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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세상보기

세상이 꽃 만큼 아름다운 이유

by 큰바위얼굴. 2022. 12. 22.



어제는 서희와 눈이 딱 마주쳤지. 그로부터 이어진 이야기. (음성 듣기) https://youtu.be/AX-siA6l1aw

 

하아 뭐할까?

무료하다. 따분하다. 지루하다. 우리는 앞으로 뭐 하구 살까? 이 시간에. 돈이 아니라면, 어떤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걸까? 뭘까? 이런 저런 생각들을 이어가고, 오랜만에 넷플릭스를 켜서 "그럼 이거 볼까?" 하며, 보는 영화에 한 10분 지났을까? 솔직히 흥미롭지 않았다.


내가 시큰둥하니, 서희 또한 시큰둥 했고. 그렇게 "그럼 보지 말까?" 접어버렸지.

뭐 할까? 뭘 해야 할까?

그러게 테니스도 한참 치고 싶을 때 쳤어야 되는데, 지금은 그런 마음도 안 드네.

속으로 든 생각은, 테니스는 목적이 조금 달랐다.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살아가는 것이고, 여럿이 함께 어올릴 때 즐겁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뭔가를 배우고, 함께 하고, 그러려고 알아봤던 건데. 사실 날도 춥고 점점 추워지고 몸도 움추려든다. "아이, 추우니까. 나가기 싫어" 이건 서희의 답변. "우리 데이트나 가자?". "추운데?" 추운데 지루한데 따분한데, 나가자 그랬을 때 답변이었지. 그렇게 한참. 그때 치형이 전화가 왔고.

라면이 먹고 싶다는 말에 그럼 내가 끓여줄게 한 후, 물을 올려놓고 치형이 전화가 와서 "그래? 그러면 니가 좀 사와" 라는 말에 치형이는 까르보나라 불닭볶음면 하고 진짠뽕, 이렇게 사왔다. 맛있게 끓여주려고 신경 쓰면서 쫄깃쫄깃하게 그 맛을 잘 낼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지. 둘이 맛있게 먹었다.

소복히 내리는 지금,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있는 것처럼 다시 저녁 9시가 아닌 10시경이 다가올 때 이제는 영탁이와 영록이가 들어올 때 지루함이 사라지고, 이제 자야 될까 라는 생각이 되는 순간 소파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간다 .

"아니, 여보. 우리집 다 피하는 거야?"

나만이 아니라, 아이들도 피하는 거였어? 나는 서희의 말을 뒤로 하고 양압기 정비를 하나둘 조립을 한다.

"왔어요." 하는 영탁이와 영록이 말에 들어옴을 알게 되고, 재잘재잘 떠든다. 이번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저희가 살게요. 그래 토요일 오전에 영화를 보고 오후에 알바를 하면 시간이 안 될 거 같단다. 좋아. 그렇게 이번 주 스케줄이 하나둘 정해지고, 지루하고 따분할 수 있는 이번 주는 사라지게 된다.

딱히 원하는 게 있는 건 아닌 거 같고, 추운데 나가기 싫어지는 것만 자연스러운 거 같고, 무언가를 하기에는 그래도 놀라운 건 유튜브로 그걸 보더라. 집안 수납 공간. 집안 물건들, 그릇, 이런 것들을 알뜰살뜰 잘도 정리해 놓은 거를 한 시간가량 보더라. 그리고 나에게 자랑을 하더라. 이건 내가 따라 한 거야. 초기에 시큰둥한 내 반응에도 아랑곳 않고 한 번 더 냉장고 수납하는 걸 보여주며 봐봐 이건 내가 한 거라니까 한다. 잘했지? 응? 하는 말에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준다.

 

 

소복하게 눈이 온다.

5시에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서면 해나와 예티가 어딘가 깜깜한 곳에서 꿈틀거리지 않을까? 라며 기대감에 얼릉 전등빛을 켜고 둘러본다. 배를 뒤집어 까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 쯤, 컹 컹 살짝 짖는 소리가 난다. 나 여기 있어요 알려주려는 듯. 영탁이 방에 가서 보니, 해나는 침대에 있고 예티는 침대 앞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워있다. 아이구이구 하면서 쓰다듬어 주니 아주 좋아한다. 그 소리에 영탁이가 뒤척인다. 

침대 위에 있는 해나를 바닥에 내려놓고 따라나와 물 있는 곳을 알려주기 위해 물그릇을 톡톡 두드려 준다. 그런데 내 물 마시는 중에 뒤따라와서 볼일을 먼저 본다.

시원한 물 한 컵을 들이킨다.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눈이 하얗게 뿌려지는 지금, 점퍼와 바지를 비롯한 아침에 산책하는 옷은 어제 흠뻑 젖었더니, 오늘은 출근 복장 비슷하게 입고 나오니 젖으면 안되겠다 싶어, 카림에비뉴 상가로 한 바퀴 돌 요량으로 걸어간다. 2층으로 올라 쭉 걸어가며 평상 시와 다르지 않군 하는 그 때, 저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내려갔다.

헐 하는 감탄사와 함께 어느 새 그친 눈을 마주한다. 싱싱장터 쪽으로 길을 가며 마주한 곳이 바로 공원 쪽.

싱싱장터와 도램마을아파트 사이 공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제 제법 손이 시렵다. 언제까지 녹음을 위해 핸드폰을 켜고 이렇게 들고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길이 미끄럽고, 어느 새 다다른 내가 사는 곳에 정문. 염화칼슘을 뿌리는 그를 만난다. See U. 성호.

아파트 정문 앞에서
거리를 배경으로
거리 자체를 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온갖 표정짓기 장난을 이어가려는 모양처럼, 문을 나서면서 내 웃는 낯을 찍는다.

 

조금 일찍 돌아와서 인지, 여유로운 가운데 미끄러운 도로에서 마시는 걸 피하고자 출근하면서 마실 ABC(Apple Beeds Carrot) 주스의 뚜껑을 따고 입에 털어넣는다.

아침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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