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나의 이야기

고요한 오후

by 큰바위얼굴. 2025. 3. 21.

 

고요하다. 바람이 분다. 나직한 소리로 창을 스친다.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도 들려오지만,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 오히려 힘찬 기운이 섞여 역동적이다.

사무실에 앉아 목을 푼다. 어깨를 젖히고 숨을 고른다. 결린 듯 풀린 듯, 아리송한 감각이 스친다. 자세를 바로잡으려 신경을 곤두세운다. 목이 뻐근하고 어깨가 묵직하다. 숨이 점차 고르게 잦아든다. 가끔 수분이 섞인 숨결이 콧방울을 적신다. 양압기의 영향인지 속이 더부룩하고 답답했는데, 이제는 한결 나아짐을 느낀다. 조용한 가운데 내면의 소리가 들린다. 가만히 있다.

무릎에서 약한 통증이 스친다. 오늘 하루, 많이 움직인 탓이다. 바람 소리, 자동차 소리, 내 안의 소리, 그리고 눈을 감으면 번뜩이는 찬란한 빛—별빛처럼 어딘가에서 반짝인다. 빗소리 같은 소리가 창을 두드린다. 심상에서 벗어나 창문 바인더를 살짝 들춰본다. 햇살이 화창하다.

20250321_142033.jpg
2.52MB




2025년 3월의 어느 날, 주식 투자의 매수 타이밍을 재고 있다. 오늘은 금요일. 김제에서 세종으로 향한다. 장모가 초대한 아내의 친구들과 식사할 예정이다. 기대도, 들뜸도 없다. 대신 고즈넉한 여유, 충만감이 스며든다.

졸린 것인지, 이 넉넉함에 빠져드는 것이 그저 좋다. 조용함이 더욱 깊어진다. 감사한 하루. 오늘이다. 김성호.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