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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이슈/시장상황

“공장식 축산 시설 놔두면 새로운 팬데믹 생긴다”

by 큰바위얼굴. 2021. 1. 9.

“공장식 축산 시설 놔두면 새로운 팬데믹 생긴다”
중앙선데이 2021.01.09 00:02

[SUNDAY 인터뷰] 미국 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기후변화와도 관계있다. 축산업이 연결 고리다. 고기 공급을 위한 산림 벌목이 환경위기와 코로나를 불렀다는 주장이다. 미국 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논픽션 『우리가 날씨다』 등에서 그런 주장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기후변화와도 관계있다. 축산업이 연결 고리다. 고기 공급을 위한 산림 벌목이 환경위기와 코로나를 불렀다는 주장이다. 미국 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논픽션 『우리가 날씨다』 등에서 그런 주장을 했다.

세상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인간의 반성을 촉구한다.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산다면 더 이상 미래는 없다는 자연의 경고라는 지적이 과하게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되돌아봐야 할 우리 삶의 목록 가운데 동물의 고기를 먹는 육식 문화도 들어 있다. 그렇다는 게, 미국의 중견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44)의 생각이다.

포어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2005년 장편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으로 ‘1급 작가’ 이미지를 굳혔다. 아버지를 잃은 소년의 시선으로 9·11 테러를 다룬 작품이다. ‘문학 신동’이라는 수식어까지 따라붙었다.
양계장 등 축사, 기후변화 주범
온실가스 배출량 51%나 차지

1억4300만 기후난민 발생하고
동식물 60% 멸종 등 생존 위협

아침·점심 고기 먹지 않는 등
소비자가 기업 변화 이끌어야

2009년 논픽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에서 지구촌 공장식 축산 실태를 파헤친 데 이어 지난해 논픽션 『우리가 날씨다』에서 기후변화의 미래를 경고했다. 공장식 축산이 기후변화의 주범이기 때문에 아침·점심에는 고기를 먹지 말자는 파격적인 주장을 했다. 그렇게 한다 해도 기후변화 재앙을 피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초순 포어를 전화 인터뷰했다.

포어의 책들. 왼쪽부터 『우리가 날씨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포어의 책들. 왼쪽부터 『우리가 날씨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미국의 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한 것 같다. (※12월 초순 미국의 확진자 수는 연일 20만 명이 넘었다)
“내가 사는 뉴욕에서는 지난봄 앰뷸런스 소리를 항상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후 상황이 좋아져 여름부터 최근까지는 안전하다고 느껴졌다. 지금은 바뀌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걱정된다.”

코로나든, 기후변화든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의 대처가 달라지지 않겠나.
“바이든의 당선은 분명히 좋은 일이다. 확실치 않은 점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는 거다. 세상이 좀 더 괜찮아지고 미국도 더 좋은 나라가 되겠지만 얼마나 좋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조류인플루엔자도 축사서 발생

『동물을…』에서 새로운 팬데믹 발생을 경고했다.
“특별한 얘기를 한 건 아니다. 과학자들이 늘 얘기해오던 거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팬데믹이 발생하느냐 안 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언제 발생하느냐가 문제라고 했다. 우리가 팬데믹이 발생할 완벽한 조건들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자 사람들이 서로 떨어져 지내야 한다고 하지 않나. 내가 문제 삼은 공장식 축산 시설에서는 정확히 반대되는 일이 벌어진다. 미친 짓이다. 이런 공장식 축산 시설에서 새로운 팬데믹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공장식 축산이 코로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건 아니지 않나.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수산시장에서 처음 발생했다고 하지 않나. 하지만 인간의 동물 고기 거래에서 발생한 게 확실하다는 점에서 이전 팬데믹들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과거 조류인플루엔자나 돼지인플루엔자 모두 공장식 축산 시설에서 생겨났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다른 팬데믹처럼 치명적이지 않아 그나마 다행스럽다. 조류인플루엔자의 치사율은 50%였다. 코로나가 그 정도였다면 세상이 달라졌을 거다.”

두 책을 집필하면서 알게 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우리가…』보다 『동물을…』이 쓰기가 훨씬 어려웠다. 사람들이 정보를 숨겨서다. 『동물을…』의 경우 공장식 축산이 얼마나 널리 지배적인 방식인지가 놀라웠다. 사람들은 공장식 축산이 나쁘다는 점을 잘 안다. 동물과 축산 농부, 소비자의 건강은 물론 팬데믹 안전에도 나쁘다. 그런데도 미국에서 생산되는 닭고기(육계·肉鷄)의 99.9%가 공장식 축산에서 나온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다. 기후변화를 다룬 『우리가…』의 경우 문제의 규모에 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부족한지가 놀라웠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길래….
“목표를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관련 자료를 읽고 이야기를 나눈 기후과학자들 대부분이 탄소 배출 수치를 극적으로 줄여야 하는 시간이 10년쯤 남았다고 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우리가…』에는 기후변화와 축산업의 상관관계가 선명하게 정리돼 있다. 현재의 기후변화 추세는 파멸적이다.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는 파리협약 목표치를 가령 2050년까지 달성한다고 해도 해수면 상승으로 뉴욕 등 전 세계 수십 개 대도시에 사람이 살 수 없게 돼 1억4300만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한다. 동물 종의 절반, 식물 종의 60%가 절멸 위협에 처한다. 그런데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에서 지구촌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산방식에 따라 적게는 14.5%, 많게는 51%에 이른다는 게 과학계의 추산이다. (그래픽 참조) 그래서 육식을 즐기는 우리 식탁, 이를 지탱하는 축산 관행을 당장 바꾸지 않는 한 지구를 구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공장식 축산은 축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공장식 축산이 문제가 되는 이유다.



공장식 축산은 어떻게 억제해야 하나.
“정부가 바뀌고, 축산 기업들의 경영 관행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개인도 변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균형을 이루지 않고서는 지구를 구할 길이 없다.”

개인의 변화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테슬라는 현재 미국 역사상 가장 커다란 자동차 제조사다. 테슬라를 정부가 만든 게 아니다.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원하니까 그렇게 됐다. 식물성 성분인 비욘드 버거 역시 요즘 미국 시장에서 엄청나게 성공적인데 마찬가지로 소비자가 선택한 결과다. 소비자들의 선택의 힘을 저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의 식습관은 이미 변하고 있다. 특히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변한다.”

공장식 축산에 엄청난 불의 존재

식습관 변화 사례를 든다면.
“미국의 대학 캠퍼스에 가톨릭 신자보다 채식주의자가 더 많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35세 이하 연령층의 25% 정도가 자신이 채식주의자라고 밝혔단다. 얼마나 정확한 자료인지 모르지만 재미있지 않나. 사람들이 스스로 채식주의자로 표현하고 싶어한다는 얘기 아닌가. 내가 대학생일 때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채식주의자가 실제로는 더 많았다. 채식주의자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기 때문에 밝히지 않아서다. 지금은 실제보다 많은 사람이 채식주의자라고 밝힌다. 더 쿨하게 보여서다.”

개인의 변화로 축산기업도 바뀌게 될까.
“내가 만난 많은 축산 농부들이 자신들은 사람들이 구입하는 것을 키운다고 말한다. 공장식 축산에는 엄청난 불의(injustice)가 존재한다. 해체(dismantle)해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이들에게 돈을 주지 않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리가 고기를 적게 먹어야 한다.”

세상에는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회의론자도 있다. 기후변화를 믿더라도 육식을 줄이지 않으려는 사람이 대다수 아닐까.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과학과 이성의 방식으로만 토론을 해서는 설득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이 진실을 안다고 해도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아주 어려울 수 있다. 의지가 약하거나 비이성적이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습관의 힘, 음식과 관련된 개인의 역사, 열망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이 인간성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부인하지 않는 게 설득의 출발점이다. 한 사람의 생각을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그게 훨씬 유익하다. 그런 다음 서로가 공유하는 가치에 호소해야 한다. 자기 자신과 아이, 타자, 미래를 위해 지구를 구하는 일 말이다.”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되기는 어렵다.
“육식이나 채식 중에 하나를 선택하자는 게 아니다. 정체성을 뒤바꿀 필요는 없다. 균형을 유지하며 먹으면 된다.”

소설가로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문장의 정의는?
“내 문장이냐, 남의 문장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내 문장이라면 내가 쓰고 싶었던 바에 충실한 문장. 남의 문장이라면, 카프카가 그런 얘기를 했는데, 읽는 이의 머릿속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문장. 글은 때때로 그런 일을 한다.”

지난 추수감사절(2020년 11월 26일)에 칠면조 고기 안 먹었나.
“답을 알지 않나? 안 먹었다. 칠면조를 즐기지 않는 것을 즐겼다. (enjoyed not enjoying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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