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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우리가족 이야기

민턴의 하루, 사랑은 확인 과정

by 큰바위얼굴. 2025. 4. 5.

잉코가 어느 날 물었다.
"왜 자꾸만 따라하는 거야?"

글쎄다. 그대가 자꾸 눈에 밟혀서 그런가.
아니면, 내 눈에 비친 당신이 곧 나이기 때문일까.
거울 앞에서 눈을 마주치듯,
그녀의 눈에, 그의 눈에, 나는 비쳤고
그는 그녀를, 그녀는 그를 따라했다.
부부란, 원래 그런 존재인지도 모른다.
의식하든 말든, 결국 서로를 닮아가다 못해 겹쳐진다.

그날도 민턴은 핑계였다.
라켓을 휘두르며 셔틀콕을 날리는 척,
실은 감정을 주고받는다.
"상대의 장점을 말해보세요"라는 릴레이 게임은,
마치 신의 장난처럼
진실을 가장한 고백의 장이 되었다.

사랑을,
그것도 다소 낯간지러운 방식으로
여럿 앞에서 진지하게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확인한 거다.
"아, 우리가 아직 살아있구나."

그리하여 누군가는 조용히 속삭인다.
그와 그녀의 귀에 대고,
"거짓말은 하지 말자. 사랑이란 건,
숨길수록 더 보이는 거니까."


 * 활동 영상모음 https://www.magisto.com/int/video/bVMVJFMVFC0hDxlpYw?l=vsm&o=a&c=c




민턴 부부가 만났다. 부강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쳤고, 날은 흐렸고, 비도 내렸다. 마치 이 만남에 분위기를 더하려는 연출처럼.

1st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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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부셨고, 익숙지 않아서인지 공은 자꾸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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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배드민턴은 그저 핑계일 뿐. "사랑이 주종목" 이라는 슬로건 아래 단체 사진을 찍었다. 마치 먼 훗날 누군가 이 날을 꺼내볼지도 모른다는 듯이.

지금은 익숙한 편안함이 이 자리를 채우고 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 이 사진 속 빈자리가 하나 둘 늘어날 때쯤, 그 자리엔 함께 자란 아이들이 앉아 있을 것이다. 그때 아쉬움이 들더라도, "왜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같은 후회는 남지 않기를. 아마 그래서 오늘도 그렇게 열심히 뛰었나 보다. 사진 속 표정들이 살아 있다. 영원히 이 순간을, 마음 깊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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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4패. 내기는 없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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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부강까지 왔어야 했나?" 싶던 마음은, 용뎅이 매운탕 집에서 싹 잊혔다. 차로 6분 거리. 대전 막걸리와 매기 매운탕에 "와, 맛있다"는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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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사장님이 측면에서 찍어준 단체 사진이 의외로 괜찮다. 전면보다 왼쪽 오른쪽이 낫다. 역시 인생은 사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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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차. 오늘은 과연 몇 차까지? 먹태구이에 소맥 한 잔. 한 명은 화장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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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화장실 갔다가 돌아왔다. 평화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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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릴레이 게임, 주제는 “상대의 장점 말하기.”
“상엽아, 미안해. 자꾸 잔소리해서. 근데 네 모습이 왜 이렇게 옛날 내 모습 같냐.”
한켠에 머물던 네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라고 했다. 나도 그걸 익히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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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오려다 말까 고민하던 희진도 합류했다. 역시, 오늘은 다 모여야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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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애란… 참 잘 어울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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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부족함을 굳이 짚어내기보단, 알고도 당하며 웃는 게 부부다.
"저 얼굴이 저 안에 들어가?" 싶은 순간마다 품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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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전화를 받아요."
벨은 울리지만, 쉽게 들 수 없는 마음. 꽤 오래... 아니, 많이 오래됐구나.
사랑의 방식이 너무 웃겨서 배꼽 빠지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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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꼴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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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나, 난처해요…” 했었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표정 짓는 천진난만한 상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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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흘렀고, 우리도 뭔가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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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비 온 뒤라서 세상이 더 맑고 깨끗했다.
잠깐 둘러보며 속을 달래본다.
배는, 부르다 못해 둥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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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를 찍어주세요!"
희진이의 요청에 카메라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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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다가온 부부.
그래, 누가 뭐래도 니들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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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둘 곳은 찾지 않아도, 시선 둘 곳은 분명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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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라고 뭐 다를까.
아무도 시킨 적 없지만 다들 자연스럽다.
거리는 환하고, 우리는 4시 반부터 먹고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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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뭐 다르겠나.
여긴 어디? 3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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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아마도 새우깡 노래방. 오늘로 두 번째 방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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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다. 진짜 귀엽다.
하는 짓은 더 귀엽다.
예쁜 짓, 기가 막히게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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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들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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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운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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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청껏 부르고, 휘감고, 만지고, 껴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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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대체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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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에서도 시간은 지나갔다.
결과는? 당연히 다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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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짱 끼고 돌아오는 길.
그 뒤로, 두 부부는 또 어딘가로 사라졌다.
"마시러 간다더라."
참, 젊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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