미츠 제공
봉준호 감독이 새로 내놓은 영화 <옥자>의 주인공은 ‘슈퍼돼지’다.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거대 자본이 품종을 개량해 만든 슈퍼돼지 ‘옥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육류 소비 세태를 보여준다. 이러한 상상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1932년 펴낸 수필집 <50년 뒤의 세계>(Fifty Years Hence)에서 “50년 뒤에는 닭 가슴살이나 날개만 먹으려고 닭을 기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20년 정도 늦었지만, 그의 예견은 맞았다. 농장에서 가축을 길러서 얻은 ‘전통 육류’를 대신할 ‘육류 대체식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종교적 이유나 사회운동 성격을 넘어 상업적 판매를 목표로 하는 업체들이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미래의 육식’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육류 대체품 가운데 연구가 활발한 분야는 배양육과 식물성 고기다. 배양육은 세포공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등장한 제품이다. 동물 조직에서 분리한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얻은 고기를 말한다. 실험실에서 기른 근육세포에 고기의 색을 입히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6주 후 고기를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기름이나 뼈, 피 등 고기 맛을 낼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기술에 대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동물 세포 키워 만드는 배양육
진짜 고기맛 내는 식물단백질
공장식 축산 폐해 없앨 기대주
온실가스 배출·질병도 줄여
진짜 고기맛 내는 식물단백질
공장식 축산 폐해 없앨 기대주
온실가스 배출·질병도 줄여
뉴욕선 대량생산시설 짓는 중
치킨·미트볼·버거 잇단 개발
“모든 육류식품 가능” 자신감
육류 소비 세계 10위권 한국도
미래 시장 대비해 준비 나서야
치킨·미트볼·버거 잇단 개발
“모든 육류식품 가능” 자신감
육류 소비 세계 10위권 한국도
미래 시장 대비해 준비 나서야
배양육의 가장 큰 장점은 공장식 축산업이 비판받아온 과도한 메탄가스 배출 같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한나 투오미스토 교수팀은 2011년 발표한 논문 ‘배양육 생산의 환경 영향’에서 스페인과 미국, 타이의 축산업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배양육을 만드는 데 들어간 에너지는 기존 축산업보다 평균 55% 적었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토지 사용량은 기존 축산업에 견줘 각각 4%, 1%에 불과했다. 배양육 연구가 환영받는 이유다.
마르크 포스트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교수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소 배양육으로 만든 햄버거 패티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는 최근 이메일 인터뷰에서 “현재 대규모 배양장치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적화에 2~3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배양육에 대한 정부의 규제 승인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양육 연구는 네덜란드와 미국에서 활발하다. 앞서 2002년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빌럼 판 에일런 교수팀이 금붕어 근육조직을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에서는 2001년 ‘우주식’ 연구를 위해 항공우주국(NASA)이 칠면조 고기를 배양한 바 있다.
그러나 소·닭·돼지 등 인류가 가장 많이 소비하는 육류 대체품을 내놓은 건 포스트 교수팀이 처음이다.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400만달러를 받아 연구를 시작한 그는 구글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으로부터 30만달러의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그는 배양육 상업화를 위해 스타트업 ‘모사 미트’(Mosa Meat)도 세웠다. 그는 “배양육 생산이 토지와 물 사용량을 9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예측도 있지만, 배양육의 에너지 사용량은 여전히 논쟁 중인 사안”이라며 “그러나 배양육이 에너지를 줄이지 못하더라도 (가축에서 나오는) 메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을 막는 효과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의 마르크 포스트 교수가 배양육으로 만든 햄버거 패티를 들고 있다. 마르크 포스트 교수 제공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멤피스 미츠’(Memphis Meats)는 지난 3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배양육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내놓았다. 이들은 ‘청정 고기’라는 구호를 앞세운다. 이들은 앞서 1월에는 배양육으로 만든 소고기 미트볼 시식회를 열어 주목을 받았다. 이 회사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우마 발레티 박사는 심장 전문의 출신으로, 줄기세포로 심장 근육을 재생하는 연구를 하다 배양육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는 배양육의 미래에 대해 “경제적 기회가 엄청나다”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세계 육류시장 규모는 연간 1조달러에 이르는데, 앞으로 수십년 안에 두 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배양육이 육류 섭취에 따른 질병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맹진수 한국식품연구원 바이오공정단장은 ‘미래식품의 대체기술 동향’(2016년) 보고서에서 “배양육은 배양조건을 조절해 지방산 함량을 조절하거나 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산을 오메가-3와 같은 좋은 지방으로 교체할 수 있으며, (배양육을 통해) 독성물질 오염이나 식중독균의 접촉을 차단해 식중독을 줄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걸음마 수준인 배양육에 비해 식물성 고기는 식탁에 좀더 바싹 다가와 있다. 과거 불교신자나 채식주의자를 위해 나왔던 콩고기 수준을 넘어 실제 고기를 무색하게 할 만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들은 첨단 기술을 앞세워 곡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진짜 고기에 가까운 맛을 내는 식물성 고기를 생산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지속가능한 육류 소비’나 ‘동물 복지’ 등이다.
닭 근육세포를 배양해 만든 닭고기로 요리한 인공 치킨. 멤피스 미츠 제공
미 실리콘밸리의 임파서블 푸즈가 식물성 고기로 만든 햄버거. 임파서블 푸즈 제공
미국 실리콘밸리의 임파서블 푸즈, 비욘드 미트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몇 년 전부터 지역 레스토랑과 유통업체와 손을 잡고 식물성 고기 제품을 팔고 있다. 패트릭 브라운 미 스탠퍼드대 교수가 2011년 만든 임파서블 푸즈는 현재 뉴욕, 캘리포니아, 시카고 등에 있는 식당 12곳에서 식물성 고기로 만든 햄버거 패티(임파서블 버거)를 팔고 있다. 이 업체의 설명을 보면, 식물성 고기는 밀과 코코넛오일, 감자에서 추출한 단백질 등을 뼈대로 한다. 식물성 고기를 넣은 햄버거의 판매가격도 ‘프리미엄 버거’ 수준이다. 오래전부터 알려진 식물성 고기의 요리법을 뼈대로 하고 있지만, 이들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고기가 아닌, 육식 대체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과학자와 요리사, 농부 등이 참여해 육류의 맛과 질감 등을 재현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이 회사 홍보를 맡고 있는 랜스 이그논은 “현재 첫 상업용 생산 시설을 만들고 있다. 시설이 완성되면, 한달에 400만개의 ‘임파서블 버거’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개발한 기술로 돼지고기와 닭고기, 소고기, 해산물부터 우유, 치즈, 요구르트 등 모든 종류의 동물 유래 식품을 만들 수 있다”며 이 생산시설의 성공 여부가 식물성 고기를 넘어 다른 대체식품 생산을 가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육류 대체식품 시장을 이끌고 있는 가장 큰 힘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육류 소비 구조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2016년 자료를 보면, 늘어나는 인류의 육류 소비를 충당하려면 육류 생산량을 연간 2억톤씩 늘려가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의 효율성’을 추구하려면 공장식 축산업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 방식은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게 문제다. 공장식 축사에서 자라는 가축의 대량 도축과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 전염병 확산에 따른 무더기 ‘살처분’이 끊이지 않으면서 동물 복지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배양육으로 만든 미트볼. 멤피스 미츠 제공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육류 소비국이다. 그럼에도 아직 육류 대체식품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상태다. 정부가 나서서 배양육 연구 지원을 한 적도 없다. 하지만 국내 과학계나 축산업계가 육류 대체식품 개발 흐름에 뛰어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한국지부 대표는 “땅은 좁고 육류 소비가 많은 우리나라 여건을 따져보면, 안정적인 육류 공급을 위해 배양육 등 육류 대체식품 연구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며 “(육류 대체식품 시장은) 늦어도 2025년에는 세계적으로 보편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등 외국의 선도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하면 정부와 국내 기업이 이를 뒤쫓아가는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축산업자들이 배양육 생산 협동조합을 꾸리도록 유도하고 있는 네덜란드 정부의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나라도 축산업 변화 가능성에 따른 법규 정비 등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99290.html#csidx0e46c6f832f1d93ac599a3a39fb7d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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