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 잡기
관망한다. 영화를 보듯이. 나를 빼고 이야기의 흐름으로 본다. 지금 하는 일을 본다. 중심을 내게 두고 본다. 행복이란, 60세, 70세, 80세, 90세, 100세 모습을 떠올린다. 이루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정하지 않는다. '흘러간다'와 '반복된다'에 초점을 맞춘다. 지금 하고 있고 생각하는 것에 중심을 둔다. 결국 남겨진 건, 기록. 어떠한 기록이나 성과라기 보다는, 기록 그 자체. 억지로라도 엮으려 하지 말자. 순리대로. 차면 넘치고 빈하면 들이차기 마련. 이룰 바에 목메지 말자. 차라리 잊는다. 지금, 일어나 새벽 6시45분. 변기에 앉아 정리하면서 토닥토닥 거리는, 지금의 내 모습이야말로 시냇물. 달을 좇아 달빛에 반하더라. 물에 반사된 달빛에 현혹되더라. 결국, 알아야 할 건 현상이 아니라 ..
2022. 12. 9.
달, 시냇물. 그리고 달빛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버렸다. 가봤던 길이고 가보지 않았던 길일지라도 대략 짐작이 간다. 가봤을 때 즐거움과 새로운 것을 본 것에 대한, 새로움에 대한 기쁨, 하는 과정 중에 손이 시렵고 추웠고, 건널 때 미끄러지기 십상이고, 그런 반면 누군가 만나고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한 충족감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것. 그거 자체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아 본다. 그러니 옆에서 자고 있는, 내가 일어나 뒤척이는 소리에 몸을 돌리는 아내에게 다가가 뽀뽀 세례를 퍼붓는다. 나아가는 걸 내려놓아본다. 가장 먼저 조급함이 사라진다. 급할 게 없어지지. 어떤 것이든, 무엇이든, 뭘 하든. 두 번째는 내 가까운 곳부터 보게 되고, 살피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된다. 나아가려고 할 땐 그 나아가는 것에 대한 이루려..
2022. 12. 8.
맨 얼굴
생각을, 마음을, 감정을 글로 나타내는데 익숙해졌다. 사진을 촬영하고, 영상을 만들고, 이야기를 엮는데 익숙해졌다. 기록을 하고, 기록물로 다시 교감하면서 보관한다. 일, 새벽, 산책, 해나, 예티, 아내, 가족, 날씨, 배고품, 건강, 죽음, 감정, 생각, 지향, 기대, 안심, 포근함, 그리고 기록. 기록을 위한 재료에 지나지 않는다. 돈, 명성, 좌지우지, 힘, 자신감, 프라이드, 존재감 또한. 블랙홀이 사멸하는 별의 잔재로 주위의 빛들을 빨아들인다고 한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간다. 리플레이 된다. 저장공간의 한계가 있을 뿐, 기억의 유무가 아니다. 나아감에 있어 장을 보듯이 일상에서 비껴나 있든, 함께 하든 기록되어 지고 있다. 기록의 유무는 아니다. 기록이라 함은, 나아감이, 어울림이, 삶이, 진..
2022. 12. 7.
(환희) 너울너울 춤사위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너울너울 춤사위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음성 듣기) https://youtu.be/LiR8EwoT5xQ 어제 그리고 오늘. 하천변을 거닐고 있고, 달라진 건 해나가 나오지 않은 것. 상실감, 허전함, 어색함, 사뭇 다른 느낌. 불빛 하나하나, 길을 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광경을 기꺼이 남기고, 어떤 마음이 예티와 함께 가고 있는 지금, 당혹스럽다. "예티, 좋아? 예티. 예티." 돌아보질 않는다. 마치 그래야 하는 것처럼 방문을 열고 나왔을 때 몸을 눕혀 배를 까고, 만져주면 굉장히 좋아하는 그 모습이, 현관을 나설 때 따라와서 같이 가자는 어떤 몸짓이, 오질않아 불렀더니 해나가 먼저 와서는 목줄을 메고 다시 자기 자리로 되돌아갈 때 모습에 "야,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 이렇게 표현하는 걸. 조금..
2022. 11. 25.
관심, 일곱 아닌 여덟이다.
관심 갖던 것에서 멀어지더라. (음성 듣기) https://youtu.be/-9_Ol0UdYFQ 잠을 뒤척인 듯하고, 일찍 잠에 들었기 때문인지 몸, 체력, 활력은 충분히 올라온 거 같고, 다만 눈을 뜰 땐 일어나기 싫었다는 정도. 그럼에도 일어났고, 주섬주섬 옷을 입었고, 기대하는 거지. 밖으로 나갔을 때, 보여질 이 상쾌함. 어제와 달리, 다른 모습을 담고 싶어진다. 어둠에,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모습을, 어쩌면 또한 그 자리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속할 텐데, 빛이 만들어낸 모습이 발길을 잠깐 잠깐씩 잡아끈다. 생각 만큼 춥진 않다. 그래서 좋은 점은 아이들 옷을 입히지 않아도 되는 것. 옷을 입히지 않아서 겨드랑이나 머리카락, 뒷덜미 쪽에, 특히 털이 엉키는 걸 방지할 수 있다는 것. 엉킨 털을..
2022. 11. 23.
구색, 일곱이 되었다.
새벽에 길을 나선다. 세상의 부속인 양, 하나하나 들이맞는다. (음성 듣기) https://youtu.be/MriwDgYPPE0 길을 걸어가며 잔상에 떠오르듯이 솔질하는 그가 있기를 기대한다. 어느 새 나타나 어슬렁거리던 그. 자전거를 끌고 가는 그. 가로등 불빛이 밝히는 어둠이 아직은 많은 부분을 차지한 이 길. 어쩌면 이조차 구색을 갖춘 일부가 아닐까 한다. 새벽 5시에 일어나 해나와 예티를 데리고, 오늘은 옷을 입혔고, 생각 만큼 춥지 않다. 하나 하나의 면들이 인물과 물건과, 환경, 바탕, 배경,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어우러져서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를 기대하게되고, 마치 그랬던냥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릴 거다. 해나와 예티는 이제 곧 1년이 다 되어 가고, 나는 50을 넘어선 첫 해를 맞이할 지 ..
2022. 11. 22.