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단 - 일방적으로 당하는 상황, 동물계의 위기
4살 치형이가 콜록거린다. 괜찮다 싶으면 어느 순간 콧물을 내비친다. 특별히 놀지 못한다거나 보채는 것은 아닌데 이 놈(?)의 콜록과 콧물은 떨어질 기미가 없다. 참다참다 병원에 가면 긴 줄 속에 암담함을 느낀다.
> 관련 글 : AI 발생과 대응에 대해(http://blog.daum.net/meatmarketing/1408)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도대체 무엇인가? 1800년경 유럽 전역을 흑사병의 공포에 몰아넣었던 페스트균(규명되지 못한 원인, 시간이 지나 자연적으로 사라진 질병), 1950년대 팔, 다리가 없는 수많은 기형아를 유발해 시장에서 퇴출됐던 독일의 입덧완화제(인류 조제의 심각성, 끝나지 않은 논쟁) 폐해와 끊임없는 논란. 우리는 근원도 모른채 무방비하다.
1-1. 흑사병
네이버 지식검색에 따르면, 사라지지 않은 흑사병 1799년 3월, 이스라엘의 항구 도시 자파에서 나폴레옹의 1만 2000명의 군사 사이에 흑사병이 퍼졌다. 중세 유럽의 막을 내리게 한 흑사병의 기세는 18세기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흑사병의 공포는 유럽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는데, 우선 예술의 후퇴를 가져왔다. 운이 좋아 살아남은 예술가들이 그릴 만한 것은 너무나 생생한 기록 즉 페스트가 남긴 공포의 기록뿐이었다. 이 시대에 수많은 흑사병 관련 작품이 전해 오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흑사병(黑死病, plague)이 페스트임을 모르는 독자는 안 계실 것이다. 이 병은 쥐벼룩이 옮기는 병이니 주위에 쥐를 없애면 걸릴 염려가 없다. 물론 21세기에 들어서 흑사병이 창궐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으니 요즘 늘어가는 야생동물의 주요 식량인 쥐를 너무 못살게 굴 일도 아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흑사병이 사람과 사람을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역병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니까 흑사병의 창궐에 쥐벼룩은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것이다. 동물학자 크리스토퍼 던컨과 사학자 수잔 스콧이 공동 저작한 《흑사병의 귀환》이란 책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책을 읽지 않았지만 서평만으로도 몸이 오싹해진다. 그러나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고 싶으니까 여기서는 중세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흑사병에 대해서만 알아본다.
흑사병은 14세기 중반, 그러니까 1347년 무렵 킵차크(Kipchak) 군대가 제노바 시를 향해 페스트 환자의 시신을 쏘아 보냄으로써 유럽에 전파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이다. 그러나 이전부터 동방 원정에 나섰던 십자군 병사들이 보석과 동방 문화를 약탈해 오면서 부수입으로 한센씨병(나병)과 흑사병을 얻어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때부터 순식간에 퍼져 나간 흑사병은 불과 수년 동안 시칠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과 프랑스, 유럽 중부의 오스트리아, 스위스, 독일을 거쳐 벨기에, 네덜란드로, 그리고 처음 선보인 지 고작 3년여 만에 스칸디나비아 국가에까지 이르렀다.
앞서 살펴본 대로 흑사병은 쥐벼룩 외에 인간을 통해서도 전염되었기 때문에 도시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했고, 그 가운데서도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믿으면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수도원에서 가장 큰 희생자를 냈다. 이렇게 되자 겁에 질린 사람들은 사람을 찾기 힘든 시골 한적한 곳을 찾아 도망치듯 떠났다. 한편 흑사병이 유럽 전역을 공포에 떨게 하자 모든 외국 선박에 대해서는 항구에 내리기 전에 40일 동안 검역정선을 명령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40일 동안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배에 한해서 상륙을 허가한 것이다. 이는 꽤 합리적인 방안이었는데 페스트의 잠복기가 길어야 10일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40일 동안 아무 일도 없다면 그 배의 선원들은 안전하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페스트의 확산을 크게 막은 것은 아니었다.
그 무렵 기록에 따르면, 전 유럽 인구의 1/3 내지 1/4이 사망했다. 숫자로는 2500만에서 6000만 명에 이르는 유럽인이 이 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두 숫자 사이의 간격은 페스트가 지속된 기간과 지역별 사망자 수의 집계 등의 차이에 기인한다. 여하튼 서유럽의 인구는 16세기가 되어서야 페스트 창궐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후에도 페스트의 위력은 심심찮게 계속되었으니 1664~65년에는 런던 인구의 20퍼센트 정도가 이 병으로 목숨을 잃었고, 19세기 말에는 중국에서도 엄청난 인명을 앗아가 버렸다.
흑사병이 가져온 유럽인들의 공포와 사고의 변환을 잘 보여 주는 문학 작품이 있으니 바로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다. ‘열흘간의 이야기’란 뜻의 이 작품에는 흑사병을 피해 시골의 한적한 별장에 몸을 숨긴 청년 셋과 처녀 일곱 명이 열흘간에 걸쳐 차례로 이야기한 기록 즉 100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편 흑사병의 공포는 유럽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는데, 우선 예술의 후퇴를 가져왔다. 예술이 기계가 아니라 사람의 창의력에서 비롯되는 것인 만큼 예술가들이 사라지고 난 후 그 자리를 메우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예술가들이 선호하던 여행은 이제 금기가 되었다. 따라서 운이 좋아 살아남은 예술가들이 그릴 만한 것은 너무나 생생한 기록, 즉 페스트가 남긴 공포의 기록뿐이었다. 이 시대에 수많은 흑사병 관련 작품이 전해 오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 다음에 나타난 현상은 사회 계층의 급격한 변동이었다.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은 지주의 파산으로 이어졌고,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임금은 급격히 상승했다. 게다가 금은보화는 아무리 쥐벼룩이 공격해도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따라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이전에 비해 훨씬 많은 재산이 할당되었다. 이 시대만큼 졸부가 급격히 출현한 시대도 드물 것이다. 그리고 졸부들은 오늘날에도 그렇듯이 머리를 채우기보다는 겉모습에 신경 쓰는 법. 그들로 인해 패션 산업이 급격히 성장했다.
한편 앞서 언급했듯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수도원 때문에 성직자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성직자의 공급이 선결 과제로 떠올랐다. 결국 이전까지 성직자 희망자에게 요구하던 자격 조건은 완화될 수밖에 없었고, 미신과 이단에 쉽게 흔들릴 만한 인물들도 이 시기에는 성직자로 양성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결과 일반 백성들의 공포에 휩싸인 심리 상태를 이용한 온갖 미신과 이단이 출현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1-2. 기형아 유발 藥, 공식퇴출 뒤에도 판매
OBS News 2013.5.9 기사글이다.
지난 1950년대 팔, 다리가 없는 수많은 기형아를 유발해 시장에서 퇴출됐던 독일의 입덧완화제가 이후에도 여러 나라에서 버젓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스페인 피해자들은 2천억원대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티없이 맑은 어린 천사들. 하나같이 팔과 다리가 정상인과 다른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형으로 인한 통증이 심해지면서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해졌습니다.
【싱크1】자벨베르그 / 탈리도마이드 피해자
"한해 전부터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힘들어졌습니다. 통증도 심하고요. 진통제없이 생활하는 게 다행입니다."
이런 장애를 초래한 건 한때 '부작용 없는 기적의 약'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던 입덧완화제 탈리도마이드. 지난 1957년 독일 제약사 그루넨탈이 만든 탈리도마이드는 영국과 호주, 캐나다 등 전세계 50여개국에서 판매됐습니다. 하지만 이 약을 복용한 산모들에게 심각한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팔과 다리가 아예 없거나, 정상보다 짧은 아기를 출산하게 된 것입니다. 이 약으로 인한 기형아의 수가 세계적으로 1만 명에 이르자 약품의 판매는 금지됐습니다. 그런데 스페인의 피해자들은 어제 시장에서 공식 퇴출된 이후에도 이 약이 한동안 자국 내에서 팔렸다는 새로운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기형에 대한 우려가 이미 만연한 상황에서 자국 내 탈리도마이드 판매가 6개월여 간 지속됐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싱크2】마르티네즈 / 피해자 측 변호사
"관련 문건은 그루넨탈이 (지난 1961년 퇴출된) 탈리도마이드를 스페인에서(1962년까지) 판매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2억8백만 유로, 우리돈 2천26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싱크3】호세 리켈메 / 피해자모임 대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제가 태어나기 전, 그러니까 56년 전에 그루넨탈이 빼앗아 간 존엄성을 되찾는 겁니다."
이에 대해 그루넨탈은 독일에서와 마찬가지로 스페인에서도 1961년 탈리도마이드를 회수했다며 피해자측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그루넨탈 사는 지난해 호주 법원에서 '탈리도마이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50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50여 년 만에 뒤늦은 사과를 했습니다. 하지만 피해 배상에 미온적인 가운데, 특정 국가에서 제때 약을 회수하지 않았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탈리도마이드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1-3. 변신의 귀재 인플루엔자A … 감염 100% 막긴 힘들어
네이버 국어사전을 검색해보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유행 감기의 병원체. 상기도(上氣道) 점막에 침입하여 호흡 기관 질환을 일으킨다. 도움체 결합 항원의 차이에 따라 AㆍBㆍC 세 형태로 나뉘며, 유행할 때마다 혈구 응집 항원이 변이하여 광범위한 유행을 나타낸다 라고 나와있다.
influenza virus (인플루엔자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외래어 표기
- 인프루엔자 바이러스(X), 인플루엔자 바이루스(X), 인플루엔자 비루스(X), 인프루엔자 비루스(X)
중앙일보 2014.2.27일자 기사를 "변신의 귀재 인플루엔자A … 감염 100% 막긴 힘들어"를 살펴보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특성에 대해 잘 알 수 있다.
전국이 인플루엔자(Influenza·독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중순 전북 고창에서 시작된 조류 인플루엔자(AI)로 닭·오리 수백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연인원 수만 명을 동원한 방역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선 A형 독감이 유행이다. 치료제인 타미플루 품귀현상이 생길 정도다. 인플루엔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정체는 무엇인지,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지 알아봤다.
인플루엔자는 영어로 ‘영향(influence)’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하지만 중세 이래 인류를 괴롭힌 호흡기 질병 이름으로 악명을 떨쳤다. 인플루엔자의 초기 증상은 콧물·기침 등 감기와 비슷하다. 인플루엔자는 섭씨 38도 이상의 고열과 심한 근육통을 동반하는 게 감기와 다르다. 감기가 리노·아데노·코로나 등 수많은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 것과 달리 인플루엔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걸린다.
조류 인플루엔자(AI) H7N9 바이러스의 헤마글루티닌(HA·리본 모양) 단백질이 조류 같은 숙주 세포의 수용체(공 모양)와 결합한 모습. [자료 사이언스]
신종플루, 2년간 2만여 명 사망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구분하면 세 종류다. A형은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와 조류, B형은 사람, C형은 사람과 돼지에게 감염된다. 가장 흔하고 가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A형이다. 인플루엔자A 바이러스를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 민들레를 닮았다. 타원형 몸체 겉면에 작은 ‘못’과 ‘버섯’이 촘촘히 박혀 있는 모양이다. ‘못’은 헤마글루티닌(HA), ‘버섯’은 뉴라미니데이즈(NA)라는 표면 단백질이다. HA는 제각각 다른 숙주(감염체) 세포 속으로 들어갈 때, NA는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 위해 숙주세포를 빠져나올 때 세포의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한다. 현재까지 HA는 16종, NA는 9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조합에 따라 ‘HxNy’ 형태의 바이러스 아형(雅兄, subtype)이 결정된다. 이론적으로 총 144개의 아형이 있을 수 있지만, 실제 발견된 것은 그보다 적다. 현재 국내에서 유행하는 독감은 H1N1형과 H3N2형, 이번에 발생한 AI는 H5N8형이다.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정체가 밝혀져 있는데도 인류는 인플루엔자가 번지는 것을 완벽하게 막지 못하고 있다. 종류가 많기도 하지만 인플루엔자A가 시시때때로 형태를 바꾸는 변신의 귀재이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A의 유전체(지놈)는 총 8개(PB2, PB1, PA, HA, NP, NA, M, NS)의 절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숙주가 동시에 두 종류 이상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세포 안에서 각각의 절편들이 뒤섞이면서 전혀 다른 바이러스가 만들어진다. 20세기 초 전 세계를 휩쓴 스페인독감, 2009년 ‘팬더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 신드롬을 일으킨 신종플루가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신종·변종 바이러스는 기존 면역체계로는 걸러지지 않기 때문에 인체에 감염되면 큰 피해를 초래한다. 스페인독감은 당시 인구의 약 1%, 신종플루는 2009~2010년 2만 명 가까운 사망자를 냈다.
더욱이 인플루엔자A는 RNA 바이러스다. 천연두 같은 DNA 바이러스와 달리 자신의 유전정보를 퍼뜨릴 때 RNA를 이용한다. DNA 바이러스는 유전자 복제과정에서 오류가 생기면 스스로 치유하는 기능이 있다. 반면에 RNA 바이러스는 이 같은 역할을 하는 효소가 없어서 달라진 유전정보를 계속 안고 간다. 조상과 다르게 생긴 자손(돌연변이)이 끊임없이 생기는 이유다.
고려대 약대 김정기(바이러스학) 교수는 “요즘 유행하는 H1N1 바이러스가 신종플루와 아형이 같지만 백신을 맞은 사람들까지 다시 감염시키는 것은 점변이(point mutation, 유전자의 극히 일부분에 발생하는 돌연변이)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최근 AI와 독감이 함께 유행하면서 AI도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현재까지 조류로부터 사람에게 직접 옮는 것으로 확인된 고병원성 AI는 H5N1과 H7N9 두 종류뿐이다. 1997년 홍콩에서 처음 감염 사실이 확인된 H5N1은 매년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치사율이 60%에 이른다. H7N9은 지난해 2월 중국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뒤 연말까지 144명이 감염돼 46명이 숨졌다. 최근 다시 유행 조짐을 보여 지난달에만 12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31명이 숨졌다.
국내에선 2003~2011년 네 차례 H5N1이 유행했다. 당시 방역작업에 참여했던 일부 작업자의 몸속에 바이러스가 침입해 항체가 만들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방역당국은 “실제 발병한 인체 감염 사례는 한 건도 없다”고 밝혔다. H7N9은 아직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현재 돌고 있는 H5N8은 세계적으로 인체 감염 사례가 없고 “유전자 형태가 사람에게 감염되는 종과는 많이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잘못 쓰면 ‘트로이 목마’ 될 수도
인플루엔자에 걸리면 타미플루같은 항바이러스제를 써야 한다. 타미플루는 NA 단백질을 공격해 바이러스가 몸 안에 퍼지지 못하게 한다. 고립된 바이러스는 면역체계의 공격을 받고 죽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치료제를 많이 쓰다 보면 내성을 갖는 바이러스가 생길 수 있다. 항생제를 남용하면 내성을 가진 슈퍼 박테리아가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그 때문에 전문가들은 “미리 백신을 맞아 병에 걸리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말한다. 화학처리로 병원성을 약하게 만들거나(생백신), 감염성을 없앤(사백신) 바이러스, 혹은 바이러스와 유사한 입자(VLP)를 주사하면 몸 안에 항체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항체는 뒤에 실제 바이러스(항원)가 들어오면 바로 인식해 면역체계의 공격을 유도한다.
하지만 신종이나 변종 바이러스가 워낙 많은 게 문제다. 그때그때 각각의 종에 맞는 백신을 접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쓰이는 계절독감 백신은 그 해 유행할 바이러스 종류를 미리 예상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예상과 어긋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 접종 후 항체가 생길 때까지 최소 1주일 이상 시간이 걸리는 점도 단점이다.
그 때문에 최근에는 바이러스 종류에 상관없이 쓸 수 있는 범용(universal) 백신을 개발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다양한 종의 바이러스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유전물질을 겨냥한 백신이다. 몸 안에서 항체를 만드는 백신 대신 아예 외부에서 항체를 만들어 직접 호흡기 점막 등에 뿌리는 ‘항체 치료제’도 나오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러스감염대응연구단은 현재 범용백신 후보 물질을 몇 가지로 압축해 동물 실험을 하고 있다. 이 백신 후보 물질을 낙타에 맞혀 얻은 항체를 이용한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김상현 연구단장은 “낙타 항체는 크기가 작고 구조가 단순해 치료제 개발에 유용하다”고 말했다.
조류는 사람과 사정이 다르다. 자칫 AI백신을 잘못 쓰면 “겉으로 드러나는 증세만 완화되고 감염성은 유지돼 거꾸로 AI 확산을 초래하는 ‘트로이의 목마’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고려대 김정기 교수는 설명했다. 또 모든 닭·오리 등에 접종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도 한계다. 닭·오리의 살처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참고서적: 『조류독감』(돌베개), 『바이러스 폭풍』(김영사)
2. 사고의 전환, 위기에 대응하는 첫 단추
거리를 오갈 때 마스크를 입에 덧댄 사람들을 아주 쉽게 만날 수 있다. 병원을 가보면 그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일상 중에 이미 우리 생활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심심찮게 그 변화상을 마주할 수 있다. "여보, 오늘은 병원에 가야하겠다. 더이상은 기다릴 수가 없겠네" 하며 일찍 일어나 콜록거리는 치형이를 가리키며 말한다.
변기에 앉아 잠시 정신을 일깨우는데 불연듯 이런 생각이 든다. AI의 전파를 조기에 차단코자 살처분하고 있는 형국(감기 걸린 조류), 생사의 수치를 정확히 알 수는 어렵지만 감기로 인해 꽉 찬 병원(감기 걸린 인류), 심지어 생닭을 먹어 감기에 걸렸다고 하는 개에 대한 이야기(이종간 감염성), 닭과 사람 보다는 돼지와 사람 간의 종간 감염이 보다 클 수 있다는 말 등이 스쳐지나간다.
감기의 원인은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듯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인플루엔자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인류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단순히 이종간 감염을 염두에 두고 접근하면 안될 일이다. 통계적 관점에서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 전형적인 구성요소를 선택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표본오차는 편의(bias)와 우연(chance)에 의해 발생한다. 우연에 의한 표본오차는 표본의 크기를 증가시킴으로써 감소시킬 수 있으며, 편의(偏倚)에 의한 오차는 표본 선택 방법을 엄격히 함으로써 줄일 수 있다.
감기의 '원인'과 '발생'이라는 모집단을 볼 때 우리는 편의적 표본오차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자.
그리고나서, 조사 개념의 규정 및 조사표 설계 등의 잘못으로 발생하거나, 기입 등 실사(實査) 단계 또는 집계·정리 단계의 잘못에 의해 발생하는 비표본오차의 실수를 염두에 두고 접근하자.
감기는 종을 구분해서 발생하지 않는다.
조류에게만 국한된 질병이 아니다. 인류에게 감기는 도대체 언제 발발했을까? 죽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지금이 바로 전초전일지 모른다. 유난히 조류가 약한 이유는 먼 거리를 날아다니는 또는 호흡기관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거나 호흡에 의존한 생명활동이 강하기 때문은 아닐까?
인플루엔자 네이버 조회화면
감기는 누구나 앓을 수 있다. AI 대응대책이 아니라 감기 대응대책을 세워야 할 일이다.
각 종에 대한 감기 발생, 국제적인 발생동향 파악, 국가간 이동가능한 감기의 경로... 그렇지만 사실상 감기에 대한 방어는 쉽지 않다. 이미 퍼질 만큼 퍼졌고 앓고 변이하고 변이하는 과정을 겪고 있는 듯 하기 때문이다. 이종간 전파는 쉽게 단언할 일이 아니며 만약 이종간 전파가 일어났다면 이제는 모든 동물의 적은 '감기'다.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을 비롯, 야생에서 사는 동물들, 혹시 날파리, 모기는 안전할까?
감기를 쎄게 앓거나 약하게 지나가는 정도(감기의 쎄기)는 원물 체력의 저항성(면역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감기의 원인체가 지닌 쎄기에 보다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특정 생물의 세포막에 있는 특정 수용체를 인식해서 그 수용체가 있는 생물만 감염을 시킨다고 한다.
감기(원인체)와 수용체 간의 '연결' 고리가 다양한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원인체가 지닌 수용적합성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이미 벌어지고 있는 감기와의 전쟁을 보노라면 수용체의 세포막 수용체는 일정한 규칙을 지녔다고 가정한다면 후자에 보다 비중을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바이러스 수용체(대상) 보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자체가 지닌 수용적합한 능력에 초점을 두자. 어쩌면 가장 일반적이면서 가장 잘 결합가능한 손(바이러스 손)을 지녔기 때문이 아닐까?
조류에 국한된, 또는 조류로 인한 이종간 감염을 바라보는 표본오차를 경계하자.
2-1. 조류에서 포유류로…이종간 AI 첫 감염
한국경제 2014.3.14일자 기사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천안 개, AI 발병 닭 먹은 듯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충남 천안시 풍세면 농장에서 기르던 개가 AI에 감염됐던 것으로 확인돼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국내에서 AI가 조류에서 포유류인 개로 이종(異種) 간 감염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풍세면 용정리 가금류 사육단지 내 이모씨 농장에서 키우는 개 3마리에 대해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1마리에서 H5형 항체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14일 발표했다. 항체 양성 반응이란 H5형 항원에 감염된 개에게 면역체계가 생겼다는 의미로, AI 바이러스에 노출됐지만 별다른 질병 증상이 없이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농가는 지난달 17일 AI 양성 판정을 받은 이후 이동통제 등 방역 조치가 취해진 상태다. 농가가 사육 중이던 닭은 모두 살처분됐다.
해외에서는 2004년 태국에서 AI에 감염된 오리(폐사체)로부터 개가 AI에 감염된 사례가 있다. 당국은 이씨 등 농장 관계자 등에 대한 시료를 채취해 인체 감염 여부에 대해서도 정밀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2. 이종간 감염, 어떻게 봐야 할까?
바이러스는 종특이성을 갖고 있다. 특정 생물의 세포막에 있는 특정 수용체를 인식해서 그 수용체가 있는 생물만 감염을 시킨다. 그러한 이유로 동물의 경우만 보더라도 이종간의 감염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세상은 알 수 없고 변화막측하기 때문이다.
2-3. 종분류
'종간감염', '종간 질병감염 단계' 등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니, 위키피디아에서 종분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나와있다.
생물 분류체계의 변처(위키)
복수의
를 통해서 종간관계를 나무 구조와 같은 체계로 만들 수 있다. 계통분류학의 역할은 이러한 관계를 연구하고, 종간 그리고 종의 그룹 간에 차이와 유사성을 연구한다. 그러나 계통분류학은 진화적 사고가 보편화되기 훨씬 전부터 활발한 연구 분야였다. 전통적으로 살아있는 생물은 다섯 가지 계(界, kingdom)로 나눈다. 즉 모네라계, 원생생물계, 균계, 식물계, 그리고 동물계이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은 현재 5-kingdom 체계에서 3-domain, 다시 말해
,
, 그리고
로 분류하고 있다. 또한 하나의 계는 보다 작은 단위로 계속 구분되어, 보통 계(kingdom), 문(phylum), 강(class), 목(order), 과(family), 속(genus), 그리고 종(species)으로 분류한다.
근대적인 분류법의 쇄신은
로부터 시작되었다. 린네는 종의 학명에
을 채용하여 분류를 체계화했다. 또 속·종의 상위 분류로서 강·목을 마련하고, 계층적인 분류 체계를 연구했다. 현재의 생물 분류에서도 이 규칙은 변함없이 지켜지고 있지만, 린네의 시대보다 계층 구조가 보다 세밀하게 확장되었다. 또한 그의 이론 중 발생했던 일부 오류는 수정 과정을 거쳤다. 예를 들어, 린네는
를 어류로 분류하였지만, 포유류로 정정되었다. 또한 식물을 수술의 개수를 바탕으로 분류한 것은 유명하지만, 현재의 식물 분류에서는 이러한 방법이 바뀌었다
Phylogenetic Tree of Life (Wiki)
동물(動物)은 동물계(動物界, Animalia)로 분류되는
의 총칭이다.
를 갖지 않고
을 갖지 않으며 몸 속에 여러
이 있는 생물 중
인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운동 능력과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동물’이라고 하는 말은 특히 일상어의 수준에서는
을 포함하지 않는 ‘짐승’의 의미로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동물’이라고 하는 단어의 좁은 의미의 뜻일 뿐이며, 사람도 생물학적으로 동물이다.
3. 표본오차의 오류, 감기는 규명되지 않은 페스트균일 뿐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이적인 능력에 찬탄하지 말고 이제는 그 놈(?)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보자. 그 능력, 종을 떠나 모든 생명체에 접합할 수 있는 능력 자체에 대해 막거나 거절할 방법은 없는 것인지 그것을 연구해보자.
다방면에 접속가능하다는 인터넷의 속성과 그 변화를 겪으면서, 다종간에 접속가능한 인플루엔자, 이는 '깊이'의 문제라기 보다는 '넓이'의 문제다. 웹서핑을 통해 필요한 어떤 것을 골라내는 능력이 중요해졌듯이 '바이러스의 손'에서 가장 핵심적인 그 능력을 파헤칠 수 있지 않을까?
오히려 다종간 감염이 가능한, 그것을 가능케 하는 인플루엔자의 바이러스 그 능력 자체의 공통점이 바로 해결책이 아닐까. 그것에 대해서는 이 글을 읽는 학자에게 맡긴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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