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나의 이야기

한 술 뜨실라우?

by 큰바위얼굴. 2022. 9. 21.

밥풀떼기가 덕지덕지 묻었다. 뜯긴 김에서 그릇에 담고 남은 김을 꺼내려다보니 보았다. 젖가락은 파김치로 시선을 따라 집어든다. 홀짝 마신다. 김에 찍어 입에 넣는다. 그리고 마신다. 꿀꺽.

한 술 떴다.

젖가락을 든다. 이젠 밥 보다 반찬을 먼저 먹는 것이 익숙해지고 있다. 맛을 중시했달까. 중성적인 맛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고유한 맛을 냄에 밥을 늦게 먹어도 되었기 때문일까. 젖가락에 시선이 머물며 술잔을 바라본다. 그래서 뭐?

한 술 더 떴다.

콸 콸 꽐 따른다. 마신다. 훈훈해진다. 속이 뜨겁게 데워진다. 입맛을 다신다. 그래서 뭐?

한 술을 건너 뛰었다.

다시 따른다. 반의 반의 반의반 만큼. 유리컵이다. 줄어든 술 량을 확인한다. 술로 입안을 휘돌린다. 잡다함을 털어낸다. 몽(롱)하다. 아직 몇 잔 안 했구만. 한 술만 세번째다. 밥 위에 쌀이 말랐다. 젖가락은 덩그라니 언제까지 외면하는지 두고보는 듯이 날까롭게 찌르듯이 놓여있다.

한 술 했다.

속이 아파온다. 술만 거듭 마신 후유증일까. 밥을 푹 떠서 김에 찍어 입에 넣는다. 바로 비지찌개를 듬뿍 숟가락에 담아 떠 넣는다. 잡스런 생각은 잡스 라는 쓸데없이 고인을 떠올리며 그를 추모한다.

한 술을 보탰다.

콸꾈꽐 따른다. 손가락이 아프다. 이제 그만 먹으라고 보챈다. 아내가 없는 빈 자리가 아침산책길에 마주했던 짖던 개가 떠난 감정에 더해지니 멈칫거리게 한다. 그냥 털어넣고 입에 머금다. 알코올의 향도 맛도 모르겠다. 이미 1병 가까이 마셨음을 곁눈길로 볼 때 정상이 아니다.

한 술 했다.

가운데 놓인 파김치를 파김치처럼 뜯어 올린다. 그리고 우왁스럽게 입에 넣고 씹는다. 그래서 뭐? 뭐라도 되나? 아무것도 없다. 달라진건. 니 마음만 그런거야. 흔들리지마. 넌 너니까.

에이씨.

한 술을 더 했다. 쪼르륵. 성호



그리고 장모님표 갓김치를 살포시 집어 올려 입에 넣고, 아내가 만든 호박무침, 파김치, 멸치조림, 꽈리고추볶음(?), 마늘 짱아치, 도라지무침을 양껏 먹었다.  멸치와 마늘은 보충해야 해. 한 술 뜨려면.  자, 한 술 뜨실라우?

'일기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고싶은 걸 하니 행복하다.  (0) 2022.09.28
개는 죽었다.  (0) 2022.09.28
이정도는 거뜬히 해내야 하는거 아닌가  (1) 2022.09.21
폼생폼사  (1) 2022.09.21
떠났다.  (0) 2022.09.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